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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한국교회의 영성과 경건의 반성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기독교의 영성은 영적인 것이고 이것이 신자들의 생활에서 반영되는 것이 경건이다. 그런데 영성의 근원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는 것인데 그것은 은혜로운 것이고 사랑이 넘치는 것이고 평화로운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러한 것은 하나님의 신성과 영성에 속하는 것으로서 육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난 30, 40년 동안에 이룩한 교회성장과 부흥이 양적인 것을 반성하면서 교회갱신을 부르짖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교회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영성과 경건에 대한 반성을 요청하는 것이다.

1. 은혜의 영성과 경건

사도 바울이 말한 대로 교회에서 말하는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것이므로(고린도전서 4장 1절) 구약에서 말하는 육적이고 물질적인 물량적 축복과는 개념이 다르다. 이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또는 그를 통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사죄와 구속의 영적 은혜여서 사람이 거듭 태어나 새사람이 되게 하는 은혜이다. 그리고 이 은혜는 하나님의 계시하신 말씀이 성령의 감동으로 사람의 마음에 직접 역동적으로 역사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고, 이 은혜에 감격하여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찬양하고 감사하며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 복종하고 헌신하는 경건한 행위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성령의 열매라고도 말할 수 있다.

중세 가톨릭교회에서는 하나님의 은혜가 주로 교회의 제도와 의식들을 통하거나 성상과 신성한 유물과 같은 물질을 매개로 전달된다고 믿어서 은혜가 유사물질적인 것으로 인식되었고, 그 은혜가 일종의 고약과 같이 사람의 영혼에 부착되어서 계속 효력을 내는 것처럼 믿었다. 성만찬 때(미사)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인 피와 살이 떡과 포도주로 변해서 사람들에게 배찬된다는 교리(화체설)를 가르쳤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교회가 유사물질적인 은혜의 보고(寶庫)가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사람들이 직석에서 회심하고 거듭나게 하는 말씀의 전당이라고 가르쳤다. 그리하여 말씀을 전하는 설교가 중요한 것이 되어서 설교가 성찬식을 대신할 만큼 되었다. 설교로 심령의 부흥과 중생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설교를 하는 설교자가 하나님의 영적 은혜를 육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 잘못 전달하면 중세교회처럼 은혜가 물질적인 것으로 둔갑하게 된다. 지난 30, 40년 동안의 한국교회의 급성장을 물량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까닭은 부흥사나 목회자들의 설교가 영적 은혜를 물질적이고 육적인 축복과 혼돈하였기 때문이다. 소위 기복신앙이란 것의 오류가 여기서 생긴 것이다. 지금도 대형교회의 한 목사는 주일의 설교에서 ‘예수 믿으면 은혜를 받아 시집 장가 잘 가고 직장에서 진급이 잘 되고…’라고 외치고 있다. 하나님의 영적 은혜를 물질적인 것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교회에 교인이 붙고 교회당 건물이 커지고 교회재정이 넉넉하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고 있다. 값진 은혜와 통속적인 축복을 혼돈하면 심령의 부흥과 중생의 변화를 얻지 못하여 참된 경건생활이 뒤따르지 않아 외식과 거짓이 생기게 되고 참된 경건에서 멀어져 간다.

하나님나라의 지상의 모형은 교회인데 교회의 성장을 그 나라의 성장으로 생각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밭의 곡식이 어떻게 자라는지의 비유로써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가르치셨다. 그가 생각하신 그 성장은 가시적이고 물량적인 것의 성장이 아니고 사람의 심령의 밭에서 서서히 커가는 것이었다. 한국교회 부흥설교자들은 예수님의 이 밭농사의 비결을 잊어버리고 인공적으로 빨리 성장시키는 설법으로 설교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설법과 설교로 성공한 사람들이 명성과 함께 영화도 누리게 되었고 그렇지 못한 목회자들은 무능한 목회자처럼 간주되었다. 양의 문제가 질의 문제를 압도한 것이다. 대중성을 띤 한국교회에서는 부흥사들의 설법이 잘 먹힌 것이다.

2. 사랑의 영성과 경건

구약성경의 십계명의 요지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주로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치시고 그 사랑을 실천해 보이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자기를 희생시키셨다. 그가 아버지 되는 하나님을 사랑하였지만 자기의 그 사랑 때문에 자기를 희생시켜서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린다거나 그 결과로 자기가 영광스럽게 되는 것을 생각지 않으셨다. 그는 다만 자기의 희생으로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신 그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것이다.

중세교회는 사람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을 강조하여 가르치면서, 신자들이 세상도 멀리하고 자기도 미워하는 방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로서 금욕생활을 가르쳤다. 그리하여 가족을 버리고 수도사가 되든지 멀리 있는 수도원이나 교회의 신성한 유물과 성자들의 무덤을 힘들게 순례하여 그들의 본을 보며 그들을 숭상하게 하였다. 이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로서 일종의 공로가 되어 구원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가르쳤다.

이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행위들이 구원을 받는 데 필요한 공적이 되므로 열성을 다해서 교회의 미사에 참석하고 헌금하고 구제하고 교회의 모든 규례를 지키고 성직자들의 가르침에 절대복종하였다.

