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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헌 칼럼] 동성애는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최의헌 · 심리상담연구원 '나무와 새' 원장

동성애와 관련된 여러 주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동성애는 선천적인가 아니면 후천적인가라는 주제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칼럼의 일부를 반복해야겠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과 친밀해지려는 원초적 욕구가 있으며 그것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가족여부를 구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욕구는 인생을 살아가며 다듬어지면서 그 원초성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상은 이성의 애인 혹은 배우자뿐이고 그 외의 영역에서는 적당히 혹은 철저히 금지된다. 가장 심하게 금지되는 영역이 동성과 가족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 누구에게나 동성애와 근친상간의 욕구가 존재하지만 성장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철저히 차단된다. 우리의 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성적 기호는 선천적인 어떤 상태에서 다듬어지는 것이다.

▲심리상담연구원 '나무와 새' 최의헌 원장
그렇다면 동성애는 선천적인지 아니면 후천적인지가 답이 나온 것이다. 동성애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의 조합이다. 이러한 논증은 비유를 들 때 더 명확해진다. 예수님을 믿고 있는 지금 당신은 선한가? 아마 선뜻 대답을 못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하다고 칭할 만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죄인으로서의 굴레를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목표를 향해 사는가 아니면 본성에 충실히 사는가? 이 대답은 조금 쉬울 것이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산다. 선하지 않은 본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을 부인해가며 선한 목표에 우리를 담금질한다. 이 경우 본성과 목표는 서로 배타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성은 일반적으로 본성과 목표가 흡사한 것처럼 보인다. 곧 외형과 일치하는 성 정체감을 찾고 이성애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보다 복잡하다. 성 정체감과 성적 기호의 연결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나타낸다. 분량의 한계가 있어 이번에는 성 정체감을 우선 언급하겠다.

인간이 남성 혹은 여성이라고 정해진 최고의 선천성은 성염색체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다. 이는 2차 성징 시기에 호르몬의 차이가 극명해지며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2차 성징 이전에 이미 성기를 통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문화적으로 다듬어진다. 이러한 순탄한 흐름에서 어긋나는 예로는 염색체 이상이 대표적이다. XO 염색체는 터너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외형은 비록 여성이지만 가슴이 발육되거나 임신을 할 정도로 여성성이 발달되지 않는다. XXY 염색체는 클라인펠터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외형은 비록 남성이지만 가슴이 발달하고 고환이 위축되고 생식능력이 결여된다. 두 경우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외형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으로 성장하겠지만 2차 성징의 시기에 가면서 일종의 갈등과 위기를 맞게 된다. 좀 더 복잡한 경우도 있다. 외형상으로는 여성으로 컸는데 알고 보니 염색체가 XY 즉 남성성을 갖는 경우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염색체의 발현에 문제가 있어서 남성성 발달이 억제되다보니 외형적으로는 여성으로 크는 경우이다. 비슷한 이유로 한 사람의 몸에 남성성기와 여성성기가 같이 있는 경우도 있다. 염색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출생 전에 태아발달에 미친 영향이므로 선천적이라고 해야 한다. 이렇듯 동성애가 아니라도 선천적인 남성 여성성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예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출생시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는 대표적인 장기인 생식기의 발달은 Y염색체에 따른 능동적인 남성성 발현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발현이 안 되면 ‘자연스럽게’ 여성화된다.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설령 XY 염색체라고 해도 Y 염색체의 발현을 중간에서 차단하는 요소가 있게 되면 그는 이른바 ‘이상한 남성’이 되는 게 아니라 여성화되는 것이며 XO 염색체처럼 염색체가 부족해도 여성화되는 것이다. 남성을 양으로 여성을 음으로 부르는 것은 비단 성기의 모양에서만 아니라 발달생리적인 습성에서도 그러하다.

후천적인 즉 성장 배경에서 문제를 찾는 것은 심리상담의 영역에서 자주 접하는 내용이다. 사회 문화의 배경에서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성경에서 언급하는 식으로라면 “순리를 역리로 쓰는” 식이고, 다수와 소수의 구분으로 하자면 소수의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왜 역리로 가거나 소수의 방식으로 갈까? 거기엔 순리와 다수에 대한 심각한 반항에서부터 특이해보이려는 단순한 기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양극을 보자. 하나는 심한 거부이다. 이는 부정적인 경험에 따른 이차적인 반응이다. 주로는 부모와의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 자기의 성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온 것이다. 이는 부모 중 한 사람의 부재로 자기 성의 모본이 없었던 것과는 다르다. 전자는 대상이 있으나 부정적인 경험이라서 그에 반한 것이고, 후자는 대상 자체가 없어서 배울 기회가 초기에 박탈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특이함에 대한 호감이다. 남들이 다 하는 방식의 식상함과 거부감보다는 특이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큰 경우를 말한다. 이는 선천적인 경향이 좀 더 뒷받침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고유한 하나 혹은 소수만을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자기중심성이기도 하다.

후천적인 면에 있어서도 다소 흥미로운 점이 있긴 하다. 외형적인 성이야 출생부터 나타나지만 아이가 자기가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대해 깊은 자각을 하고 나와 타인이 성적으로 구별된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시기는 만 3세를 지나면서이다. 이 시기는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갈등이라고 부른 시기이다. 이 시기 아이의 뇌는 분별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므로 남녀의 구분만 아니라 사소한 여러 차이에 대해 왕성한 관심을 가지며 그것을 구분하고 분별하는 것을 재미 삼게 된다. 그 시기에서도 사실 아버지의 역할은? 별로 없다. 생애 초기의 중요한 시기를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라는 여성과 보내는데 그렇다면 대부분의 후천적인 성향은 여성성이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여성성은 남녀의 반쪽이 아니며, ‘여’가 기반(base)이고 ‘남’이 도드라짐(extra)이라고 해야 한다. 이는 선천적인 특성과도 다소간 일치하는 개념이다.

동성애를 언급하려면 지금 언급하는 성 정체감 발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기본으로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남성인지 혹은 여성인지에 대한 정체감에 따라 성적 기호를 어떻게 지칭해야 할지가 바뀌기 때문이다. 가령 외견상의 남성이 남성을 좋아하는 성적 기호를 가졌다고 하자. 그가 자신을 ‘남성’으로 여기며 남성을 좋아한다면 동성애라 하겠다. 하지만 남성을 좋아하는 자신을 ‘여성’으로 여긴다면 그는 외견상 남성이지만 심성적으로는 여성으로서의 정체감을 갖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겉과 속이 안 맞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 모두는 여러 상황에서 이런 부조화를 마치 조화로운 듯 포장하며 지내는데 심리적으로는 그러한 포장기술을 가리켜 ‘방어기전’이라고 부른다. 다음 시간에 지금껏 언급한 성 정체감에 성적 기호가 얹어지면 어떤 양상이 전개될지 이야기해 보겠다.


최의헌 · 심리상담연구원 '나무와 새' 원장, 연세의대 외래교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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