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연세대 신학관 예배실에서 열린 제51회 연세신학 공개강좌에서 권수영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목회신학)가 강연하고 있다. ⓒ베리타스 |
요즘 실천신학의 지평에서 간 학문 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서구 긍정심리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제시됐다. 18일 오후 연세대 신과대가 주최하는 제51회 연세신학 공개강좌에서 권수영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는 문화 보편성에 근거한 서구의 긍정심리학이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서구에서 발전한 행복의 긍정심리학은 특별히 내면을 중시하여 안정된 정서 상태를 행복감의 절대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보편적으로 보이는 이 정서가 보편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권 박사는 "한국인에게는 내면적 감정표현의 자유보다 공동체가 주는 안정감이 더욱 행복을 좌우할 수 있다"며 "서구 긍정심리학이 절대적으로 긍정하는 개인주의적 감정보다 타인지향적인 감정이 더욱 많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권 박사는 서구가 쉽게 범하는 우로 이분법적 도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긍정심리학의 발전은 서구 단일 문화적 틀 안에서 긍정과 부정을 나누기 마련이다"라며 그러나 "북미 문화권에서 가치 있게 여기는 개인의 감정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미성숙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구 긍정심리학이 긍휼이나 이타심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에 권 박사는 "이 같은 타인 지향적인 감정에 대한 연구도 결국 개인의 감정적 평안과 심신 건강에 유익하다는 결론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은 유의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서구 긍정심리학 얼마나 긍정적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한 권 박사는 이어 실천신학적 전망으로 "실천신학의 기능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만남의 경험과 인간의 신학적인 실천의 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라고 전제하고는 "혹자가 지적하듯 심리학의 무분별한 수용은 자칫 복음서의 예수를 오도하기 마련이다. 예수를 마술적인 치료사와 성공을 보장하는 부활의 주로만 보는 관점은 인간의 고통을 지고가신 메시야로 보는 시각을 무색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천신학자 하어트 앤더슨(Herbert Anderson)이 역설(paradox)를 ‘체계적인 모호함’(systematic ambiguity)라고 정의하며 "역설은 절대화 과정이 만들어내는 분리를 줄이고 매 순간 신비를 바라보도록 도전한다는 점에서 신의 축복"이라고 말한 데에 "서구 긍정심리학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지적해야 할 실천신학적 과제는 긍정과 부정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 보다, 긍정과 부정을 모두 내포하는 인간 삶의 역설을 품어내는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서구 심리학이 억누르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부정적인 감정은 불필요한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하도록 애써 돌보아야 할 무엇이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은 저 멀리 반대편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연속선상에서 서로 연관을 가지고 긴장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말이다.
권 박사는 "실은 부정적으로 보이는 감정도 일시적으로 불필요한 기능을 하는 긍정적인 감정인 것"이라며 "인간적인 행위와 실천에 관심을 가지는 실천신학은 단순히 인간적 삶을 부정과 긍정으로 구별하는 것보다 긍정과 부정 사이를 조율하면서 중용의 도를 실천하는 성육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디.
권 박사의 렌즈에 따르면, 예수가 공생에 기간 중 여러 사회적 약자들과 느꼈던 긍휼과 사랑, 그리고 종교적 위선자에게 느꼈던 분노와 절망, 그리고 십자가 도상에서 느꼈던 수치마저도 모두 종교적 실천을 위해 필요한 감정이었고, 결국 우리 인생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순과 역설의 경험을 그가 먼저 경험하시고 실천하면서 완성하여 가신 삶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한편, 이날 연세신학 공개강좌에서는 권 박사와 함께 마빈 스위니(MARVIN A. SWEENEY) 연세대 언더우드 석좌교수가 ‘THE TASK OF JEWISH BIBLICAL THEOLOGY’란 주제의 강연도 있었다. 사회는 전현식 교수(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부학장)가, 축사는 정석환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원장)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