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경재 칼럼]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린 조문외교의 덫을 치워버리자

깊고 멀리 역사를 내다보는 한민족이 되어야 산다

조문외교의 우스꽝스런 표현을 외국인 눈으로 본다면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1958년 8월, 함석헌 옹은 장준하씨가 발간하는 월간지 ‘사상계’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제목의 유명한 논설문을 발표했다. 그 글 때문에 함석헌 옹은 자유당 이승만 정권치하에서 필화사건으로 끌려가 20일간 감옥생활을 했다. 감옥에 갇힌 이유인즉 멀쩡하게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실재를 부정하는 문구로서 “우리는 나라 없는 백성이다”라고 표현했다는 이유였다.  그 표현이 나오는 문단을  아래에 인용해 본다.

“남한은 북한을 소련 ∙ 중공의 꼭두각시라 하고,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꼭두각시라 하니 남이 볼때 있는 것은 꼭두각시뿐이지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나라 없는 백성이다. 6.25는 꼭두각시 놀음이었다. 민중의 시대에 민중이 살았어야 할 터인데 민중이 죽었으니 남의 꼭두각시 밖에 될 것이 없지 않는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죽음 이후, 한국 정치사회에서 왈가왈부하는 소위 ‘조문외교’의 적절성 여부 논란을 듣고 있노라면, 1958년 함석헌 필화사건의 본질이 조금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소위 대한민국 정부를 대변한 통일부장관의 ‘조의 담화문’의 어색한 표현은 “북한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 하면서도 엄연히 유엔 회원국으로 등록되어 있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국가정부의 실체를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북한 정권핵심부가 충분하게 느끼고도 남을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응하려면 분초의 시간이 바쁠 터인데, 12월 21일 청와대에로 한국 7대 종단 대표들(?)을 초청하여 김정일 전 북한지도자 사망 이후 남한 정국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고 보도 되었다. 대통령과 종단 지도자들과의 간담회라고 하지만 “국론분열을 종교계가 막아달라는 것”이고 ‘바른 국론통일’이란 정부의 입장임을 전제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미숙성하고 비합리적인 ‘조문담화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국사회의 소위 진보와 보수 양진영의 견해를 ‘국론분열’로 생각하는 것이 대통령의 시각인 듯 하다.        

정치의 기초도 모르는 신학교 퇴직교수가 현재 진행 중인 ‘조문외교’를 둘러싼 정치외교군사 문제와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한마디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와 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허심탄회한 내속에서 울어 나오는 양심의 소리를 못 들은 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최고 지도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그리고 뒤늦게나마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미국 힐러리 장관까지 정치적 실체로서의 북한 정치지도집단의 현실을 인정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각국의 국익을 챙기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취하고 있는데 비하여, 대한민국 정부의 시대착오적이고 대승적이지 못한 궁여지책의 논리와 대응방식에 실망을 넘어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외국인 제3자의 눈으로 본다면 MB정부의 ‘조문외교’와 ‘대북외교관계’가 국내의 국론분열을 막기 위한 절묘한 지혜로운 조처라고 생각할 것인가? 정반대로, 어리석기 그지없고 세계 돌아가는 정세에 어둡고 주체성 없고 스스로 만든 옹졸한 냉전시대의 정치이념 논리의 덫에 걸려 운신을 못하고 피 흘리는 불쌍한 고라니나 멧돼지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무엇이 근본문제이며 우리를 옥죄이는 덫인가?

우리가 바보가 아닌데, 왜 우리는 세계인들의 조롱대상이 되어야 하며, 덫에 걸린 짐승처럼 신음하며 피 흘리며 남북이 이렇게 자해적 정치행동을 하는가?  “근본이 풀리면 길이 생긴다”(本立而道生)”고 옛글에서 성인은 말했다. 오늘의 얽히고설킨 논리와 정치적 입장을 잠깐 놔두고 그 누구도 부정 못할 실체적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멀리까지 뒤돌아보는 것은 그만두고, 남한과 북한은 동시에 유엔에 1991년 9월 가입한 독립된 국가요, 북한과 국교를 맺고 있는 나라는 영국을 비롯한 150여개국 이라는 것이 정치적 현실이다. 이 엄연한 정치적 현실은 개인적으로 싫거나 좋거나 부정할 수 없는 실재적 사실이다. 아무리 7천만 한 핏줄을 말하고, 유구한 5천년 역사를 말해도 지구촌의 유엔가입국 150 나라 이상의 국가들은 한반도에 두개의 국가가 엄존하고 있다는 것을 공인한다.

