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성읍들과 예루살렘 거리에서 기쁘고 즐거워 부르는 노랫소리가 사라지게 하리니, 온 나라는 폐허가 되리라.”(예레미야 7,33)
1. 한반도의 가을이 깊어간다. ‘구제역’으로 시작한 2011년이 ‘자유무역’ 으로 저물고 있다. 재앙으로 시작하더니 과연 재앙으로 끝나는 것인지 몹시 불안하다. 구제역 사태로 불쌍한 가축들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떼죽음을 당했듯이 한미자유무역으로 장차 국가구성원 절대 다수가 경제적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예측을 외면하고 싶지만 그간 몰상식과 무책임으로 일관해 온 정부 당국의 행태를 생각하면 근심이 걷히지 않는다.
2. 사실 구제역에서 출발하여 자유무역에 이르는 동안 만고의 소중한 자산들이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거나 망실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른바 ‘4대강살리기사업’과 제주도에 건설 중인 ‘민·군복합형관광미항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내세운 이름과는 달리 거짓과 망언, 불법과 편법의 산물들이다. 이 순간에도 제주도의 세계적 자연유산은 파괴되고 있으며 맑디맑던 천혜의 강들은 죽어가고 있다. 민심을 거슬러서 그리고 교회의 애끓는 호소를 무시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들은 하나같이 죽이는 사업(死業)이며 속임수로 꾸며진 사업(邪業)이었던 것이다.
3. 거기에 더해서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은 결정적 파국 국면으로 기울었다. 흡사 백 년 전의 망국사를 보는 듯 오싹하다. 이 땅을 일궈온 조상들의 피땀 어린 수고, 자주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짊어졌던 고난의 투사들을 생각하면 죄스러운 마음과 비통을 금할 수 없다. 한편 오해와 반대를 무릅쓰고 이런 불길한 장래를 경고하는 것은 시대의 표징을 읽고 식별해야 하는 사제들의 무거운 소명 때문이다.
4. 지구촌 곳곳에서 1%를 위하여 99%가 고통과 불행을 강요당하는 세계적 시스템에 저항하기 시작한 최근의 현상은 희망의 불씨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분노와 불만을 승화시켜 각자의 탐욕을 정화하는 계기로 삼지 못하는 한 기사회생의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우리라고 본다.
5. 이런 맥락과 취지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단식기도회를 개최한다. 이는 목전에 닥친 불행을 피하자는 다급한 호소요, 우리 모두 진심을 다하여 생명과 평화의 길, 사람의 길을 모색하자는 호소이며 절망에 빠진 이웃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6. 마지막으로 지난 1년간 이 자리에서 줄기차게 이어진 기도와 염원을 담아 다시 한 번 엄중하게 요구한다.
하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라!
둘, 한-미 FTA를 당장 폐기하라!
2011년 11월 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