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영국교회 쇠퇴가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은

[기획]한국교회여 미래 사회를 대비하라 7 최종편

120년 안팎의 짧은 역사 속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개신교. 당시 초기 선교사들은 복음전도와 함께 한국사회 발전의 동력이 된 교육과 의료, 지역사회 봉사 등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 때문인지 교회는 교회 안 성도들 뿐 아니라 교회 밖 국민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개신교의 고속 성장은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피폐해진 국민들의 마음 속에 미래와 소망을 불어 넣으며 본격화됐다. 상처 받은 영혼들의 가슴을 달래주며 사회 재건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 든 교회는 국민들로부터 한층 더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되었다. 특히 과거 70,80년대에는 하루에 6개 교회 이상이 새롭게 개척되는 등 교회성장이 가시화 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개신교인들은 당시 민주화 투쟁 최전선에 포진해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목소리를 높여 ‘교회성장’과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지나친 개교회주의 그리고 지나친 사회참여 등으로 교회 안팎에서 비판을 받던 한국교회는 침체기로 돌아섰고, 2000년대엔 침체기를 넘어 쇠퇴 일로에 접어들게 됐다. 얼마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만이 한국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한국 개신교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만큼의 신뢰를 잃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 개신교가 신뢰를 잃은 그 이면엔 무엇이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그 첫째도 둘째도 사회와의 소통 부재를 꼽았다. 과거 어려운 시기 때마다 사회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국사회를 선도하며 비전을 제시해 왔던 한국교회는 언제부턴가 사회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기 바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라’는 교회의 목표가 재설정된 시점에서 본지는 (사)기독교산업사회연구소(소장 박찬식)와 함께 총 7회에 걸쳐 한국교회호의 방향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제7부
영국교회 쇠퇴원인과 한국교회 방향


Ⅰ. 들어가는 말

보통의 한국 사람은 영국을 기독교적 문화와 유산, 전통을 가진 나라로, 한 때는 세계를 지배했던 영광의 역사를 가진 나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한국인들이 현재도 선진문화 습득과 교육을 위해 영국으로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과연 영국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어떤 나라이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영국은 제대로 이해되고 있는가? 영광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현재의 영국교회의 문제점을 살핀다면 어떤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사회 및 선교환경 연구에 영국교회 연구가 왜 필요한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해보게 된다.

지구 반대편 먼 대서양의 섬나라 영국교회의 현황이 한국교회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쉽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영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분석한다면, 우리들의 선입관이 얼마나 잘못되고 오래된 정보에 근거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한 때 제일 많은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의 나라가 어떻게 100년도 안되어 쇠퇴해 버렸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에서 교회의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복음의 능력을 상실해 버린 교회, 그런 영국교회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으며, 영국은 선교지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영국교회의 쇠퇴 원인을 쉽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그 내용 중에는 현재의 한국교회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신앙적인 메시지가 있다.

먼저 영국교회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교회의 독특한 특성과 역사적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성공회로 대표되는 국가교회의 탄생배경과 특성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Ⅱ. 영국교회의 이해

영국교회사의 연구방법론에는 크게 국가교회인 성공회 관점과 개혁주의 관점이 존재한다. 이 두 흐름에 대한 차이와 특징을 이해할 때 영국 교회사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영국 교회사는 아래와 같이 5가지 시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로마와 앵글로 색슨 시대, 둘째 중세시대, 셋째 종교개혁과 그 후 시대, 넷째 산업시대, 다섯째 현대 시대이다. 그 내용은 간략히 아래와 같다.

1. 로마와 앵글로 색슨 시대

기독교가 처음 영국에 전파된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원전 55년 로마의 시저가 영국(브리튼) 섬을 침공한 후, 그 곳을 브리태니아로 불렀으며, 당시의 원주민들은 켈트족으로 알려져 있다. 5세기 초에 로마가 브리튼 섬을 떠나고, 대륙에서 앵글로 색슨 족이 건너오기 시작했다. 11세기 노르만의 정복왕 윌리암이 영국을 침략하기 전까지 브리튼 섬은 앵글로 색슨 왕국이었다.