한국교회의 물량적 급성장도 교인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표시와 길로서 주일을 엄수하고 각종 헌금을 성의껏 하고 교회의 모든 집회에 많이 참석하고 교회봉사에 충성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에 이룩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행위는 경쟁과 비교의 방법으로 효과를 내는 것이었다. 교인들 사이에서 또 이웃 교회와 이웃 교파들 사이에서 비교와 경쟁이 심해 간 것이다. 교회급성장은 목회자와 교인들의 성공사례가 되었고 자랑과 칭찬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나라를 빨리 성장시키고 확장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교회의 외적 성장과 하나님나라의 성장은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하는 일에 등한한 한국교회 설교자들은 개교회와 개교파의 양적성장 목표 달성에 매달리면서 교회 주변이나 먼 곳에 있는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고 나라 안의 여러가지 사회적 혼란과 사회악에 희생된 사람들을 돌보지 못하였고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을 도외시함으로써 한국사회와 거리가 멀어졌다. 교회부흥이라는 교회산업화에만 골몰했다. 한국교회의 부흥과 급성장은 실은 한국사회의 산업부흥과 경제성장의 한 그늘이었기 때문에 나라의 경제가 불황을 맞으면 교회경영도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그동안 교회 성장과 부흥의 전성기는 교회분열과 교파분열의 암흑시대로 이어져서 한국교회의 사랑의 수난기가 왔었다. 불신 이웃에 대한 사랑은 고사하고 신자들 사이의 사랑도 식어가고 상실되어 갔다. 특히 칼빈주의 장로교파가 백여 교단으로 갈라졌다 하고, 복음주의의 이유로 갈라진 것이 많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사랑 이외에 무슨 복음이 있다는 말인가? 하나님의 사랑을 본받아 살지 못하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도 못하는 것이다.

3. 평화의 영성과 경건

그리스도교의 평화의 영성은 세상이 주는 것이 아니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있는 것이고 그 평화를 살리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경건이다. 이 평화는 세상의 정치권력이나 군대의 힘이나 경제력이 주는 평화가 아니듯 하나님나라와 교회 안의 평화도 교권이나 조직이나 재정의 힘으로 되는 평화가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평화는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치신 산상수훈과 교훈이 제시한 것처럼 사람의 심령 또는 심성에서 역사하여 생기는 평화이다. 산상수훈의 여덟 가지 교훈은 하나님나라의 평화의 헌장이며 그것에 이어져 있는 예수의 비유와 가르침은 그 헌장에 따른 실정법과도 같은 것이다.

교회에 평화가 없으면 친교가 깨지고 친교가 깨어지면 분열이 생긴다. 교회의 가시적, 물량적 부흥과 성장의 방법을 강조하다가 마음의 평화를 설교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대인들을 보시고 예수님이 말씀했듯이 저희가 평화의 권고를 듣지 못했다. 그리하여 교회당 건물 옥상에는 십자가가 붙어 있지만 교회당 안에서는 평화롭지 못하고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그 분쟁이 교회 밖으로 번져 세상 법정에까지 가서 법정을 소란케 했다. 한국교회는 그 자체의 내분문제를 해결할 교권이나 교회법의 권위나 힘이 없어지고 세상법이 교회를 다스리게 되었다.

불교는 설법 때마다 사람의 마음의 세계를 마치 심리학 강의처럼 분석하고 해석해서 불심을 배워 고뇌를 해결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한다. 유교는 중용을 미덕으로 가르쳐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편파적 사고나 행동을 피하게 한다. 가톨릭의 미사는 매번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십자가에서 죽기까지의 그의 일생을 신부가 집행하는 의식과 독경과 찬양과 기도로 회상 또는 재연시키다가 골고다의 십자가 죽음을 미사의 클라이막스로 삼아 그의 피와 살을 받아 먹게 한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 부흥사들과 설교자들 중에는 어떤 대목의 문제 한 가지를 들고 나와서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편협된 이론으로 설교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들의 드리는 예배가 자기들의 교회가 계획한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 되게 하여 교인들로 하여금 예배가 싫증 나게 만들었다.

맺는 말

우리들이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이 언제나 기뻐 받으실까? 아벨의 제사를 받으시고 가인의 제사는 물리치신 하나님의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가인은 하나님을 장자를 축복하시는 분으로 알고 자기의 제물을 기쁘게 받으실 줄 알고 자만심을 가지고 드렸을 것이고 아벨은 차자로서 드리는 자기 제물을 받으실 지 걱정하면서 정성껏 겸손하게 드렸을 것이다. 한국 교계의 각계각층에서 장자연하는 교만스러운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하나님의 은혜는 조건 없이 주시는 것이고 하나님은 죄와 허물을 뉘우치는 겸손한 사람들에게 구원의 은혜를 베푸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를 사랑하여 큰 공적을 세우기를 원하지 않으시고 우리가 자기의 사랑을 체 받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본받아 이웃에게 그 사랑을 갚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하나되어서 서로 위하고 섬기며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하나님나라는 평화가 없는 어지러운 곳에는 없다고 바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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