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에서 운영하는 가톨릭청년회관 ‘다리’가 최근 ‘동성애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한 단체의 대관 요청을 거부해, 동성애자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소모임 ‘소수자 주거권 확보를 위한 틈새모임’(이하 틈새모임)은 지난 14일 ‘소수자 주거권 확보를 위한 워크숍’이라는 행사를 열기 위해 회관 측에 대관 신청을 했다. 대관신청서에는 레즈비언상담소,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동성애자 단체들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당시 섭외 중)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며칠 후 이들은 회관으로부터 대관 불가 연락을 받아야 했다. 불가통보서에 명시된 이유는 “(동성애자 단체가 포함된)틈새모임 행사로 인해 가톨릭청년회관이 가정 및 성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반하는 듯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어서”였다.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다리’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 평소 가톨릭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활발하게 대관을 실시해왔다.
이에 틈새모임은 회관 측에 항의성 질의서를 보내, “▲동성애자의 출입이나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 회관의 방침인지? ▲회관을 이용하거나 출입하기 위해서는 가톨릭 교리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틈새모임의 행사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반한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회관 측은 질의서를 접수한 상태이나, 관장 유환민 신부의 피정으로 공식적인 답변은 차후에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틈새모임 측 나영정씨(34,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위원)는 “가톨릭 교리해설서는 동성간의 성행위는 반대하고 있지만 동성애적인 성정체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고 그것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가톨릭이 그런 정도의 입장이라면, 이번 불허 통보는 과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자는 가톨릭 시설에 출입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가톨릭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관 측은 “질의서를 받았고, 공식적인 답변은 12월 초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회관이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