영국을 개종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교황 그레고리(S. Gregory, 540∼604)인데, 영국을 기독교화 하기 위해 597년 어거스틴을 포함한 선교단을 파견했다. 이때부터 영국은 켈트 기독교에서 로마화된 기독교로 변하게 되었다. 8세기 말부터는 북유럽 해적인 바이킹이 영국을 침략하여 혼란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1066년 노르만인 윌리암이 영국을 정복한 후 영국교회는 역사상 큰 변화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2. 중세 시대

노르만 정복이 영국에 가져다 준 가장 큰 영향은 대륙교회와 특히 로마교회와의 일체감을 더하게 한 것이다. 14세기 영국은 흑사병, 폭동, 과중한 세금 등으로 불안과 두려움의 불행한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주후 종교개혁에 영향을 준 존 위클리프가 나타나 부패한 교회를 비판하면서 영적, 도덕적으로 부흥을 일으키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은 그 후 약 150년 동안 영국교회사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1384년 존 위클리프는 죽었지만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책자들로 그의 사상과 신앙을 쫓는 평신도와 성직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국교회는 이것을 국내 문제로 여겨, 많은 신앙적 개혁가들을 이단이란 이름으로 화형을 시키기도 했다.

1500년대 들어서면서 소수의 교양있는 평신도들은 교회의 권력남용의 폐단을 인식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면서, 교회는 보수적이고 세속적이며 퇴폐적인 것으로 여겨 대대적인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은 종교개혁이라는 시대적 요청과 맞물리게 됐다.

3. 종교 개혁과 그 후 시대

이런 전후의 상황에서 헨리 8세(1509∼1547)는 정치적 이유로 로마교회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수장령(Supreme Head Act)’를 발표해, 천년 동안 이어온 로마의 관할과 통제에서 벗어나 영국 교회의 모든 권한을 왕 자신과 캔터베리 대주교에게 위임하는 국교회를 만들었다. 즉 국교회인 성공회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국왕의 수장권’은 대륙의 개혁가들의 사상이나 교리를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헌법 및 정치적인 것이었지, 신앙적 결과물은 아니었다. 그 후 엘리자베스 1세(1558∼1603)의 즉위로 성공회는 국민 통합과 여왕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도구로 사용되면서 확고한 종교적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첨예한 종교간 대립은 지속되었다. 첫째는 로마로 회귀하려는 집권층, 둘째는 대륙에서 온 개혁파들을 추종하는 층 셋째는 중세 때의 비리와 남용이 말끔히 씻고 개혁된 영국교회를 원하는 층이었다. 다시 말하면 로마와 화해하기를 원하는 보수파, 장로교 형태로 교회를 재구성하려는 진보파(개혁파), 그리고 애국심과 국민적 긍지에 따라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국교회파 등이 공존하게 되었다. 이는 사회적 분쟁을 불러오면서 종교적 갈등과 겹쳐 국내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여러 왕들을 거치면서 18세기 초까지 계속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이신론(Deism)이 등장해 기독교의 신앙과 진리를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4. 산업시대

19세기 영국은 역사의 전환기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많은 새 발명품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고, 농촌의 인력들이 대거 도시로 몰리면서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도시는 인구 과밀과 지반시설 취약으로 빈민가가 생겨나고, 새로 생겨난 노동자 계급은 기본적 생활조차 되지 않아 어린 아이까지 공장에 나가 일을 해야 했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은 정치적 변화의 종교적 개혁을 요구하게 되었고, 국외적으로는 1775년에 신대륙에서 독립전쟁이 일어나면서 식민지를 잃어버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영국교회는 국내외적인 엄청난 변화에 대처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성직자들은 불신의 대상이었고, 주교들은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세속적으로 타락해가고, 사회적 특권과 명예에 빠져있던 주교들과 상급 성직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영적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19세기 들어서면서 영국은 국가적으로 더 부흥하면서 교회도 엄청난 부흥이 일어났다. 이때가 바로 영국이 식민지인 아프리카와 인도로 많은 수의 선교사를 파송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공리주의 철학의 영향으로 교회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과학과 진보’의 길을 막는 장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독일의 영향을 받은 성서 비평가들의 성서본문에 대한 비평과 1859년 다윈의 ‘종의기원’의 출판으로 기독교 진리인 창조설과 성경의 무오류설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 일어났다. 제1,2차 세계대전은 영국교회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으며, 특히 1926년 총파업으로 산업분규가 극에 달아 실업과 빈곤이 뒤따라,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적 가치관과 신앙관은 급속히 쇠락하여 옛 관습과 가치들은 급속히 붕괴되면서 주일성수는 시들해지고 이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녀들은 종교 단체와의 접촉을 거의 끊은 상태에서 기독교 신앙의 교육 없이 양육되었다.

