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박경조]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

구분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11월 월례발표회 발제문
일시 및 장소 : 2011년 11월 11일, 화평교회
발제 : 박경조 주교 (전 NCCK 회장)
자료 출처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치 말라...”(마5:39)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마5:44)

“악한 자를 대적치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오랫동안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켜 온 번역이다. “대적하다”로 번역된 이 말의 희랍어는 ‘안티(anti)'와 ’히스테미(histemi)로 이루어진 단어로서 ‘안티’는 ‘-에 맞서서’라는 뜻이고, ‘히스테미’는 폭력적인 반란이나 부장봉기를 뜻하는 말이다. 이 단어를 구약성경에서는 군대가 서로 싸우는 군사적 충돌을 묘사할 때 쓰이고 있고 신약성경에는 바라바에 대한 설명 ‘민란을 꾸미고 이 민란에 살인하고 포박된 자 중에 바라바라 하는 자가 있는지라..’(막15:7)에서 쓰이고 있다.

월터 윙크라고 하는 성서학자는 ‘예수와 비폭력저항’이라는 그의 책에서 예수님의 이 말씀을 ‘악한 자에게 맞서서 폭력적으로 대응하지 말아라.’하고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어 그는 주님의 이 말씀은 그냥 악한 자에게 온순하게 대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비폭력적으로 저항하라는 말씀으로 읽는다.

우리 민족에게 원수는 누구인가? 그건 말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우리의 부모와 형제 자매를 죽이고 재산을 빼앗고 박해를 가한 북한 공산주의 집단일 것이다. 그 원수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과연 주님의 가르침과 비슷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어떤 에큐메니칼 인사가 자신은 북한을 생각하면서 주님의  가르침이신 ‘원수를 사랑하라’는 이 말씀을 오랫동안 묵상하며 고민 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우리 한국교회는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이 세상에서 없애버려야 할 악의 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행하게도 1988년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이러한 남한교회의 잘못을 깊이 인식하고 그동안 북한사회를 향한 증오와 미움의 죄책을 고백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사랑하시며 그들도 이 세상에서 굶주리지 않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권리를 누리면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임을 깨닫게 하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야 말로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이라고 하는 것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북한의 조선 그리스도교 연맹을 대화의 상대로 불러내어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88 선언’은 보수적인 한국 기독교 인사들에게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운동의 일환으로 비쳐지면서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보수적인 진영에서는 북한의 조선 그리스도교 연맹을 공식적인 교회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두진영간의 입장의 차이는 아직도 상존하고 있으나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 나간다는 것은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을 한차원 승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4분의 옥고를 읽으면서 통일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허문영위원장님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러시아의 한 연구 기관이 북한의 정치정세를 언급하면서 ‘붕괴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2012-2020년 사이에 북한 김정일의 권력이양이 있을 것으로 보고 2012-2030년 후반기에는 통일에 이르지는 못해도 통일과정의 실질적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때가 되면 북한이 남한의 통제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감시 하에 북한임시정부가 수립되고 북한군의 무장해제와 경제 현대화 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망이 어느정도 정확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통일은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역사의 어느 순간에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휴전선이 무너지고 정치 경제적으로 하나의 국가가 되는 것인가? 우리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정치 경제적인 통일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통일이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으로서의 통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은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긴 과정의 연속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통일은 어느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오랜 시간동안 우리 안에서 논의되고 실천되면서 두 개의 상이한 체제가 하나의 사회로 통합이 되고 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긴 과정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통일은 이미 우리안에서 시작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서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벌써 통일의 씨앗을 심고 키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사회에는 벌써 북한을 탈출한 이주민들이-새터민들-이 15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해마다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질적인 북한사회의 체제안에서 교육받고 사회화된 사람들이 남한의 경쟁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가? 특히 우리 교회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우리 사회에는 이미 이렇게 이질적인 두 집단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실질적인 통일이 왔을 때 사회주의 집단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자본주의의 경쟁적인 체제하에서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 어떤 부작용과 어려움이 있을지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기독교를 적대시하도록 철저히 훈련된 북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국가적 통일이 아니라 두 이질적인 체제간의 사회통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새터민의 존재는 우리들에게 사회통합으로 가는 준비와 훈련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만일에 실제적인 통일의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혐해보지 못한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 체재하에서 살아온 북한 사람들과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온 남한 사람들이 하나의 통합된 사회를 이루어 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들은 북한의 사회체재와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 모두가 완전하지 못하며 상호보완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하나님 나라라고 하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를 향하여 지금부터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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