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차별 철폐, 학생들의 양심 및 종교의 자유 등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의 이번 결정으로 이 조례안은 내년 3월부터 서울시 전국 초·중·고에서 일제히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는 19일 본회의에서 ‘서울 학생인권조례 수정동의안’을 찬성 54명, 반대 29명, 기권 4명으로 통과시켰다. 총 51개 조항 1개 부칙으로 구성된 이 조례는 전교조 서울지부를 비롯한 39개 시민단체가 함께 만들어 제출한 ‘주민발의안’에 담긴 내용을 거의 빠짐없이 반영했다.
그간 보수적 시민단체에서 문제시 한 성적 지향·임신·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제5조 1항), 종교의 자유(제16조), 교내 집회의 자유(제17조 3항) 등이 삭제되거나 수정되지 않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에 그대로 반영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 조례안의 통과는 학교 현장에서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고, 나아가 학대까지 받았던 소수자 학생들의 인권신장에 기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당초 주민발의안 제28조 2항에는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사회구조나 문화에 따라 누구나 권리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소수자 학생이 될 수 있음에 유념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인권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소수자 학생을 위한 진로 및 취업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분명, 빈곤 학생, 장애 학생, 한부모가정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 운동선수, 성소수자, 근로 학생 등 소수자 학생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판을 찍어내듯 동일성과 획일성의 원칙에 충실한 교내 현장에서 소외당하기 쉬운 약자들이다. 이번 조례안의 통과로 교내 발발 가능한 학생 ‘소수’에 대한 학생 ‘다수’의 횡포를 방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또 종교적 이념으로 설립된 종립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의무화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 수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 일이다. 기존 종립학교에서는 수십년 동안 ‘건학이념을 실현한다’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워 종교적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 학생들에게 종교 교육 의무화, 종교 교육 강요 등을 통해 학생들 개개인의 신앙의 자유를 억압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결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 '믿고 싶지 않은 종교'를 강요에 의해 믿는 것이 아닌 '믿고 싶은 종교'를 자유롭게 믿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내다본다. 종교 다원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사회 학생들이 직면한 종교 현실을 잘 반영한 조례안이다. 서울시의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