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성경읽기’ 대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어령 박사. |
지난 27일 양화진문화원에서는 죽은 야이로의 딸을 다시 일으키는데 예수가 사용했던 아람어 ‘달리다굼’을 주제로 심도깊은 논의가 진행됐다. ‘문화로 성경읽기’를 주제로 대담에 참여하고 있는 초대문화부 장관 이어령 박사(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는 "달리다굼, 할렐루야, 마라나타, 호산나, 에바다, 아멘처럼 성경에는 번역이 안돼 원어 그대로 나오는 말들이 있는데 이것이 중요하고, 여기서 기호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언어라는게 뭔가 하나님은 무슨 말씀을 쓰시는가 하나님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이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달리다굼’을 둘러싸고는 "신약성경 기자들이 다른 말은 모두 헬라어로 번역했는데 유독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아람어 ‘달리다굼’이라는 말은 ‘소녀야 일어나라’고 하면 될텐데 굳이 왜 원문 그대로 썼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기호학적 방법을 동원해 예수의 말씀을 크게 ‘비유로 된 말’과 ‘하나님의 말’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의 말’은 성령, 살아있는 말, 음을 고치면 안되는 말인데 이런 부류는 산스크리트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처럼 종교마다 존재한다. ‘달리다굼’은 바로 예수께서 말한 하나님의 말씀과 가장 가까운 원형이란 설명이었다.
이어령 박사는 "예수께서 왜 비유를 쓸 수 밖에 없었을까"라며 "여러분들이 만약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면, 한국에만 있는 것을 미국인에게 설명할 때는 천상 비유로밖에 얘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달리다굼’은 영어에서도, 한글에서도, 어디서도 그대로다"라고 역설한 이 박사는 "시대가 바뀌고 어떻게 해도 못 버린다. 절대 번역이 안 된다. 예수님께서 당시에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는 현장에 있던 사람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말도 어감과 상황에 따라 수백 가지가 된다. 다르다. 그래서 번역이 안 됐던 것이다. 진짜 하늘의 말이다. 그래서 언어는 감옥에 갇혀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기호학과 언어학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다. ‘번역하면 안 되느니라’ 해서 못한 것이다. 아멘은 그냥 아멘이다. ‘할렐루야’는 일종의 주문 같아서 다른 말로 바꾸면 하나님이 알아들으실 수 없을 정도로 신성한 말이다. ‘호산나’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군중들이 환영하면서 하는 말이다. ‘우리를 구해 주십시오’ 하는 애절한, 그러나 환희의 목소리로 정말 구세주가 오셨구나, 하는 뜻이다."
‘달리다굼’의 어원적 의미를 다시 살펴 본 이 박사는 끝으로 "‘달리다굼’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살아있는 게 아니라 죽어 있었구나, 여태껏 살아있는 줄 알았는데 좀비처럼 죽어 있었는데 하는 깨달음이 온다. 이 소녀는 죽었다가 ‘소생’했지만, 우리는 ‘부활’을 원한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양화진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