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란 무엇인가 ㅣ 정용섭 지음 ㅣ 홍성사 ㅣ 248쪽 ㅣ 1만원
‘설교 비평’으로 잘 알려진 정용섭 목사(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가 신간 『주기도란 무엇인가』에서 한국교회의 왜곡된 기도 문화를 비평하고, ‘주기도’(the Lord's Prayer) 해석을 통해 건전한 기도란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저자는 한국교회가 “기도 인플레이션이라 할 정도로 기도에 매달리고 있지만 삶에서 바람직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기도의 본질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기도란 “하나님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우리에게 설득시키는 영적 태도”인데, 거꾸로 한국교회는 기도를 자기도구화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새벽기도나 철야기도의 범람도 지적했다. 기도가 양적으로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기도가 일종의 프로그램화되어 버렸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기도가 프로그램 차원에 떨어지고 말았다. 하나님과의 실질적인 관계는 없으면서 자신의 열정만 가득한 기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도 과잉 현상의 이면에는 목회자나 평신도들의 민망한 욕망이 숨어 있기도 하다며 “신자들이 기도 분위기에 휩쓸리면 목회자에게 다른 말을 못하게 되어 있어, 그 기도가 결국 목회자의 모든 문제를 덮어버리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신도의 입장에서도 “기도를 잘하면 교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욕망이 생기고”, 실제로 “자신들이 기도 잘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평신도들이 많다고.
그러면서 그는 신약성경 마태복음 6장 9~13절의 예수가 가르친 ‘주기도’를 모든 기도의 전범으로 제시한다. 주기도 속에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주기도 각 구절과 단어를 설명하는 식으로 쓰여졌다. 내용적으로는 인문학적 통찰을 시도했다는 점이 기존 책들과 차별화된다. 주기도 내용을 설명하면서 건전하고 올바른 신앙과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색과 한국 교회 및 사회에 대한 비판 어린 시선을 녹여냈다.
주기도의 첫 구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서 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까?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의 생명을 창조하셨으며, 지금도 보호하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실질적으로 깨닫고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다른 차원에 들어갈 수 있고, 세상의 생리적인 아버지와의 관계도 새로워질 것이다. 세상의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참된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