문제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남북한 당국자들이, 특히 냉전시대 정치이념으로 오랫동안 세뇌되어 온 자칭 애국자들이, 대체로 그들은 남쪽이나 북쪽이나 군사모험주의자들이요 남한정치체제에로 흡수통일 아니면 남조선을 해방시켜 통일하겠다는 허황된 꿈을 지닌 자들인데, 이들이 문제이다. 도대체가 한반도를 둘러싼 5개국들은 정치적 실체로서 싫든 좋든 존재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국호를 지닌 최고통치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글자그대로 국가 외교적 차원에서 정부로서의 ‘애도, 조문, 위로’를 표하는데, 대한민국만 아니하는 것이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만든 ‘이념적 정치논리 덫’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두 손바닥이 부딪히기 때문에 소리가 나는 법이다. 60년 전 함석헌 옹이 글 쓸 때만이 아니라, 2011년 지금도 남북한은 서로를 정당한 독립국가 자격을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정부임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모순을 스스로 겪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반공주의로 머리가 굳어져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들이 역사의 물결 밖에서 초연하게 살고 있는 유령들이 아니다. 지금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MB정권시대 이지만, 싫든 좋든 김대중 대통령 시대와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거쳐 이어 나온 정권이다. 그리고, 그 두 정부 시절 북한정부 당국자, 그 대표는 타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는데, 소위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고, 정치적 경제적 남북 교류협력의 기조를 놓아온 장본인이다. ‘개성공단 개발사업’이 그러한 결실 중 하나이다. 금강산 관광객 민간인 살해사건이나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아무리 얼어붙었다고 해도, ‘인간죽음’ 이라는 가장 엄숙한 사건 앞에서는 싸우던 삿대질도 잠깐 거두고, 퍼붓던 욕설도 그치고, 들었던 돌멩이도 내려놓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다. MB 정부는 통일부장관의 ‘조의 담화문’이 절묘한 외교적 수사학의 발표문이라고 자화자찬할 것 아니라, 사람됨의 기본 도리에 실패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사과하고 뉘우쳐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있고,  시련의 시대는 돌파의 기회가 된다              

2011년 연말의 지구촌 뉴스들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의 국방위원장이자 총서기인 김정일의 죽음을 각국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으로 알리는 국제적 뉴스가 되었다. 세계 70억의 눈들이 본래 한민족 한 국가였으나 2차대전 후 분열된 한반도 두 개 국가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과 사상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장례식이 끝나면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에 의해 자국 내 정치안정과 세계국가들과의 관계정립에 나설 것이다. 29세 젊은 김정은이라는 현재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부원장을 대표로하는 권력질서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북한 내 정치 갈등이나 투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북한 내 국내사정이다. 북한이 금시 붕괴될 것이라는 허황된 망상을 접고, 점진적 민족 화해 ∙ 협력  ∙ 통일 이라는 대도를 함께 더불어 조금씩 조금씩 전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깊고 멀리 역사를 내다보는 지혜로운 한민족이 되어야 한다. 희망의 새해를 바라보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향후 남북관계에 대하여 가장 기본적인 자세 5가지를 다짐해야 할 것이다.
 
첫째, 지구촌과 인류문명자체가 ‘생명은 유기체적으로 얽혀있는 하나의 생명체’임을 자각해가고 있다. 이제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특히 남북한 양진영의 전쟁 모험론자들의 경망한 발언과 행위를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민족지성의 힘으로써 그들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지금은 1950년 한국 전쟁 때와는 다른 상황이다. 남북한 군사력과 배후의 미중 군사력은 공멸하는 자살적 전쟁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세계사에서 전쟁발발은 0.01% 우발적 사건에 의해 일어났음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둘째, 남북 정치 책임자들은 남북 국민상호간의 교류 소통 협력 화해사업을 곧바로 재개하도록 봉사해야 한다. 소위 남북한 공히 ‘국가안보’를 빙자하여 국구 주권자인 국민의 상호교류 소통 협력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일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식량 위기난을 극복하도록 정부와 민간단체는 적극 노력해야한다.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어린아이들을 살려내는 일이 허울 좋은 이념적 국가논쟁 보다 백배 더 가치 있는 일이다. 그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셋째, 본론에서 강조했지만, 남북한 당사자들과 국민 모두가 상대방을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인정하고 보다 성숙한 정치의식을 가져야한다. 끄덕하면 구태의연한 냉전이념으로 상대방을 매도하는 언어적 테러를 극복해야 사회가 발전 한다. 특히 한국 보수언론 단체들과 한국 보수기독교 지도자들의 맹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도회 때마다 통일을 위해기도 한다면서, 통일되면 자기교파 교회당 세울 궁리나 하고 옛날 자기 농토문서에 의거해 빼앗긴 토지나 되찾으려는 어리석은 망상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
 
넷째, 정말 어려운 문제는 북한사회가 그야말로 독특한 사회주의국가로서 종교 아닌 종교적 기능을 하고 있는 권력과 사회 집단적 이념이 유기적으로 혼합된 사회라는 점이다. 북한의 정치적 집단지도층이 말하는 ‘우리식 사회주의 국가’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북한사회의 그러한 독특한 삶의 방식을 지구촌 문명사회에서 닫혀진 사회로서 계속 고립시켜 갈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인민들에게 지구촌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알게 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휴전선에서 고무풍선에 달러화폐와 물품과 정치선동을 하는 유인물을 날려 보내는 호전적이고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를 이명박 대통력은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
 
다섯째, 그리스도인의 신앙에 의하면, ‘생명∙평화∙정의’가 점증되어가는 하나님의 나라 운동이 역사의 고난을 통해서도 지속되어 간다고 고백한다. 근대 인류사회의 공동 목표인 프랑스 혁명의 이념으로 거명되는 ‘자유, 평등, 박애’ 세 가지 가치 중에서, 인류는 지금까지 ‘자유가 먼저인가 평등이 먼저인가’로 투쟁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혁명(1789) 이후 인류의 경험은 ‘박애’라고 부르는 보편적 인류애 없이는 ‘자유와 평등’은 갈등관계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남한의 자유와 북한의 평등은 ‘박애정신’이라고 포괄적으로 표현된 남을 배려하는 사랑의 정신으로써만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고 남북한의 평화교류와 마침내 통일에로 나아가는 바른 역사의 대도를 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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