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인터뷰] "인간이 주체이듯이 자연도 주체입니다"

『생명생태신학』 펴낸 한국신학아카데미 김균진 원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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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제공)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예교수)가 생태계 위기 앞에 인간과 자연이 지배와 피지배 또는 종속 관계가 아닌 상호 주체로서 서로 의존하며 상생하는 세계에 대한 신학적 관점을 다룬 역작 『생명생태신학』(새물결플러스)을 최근 펴냈다. 다음은 저자와의 일문일답.

- 『생명생태신학』은 무엇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까?

본래 이 책의 제목은 "만물의 상생을 향한 생명생태신학" 입니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책의 목적은 자연 만물과 인간이 어떻게 상생하는 세계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를 신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자연에 대한 우리인간의 특이한 위치를 드러내는 동시에 자연 없이 살 수 없는 우리 인간의 자연의존성을 드러내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 『생명생태신학』은 어떤 구성으로 집필되었습니까?

제1부에서는 먼저 자연 생태계가 인간에 의해 파괴된 현실을 살펴보고,제2부에서는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의 원인이다 무엇인가를 기술하였습니다. 제3부에서는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의 정신적, 신학적 기초가 되었다고 지적받는 창세기 1, 2장의 자연관을 올바른 신학적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했고, 제4부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 곧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는 순서로 이 책은 구성되었습니다.

- 『생명생태신학』은 오늘날 생태계의 위기상황과 그 원인들로 인간중심주의와 인간의 무한한 욕심, 기계론적 세계관과 무신론적, 물질론적 세계관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특징과 상호 연관성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사실 인간중심주의적 사고, 기계론적 무신론적 세계관이 자연 파괴의 배경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독교의 많은 신학자들은 그동안 창세기 1, 2장에 나타나는 인간중심주의가 자연파괴의 원인이라고 노래해 왔습니다. 그리고 어떤 학자들은 인간중심주의를 대신하는 자연중심주의가 오늘날 생태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인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한계를 모르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파괴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을 알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침묵하면서 인간중심주의, 자연중심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는 학자들의 탁상공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간이 이기심에 변화가 없는 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파괴는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생명생태신학』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계속적인 창조에 관한 얘기도 있는데 저자의 창조신학은 유신진화론 입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독교 신자들은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이요, 자연은 인간을 위해 하나님께서 지으셨다는 생각에 너무도 익숙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 정복자로 보고, 자연을 피지배자, 피정복자로 보는 시각에 매우 익숙한 것 같습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 시각 역시 인간의 이기심의 산물이지요. 만일 자연의 사물들이 "나는 지배자 인간을 위한 피지배자로 지어졌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너무도 억울해 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 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지배자-피지배자", "정복자-피정복자"라는 구도를 깨뜨리고 상부상조하며 상생해야 할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나는 "유신진화론"이란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 중에는 자기의 믿음에 어긋난다고 보이는 신학자의 이론에 "유신진화론" 등의 딱지를 붙여 이 학자들을 비난하고 정죄하고 심지어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상식 이하의 일들을 행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믿음은 믿음이지 "사실"(factum)이 아닙니다. 만일 믿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실을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어떤 기독교 자도자들은 자기가 믿는 것 곧 "믿음"을 "사실"이라고 우기면서, 자기의 믿음에 어긋나는 것을 정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유신진화론"이란 딱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창조를 믿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는 지금 우리가 보는 세계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람의 얼굴 모습과 몸의 형태도 자연 환경의 조건에 따라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육식을 하는 종족은 상체가 짧아지는 반면 하체가 길어지고, 초식을 하는 종족은 거꾸로 된 몸의 구조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하신 세계는 그 이후부터 오랜 역사의 과정 속에서 차츰 변화되어 왔고 태초보다 더 풍요롭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구의 표면도 차츰 변화되고 있습니다. 화산 폭발에서 우리는 이것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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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새물결플러스)
▲『생명생태신학』 겉 표지

