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나님,
오늘 이른 아침, 저희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이며 목사님이신 서남동 목사님의 사모님, 박 순리 여사님을 하늘나라에 계시는 목사님 곁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서 남동 목사님은 27년 전에 먼저 저희들 곁을 떠나셨지만, 사모님은 가장의 빈 자리를 지키시며 외롭고 힘 든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1남 2녀를 낳으시고 정성으로 길르신 사모님은 훌륭한 어머니셨습니다. 사모님은 우리나라의 으뜸 가는 현모양처였습니다.
그러나 사모님의 90년의 삶은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고난과 가난과 전쟁의 아픔을 온 몸에 지니고 살아 오셨습니다.
신학공부를 한 학자의 아내로 평생을 가난하게 청빈의 살림을 꾸려나가야 했습니다. 목사의 아내로서 목사 사모의 어렵고 힘겨운 삶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해직교수로 정치범으로 감옥에 드나들고 고문 당하고 재판 받고 형을 살고 나왔어도 항상 감시를 받으면서도 민주화와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서,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서 일하신 남편, 민중신학자와 함께, 사모님은 한국민중의 고난의 길을 걸어 오셨습니다.
사모님은 서 남동 목사님을 감시하는 정보원들이나 형사들이 댁으로 찾아 와도, 목사님을 따르는 제자들, 친구들, 동지들이 찾아 와도, 한결 같이 조용한 미소로 대접해 주셨습니다. 사모님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였습니다.
사모님,
아득한 옛날 이야기들이지만, 목사님이 그토록 떳떳하고 꿋꿋하게 살고, 말하고, 외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사모님의 그 깊은 사랑, 그 인내심, 그 조용한 미소의 힘이었다고 저희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이세상의 무거운 짐들을 모두 내려 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서목사님을 만나, 하늘의 상을 받으시게 되었습니다.
사모님, 안녕히 가십시오.
이제 저희들, 여기 남은 유가족들 지켜 주시고, 서 남동 목사님의 뒤를 따라, 우리 사는 세상을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 보려고 힘쓰고 애쓰는 제자들, 후배들, 친구들, 동지들---우리 모두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사랑의 하나님,
주님 오시는 날,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그날, 우리 다시 할레루야 찬송 부르며 만날 때까지,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십자가를 이기시고 부활하셔서,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서남동 목사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사람
서 광 선
2011년 11월 12일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