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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헌 칼럼] 동성애와 이성애의 성적 기호

최의헌 · 심리상담연구원 '나무와 새' 원장

지난 칼럼에서는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성적 기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로 하자.

성적 기호란 무엇인가? 한 남성이 남성을 성적 기호로 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가 자신을 남성으로 여기고 있다면 의미상으로도 동성애에 합당하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고 있다면 의미상으로는 양성애에 해당한다. 특이한 발상을 해보자면 어떤 남성이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고 있는데 성적 기호는 동성애를 지니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외견상 그는 남성이면서 여성을 좋아하니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일 것이다. 성적 기호는 말 그대로 성의 만족을 위한 대상을 누구로 삼느냐의 주제이다.

▲심리상담연구원 '나무와 새' 최의헌 원장
대다수는 이성애를 추구하며 일부는 동성애, 양성애, 기타를 추구한다. 미국 통계 요약 2012 보고서에는 18~44세 중에서 여성의 4.6%와 남성의 2.8%가 동성애 혹은 양성애의 성적 기호를 나타냈다고 한다. 성적 기호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연구는 단연코 프로이트이다. 그는 리비도(Libido) 개념을 통해 인간이 태어나면서 성욕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가 말한 성욕은 성인이 성관계를 통해 만족을 얻는 수준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무난한 표현으로는 삶의 욕구(Life instinct)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리비도가 성인기에서는 우리가 아는 성욕으로 나타나는데, 그 나이에서는 생식을 통한 종족번성이 삶을 유지하는 동물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리비도는 어릴 때에는 입, 항문, 남근에 집중되는 각각의 시기가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아는 이성애의 성적 기호는 리비도가 태어날 때부터 점차 변천되어 성인기에서 이루어지는 최종적인 산물이며 그 전 단계에서 리비도는 성의 개념도 다르고 자극의 부위나 대상도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대로 사춘기를 거치기 전에는 대부분의 아동들이 이성보다 동성에게 더 큰 친밀감을 갖는다. 청소년기에서 일시적으로 동성애의 기호를 갖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분석가 설리반은 사람의 심리 발달을 그 시기에 누구와 주로 어울리는가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기의 아이를 “chum period”라고 칭했는데 동성의 또래 친구와 어울리는 시기라는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비로소 이성에 관심을 가지는데 이 시기에는 “lust”, 즉 애욕이 추가된다고 하였다. 발달단계적으로는 만 7세까지 성장하는 중에 성정체감과 성적 기호의 기반이 조성되고 초등학교 연령 이후로 점점 구체화된다고 봐야겠다. 그 순서는 엄마사랑(:만3~7세), 동성애(:초등학교 시절 동성의 친구와 더 깊은 교류를 하는 chum period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성애(:사춘기를 넘어서면서 2차 성징이 발달하고 생식기능이 나타나면서 이성에 성적 반응을 나타낸다)의 순서를 밟는다. 이성애 전 단계의 성적 욕구는 성인이 이해하는 성적 욕구와는 형태적으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성적 욕구로 여겨지지 않으나 간혹 이 단계에서도 상당히 성적인 느낌을 주는 행동이나 관심이 관찰되기도 한다. 사실 그것은 본인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어른 관찰자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본인들에게는 아직도 차이의 분별과 생소함에 대한 호기심의 영역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성애가 나타나기까지는 성욕이라는 것이 그렇게 섹스 중심적이라기보다 친밀감 중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성애는 섹스, 이차 성징이라는 일련의 과정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의 지지하는 것일 텐데, 인간을 동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제 종족 번성이 가능해졌으니 삶의 욕구를 유지하기 위해 새끼를 낳아야 하는 본능적인 진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장수풍뎅이를 한 2년간 키운 적이 있었는데 얼마 안 되는 성충의 생활을 짝짓기에 몰두하는 본능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동물은 동성애가 없을까? 인간만이 동성애를 가지고 있다면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전적으로 다른 이유를 지능의 우수함 말고 동성애에서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성호르몬은 동물의 성호르몬과 동일하게 생식을 위한 신체반응을 유발한다. 그런데 인간은 본능을 본래의 부분과 분리하여 자율성을 확보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섹스도 다른 동물과 다르게 종족 번성을 위한 기능으로 제한하지 않고 쾌락을 위한 자율적인 요소로 독립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인류에게 성병을 위시한 다양한 성적 문제를 만들어냈으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애써서 독립시킨 자식이 사고를 치는 격이 아니겠는가.

사고 친 게 그 뿐이랴. 변태 성욕 혹은 성도착이라고 부르는 문제를 지닌 사람들이 정신과 진단에 합당한 전형적인 양상을 보일 때에는 그들은 일반적인 섹스에서는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 노출증 환자는 바바리맨이 되고, 관음증 환자는 몰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이성의 복장을 착용하거나 이성의 물건을 몸에 비비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면서도 막상 상대와의 진짜 성관계는 성적인 흥분을 갖지 못한다. 미국 통계조사에서 성적기호를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기타로 조사했다는데 이들이야말로 ‘기타’에 속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들의 심리는 무엇인가? 심리역동의 개념에서 간단히 말하면 이들은 “안전한 섹스(safe sex)”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에게 실제 성관계는 안전하지 못한 것이 된다. 아직 성경험이 없는 사람이 성관계에 막연히 갖는 성병을 위시한 다양한 불안, 여성의 임신공포와 비교할 때 안전하지 못하다는 공포는 동일하다. 심층적으로는 성에 대한 심리적인 상처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남녀관계의 왜곡을 의미한다. 실제 성관계에서 상처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교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성적 기호의 근원은 프로이트가 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이는 만 3~5세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 도달해서야 아이는 비로소 차이(difference)에 눈뜨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는 뇌의 기능이 그러한 능력을 행사하지 못하다가 이 나이에 와서 가능해진다. 그리고 만 3세에 도달하기 바로 전까지 아이는 엄마와의 분리-개별화 과업을 거쳐 이제 막 엄마로부터 독립한 시기인 셈이다. 이 시기 아이는 엄마 외의 다른 존재를 무수하게 분별해내기 시작하는데 그들은 나와 엄마 외의 제 3자들이고 그들을 상징하는 대표는 아빠이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 나와 엄마와 아빠와의 오묘한 관계를 상징하는 용어로 오이디푸스 신화를 차용한 것이다. 실제로 이 관계가 성정체감과 성적 기호의 근원이 된다. 성도착, 동성애, 양성애의 사람들은 이 시기 그리고 그 후의 몇몇 경험을 통해 흔히 수순대로 일반적인 경향을 좇아서 이성애로 가는 흐름을 역류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흐름이 안전하지 않고 위험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가정의 건강함이 한 사람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비교적 건강한 가정에서 생기는 동성애 성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쉽게는 그들에게 유전적인 동성애 성향이 더 강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고, 어떤 제 3의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성적 기호에 대해서 다음에 더 논의해보자.

최의헌 · 심리상담연구원 '나무와 새' 원장, 연세의대 외래교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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