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소래 마을에 심겨진 씨앗(16)

5. 정신학원의 어머니 김필례(2)

③ 정신여학당 시절
 
오늘날의 [정신여자중고등학교]의 근원은 경성(京城)의 연동교회에서 시작한 [연동여학교]이다. 이 학교는 미국 북장로교에서 파송한 여선교사 애니 엘러스(Annie J. Ellers)가 설립하였다. 그분은 여의사로써 당시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 공사관원들을 치료해 주면서, 명성황후의 주치의 노릇까지 하였던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 정동(貞洞)에서 시작하여 [정동여학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으나 몇 대 후의 교장 도티((S. B. Doty)때에 당시 [연못골]이라고 부르던 연지동(蓮池洞)으로 이전하여 [연동여학교]로 바뀌었다.
 
소래학교를 졸업한 김필례는 바로 이때에 오빠 김필순의 지시에 의하여 연동여학교에 입학하였다. 그 때는 아직 학제(學制)와 학년이 오늘날처럼 확립되지 않았다. 선교사들이 오직 하나님의 일꾼들을 양성하려는 목적으로 학비나 생활비를 받지 않고 봉사적으로 공부를 시키고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필요한 귀중한 인물들은 이 학원을 통하여 많이 배출되었던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이다. 이 학원에 필례와 그의 언니 김순애, 그리고 조카 김함라가 같은 시기에, 그리고 얼마 후에 그 다음 조카이며 이 민족 독립운동의 큰 별 김마리아가 다 이 학원에서 수학했다. 오빠 김팔순은 자기 집안 아이들이 외국인의 동정을 받으며 무료로 학원에 다닌는 것은 민족의 긍지에 허물이 된다고 생각하며 한 사람당 80전(錢)씩의 학비를 지불하였다. 이와 같이 학비와 기숙사비를 내고 다니는 학생들은 김필례 가정이 처음이었다.
 
김필례는 공부를 잘 하여 그 학원을 다니는 중에 두 번씩이나 월반을 하여 언니 김순애 보다 상급생이 되었다. 학교 당국에서는 김필례에게 우등상으로 풍금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 일로 시작하여 김필례는 우리나라 음악계에 초기 큰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건강관리는 소홀히 하였던지 몸이 아주 허약하였다. 그래서 의사 오빠 김필순이 영양제로 어간유(魚肝油)를 정기적으로 보내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먹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먹지 않았는데 그 사실이 오빠에게 알려지자 오빠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인 교장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교장 감시 하에 먹도록 까지 하였다.
 
이렇게 하여 김필례는 1907년에 연동여학교를 1회로 졸업하였다. 학교 당국은 지도자가 부족한 형편이라 김필례를 수학교사로 채용하였다. 당시 17세 밖에 안 된 소녀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되니 교실에서 때로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는 했다. 한번은 이 어린 선생님이 기하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여러분 원(圓)의 길이는 지름 곱하기 π입니다. π는 3.14의 기호입니다.” “필례야, 다시 한 번 설명해 줘.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나이 든 학생들이 소녀 선생님에게 주문하는 소리였다. 김필례의 언니 김순애도 그 학생들 중에 있었다. 그런데 얼마 있다가 휴학을 하고 말았다. 물론 훗날 다시 학업을 계속했지만! 김필례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더 공부하고 싶었다. 그녀의 집안은 본래 잘 사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 즈음에는 오빠들이 사업을 하다가 나쁜 사람에게 속아서 몰락해 버렸다. 그러한 형편에 유학을 시켜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당시에  일본 총독부 학무국장으로 윤치오(尹致午)라는 사람이 있었다. 김필순은 세브란스 병원의 의사로써 그의 형 윤치호(尹致昊)의 부인을 여러 차례 치료해 주었다. 이 일을 연고로 동생의 유학 장학금을 부탁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필례는 그 일이 목표로 날마다 새벽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아버지, 저를 동경으로 보내주세요.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주세요.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우리 동포 여인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그러나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좋은 소식은 없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꼭 들어주실 것을 확신하면서 꾸준히 기도하였다. 그렇게 1년의 세월이 흘러간 어느 날 오빠는 김필례가 관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하여 1908년에 동경 유학을 가게 되었다. 
 

글/박종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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