- 자연을 소유나 지배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상대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본문 중에는 "자연도 주체성을 갖는다"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자연이 더이상 수단이 아니라 목적임을 선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주체-객체라는 주객도식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의 말에 불과합니다. 모든 인간은 단 하나 밖에 없는 고유한 주체라면, 자연의 사물들도 주체라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인 나는 주체이고 자연은 객체라고 보는 것은 인간의 이기적 행위에 불과합니다. 내가 주체라면, 너도 주체입니다. 인간이 주체라면 자연도 주체입니다. 자기를 주체라고 부르면서 자연을 객체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의 주체성에 대한 폭력 행위입니다. 우리는 자연도 그 자신의 주체성을 가진다는 관점에서 자연을 보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자체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나에 대한 대상으로 보니까 자연을 쉽게 파괴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인간을 주체로, 자연을 주체에 대한 대상으로 보는 인간의 주객도식도 인간의 이기심의 산물입니다. 곧 자연을 지배하고 자연으로부터 유익한 것을 얻고 자기의 힘을 신작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산물입니다. 이 이기심을 포기할 때 우리는 자연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주체성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환경 단체들은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해 탈중심주의를 저마다 부르짖고 있습니다. 인간중심주의도 자연중심주의도 거부하는 『생명생태신학』에서 저자의 탈중심주의에 대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환경단체들이 말하는 "탈중심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탈중심주의는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있어 어느 것이 중심이고 어느 것이 변두리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어느 짐승도 나는 자연의 변두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은 중심과 변두리라는 자리매김 없이 더불어 살도록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 사랑이신 하나님에게 어느 것은 중심이고 어느 것은 변두리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인간만 특별히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지으신 모든 사물들을 똑같이 사랑한다고 믿습니다. 이런 뜻에서 탈중심주의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양자이론의 생명생태신학적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자이론 중 생태신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특징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으신가요?

우리 인간은 자기가 만든 법칙 혹은 자기가 아는 법칙에 따라 세계를 파악하려는 습성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법칙은 절대 변할 수 없는 절대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교리도 절대 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영원한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 외에 세상에 절대 진리란 없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우리가 아는 것은 모두 부분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자이론은 세계의 사물들에 대한 자기의 인식을 절대 진리라고 고집하는 것을 깨뜨려버립니다. 제발 "절대 진리"라는 말을 삼가해 주십시오! 절대 진리라는 말은 우리의 상식에도 어긋나고 사도 바울의 가르침에도 어긋납니다. 양자이론은 이른바 "절대"라는 말을 깨뜨립니다. 세계는 결정된 것, 우리가 어떤 법칙이나 믿음에 따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미래를 확정할 수 있는 미결정성, 개방성 자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합니다. 어떤 물리학자는 세계를 "안개"와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신"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는 우리에게 여전히 "신비"이고, 이 신비 앞에서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양자이론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 말보다는 행동이라는 말이 있듯이 생태 위기 문제에 있어서는 실천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저자만의 고유한 프락시스가 있다면 무업니까?

저는 환경운동가가 아니기 때문에 생태계 위기 극복을 위해 특별히 행동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자연친화적 생활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무한한 소유욕을 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가진 재산이라고는 빌라 한 채와 자동차 한 대, 장례식에 사용될 수 있는 약간의 예금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금궤나 금고도 없습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 이상의 욕심을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더 많은 소유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자연파괴를 초래하니까요. 더 많은 소유에 관심하기보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위해 나에게 주신 사명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지금 "니체의 사상과 기독교"란 제목의 책을 준비 중인데, 이 책도 우리 민족과 하나님 나라를 위한 나의 사명이라는 마음으로 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도 반자연적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무릎 때문에 자유롭게 걷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자동차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도 포기할 때가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각종 소비를 가능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전기 소비, 물 소비, 기타 소모품 소비를 줄이는 데 신경 쓰고 있습니다. 새 옷이나 새 구두를 사는 것을 피하고 옛날에 입던 옷을 입으려고 노력합니다. 지금도 내 옷장에 걸린 대부분의 옷들은 15년 전 정년퇴임하기 전부터 입던 옷들입니다.

세상 떠날 때는 빈 손으로 떠날 것이므로, 빈 손 들고 떠날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만일 내가 먼저 죽거든 묘지를 만들거나 납골당 이용하지 말고 뼈를 자연 속에 뿌리든지 아니면 수목장을 해 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습니다. 내 영혼은 하나님께로 돌아가고, 내 몸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입니다.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쓴 책들과 내가 행한 약간의 작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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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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