5. 현대 시대

이런 기독교 역사의 부정적인 현상들은 20세기 후반으로 이어져, 더더욱 영국 교회의 쇠퇴를 불러왔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는 전쟁이란 특수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았으나, 50년대, 60년대 이후로는 급속히 교회를 빠져 나갔다. 영국사회는 노동임금의 상승과 여가시간의 증가로 전 세대와는 다른 편이한 여가생활을 즐기게 되었으며, 자동차와 이동주택, 긴 휴가, 텔레비전, 가전제품 등의 출현으로 ‘인생은 짧으니 즐기고 보자’라는 식의 사고가 팽배하여 교회 생활을 등지게 되었다. 사회는 급속히 세속화로 빠져들었다. 교회 중심의 생활에서 인간 중심의 생활로 삶으로 변하면서 교회는 급속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1967년 낙태의 합법화, 1968년 동성연예의 비범죄화, 이혼의 법률화는 많은 동거커플이 생겨나게 하는 촉매역할을 했다. 이는 가족해체와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졌다.

즉 종교적 가치나 신앙보다는 현세적인 만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인본주의 세계관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던 것이다. 교회는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함으로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1904년 웨일즈에서 일어났던 부흥의 물결이 1세기도 안되어 그 동력을 잃고, 현재와 같은 영적 침체기에 접어든 영국교회를 바라볼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Ⅲ. 오늘 날의 영국과 교회 현황

여기서는 오늘 날의 영국 교회의 현실과 문제점을 다루어 본다. 다수의 영국인들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과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을 혼동하고 있다. 국가 인구통계가 71%를 기독교인이라 말하지만,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말하는 사람조차 대부분이 종교적이지 않으며, 종교에 무지하다. 그러므로 영국을 기독교적이라 말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옳지 않다. 우리가 기독교인이라 말할 때, 이는 기독교의 기본 신조나 진리를 믿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기독교의 신조나 진리의 수용없이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

2001년 7월 Vexon 통계는 이런 현상을 ‘실제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기독교들을 훨씬 적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매 주일에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은 전 인구의 6%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이런 현상은 국가 교회인 성공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명목상 교인이 가장 많은 곳은 성공회로 1995년 기준 약 2,670만 명이며, 그 다음으로 로마 카톨릭 교인으로 560만 명이었다. 전체 인구에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밝힌 71% 중에 64%가 명목 상 교인인 것이다.

2005년 Church Census는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500,000명이 주일 출석을 멈추었으며, 1979(12%), 1989(10%), 2005(6.3%)로 출석률이 계속 감소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데일리 텔레 그래프지의 종교 담당 기자인 조나단 피터는 ‘영국교회는 매주 1,000명이 사람이 교회에 가입하고, 2,500명의 사람이 교회를 떠난다’는 표현으로 영국교회의 쇠퇴를 표현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6%지만 교인의 비율에서는 29%를 차지하고 있어 교회가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로 영국의 수도인 런던의 경우, 영국전체 교회의 11%밖에 존재하지 않으나, 출석교인은 영국전체의 20%가 된다. 전 영국의 오순절 교인의 53%, 은사 복음주의 교인의 27%가 이곳에 모여있다. 이들의 57%가 20대들이다. 이런 사실을 놓고, 기독교 연구소의 국장인 피터 브라이어리는 “내 자신이 이 수치를 믿을 수 없어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는 말로 놀라움을 대신했다. 대부분의 정통적 교파들이 교인수가 감소하고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고령화되어 ㅏ는 영국교회의 현실. 오랜 기독교의 전통을 가진 교회가 왜 그리 쉽사리 복음의 생명력을 잃고 쇠락해 가는가? 영국교회의 쇠퇴는 우리에게 어떤 신앙적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 영국교회가 이렇게 되었는지, 어떤 쇠퇴의 원인들이 있었는지 함께 살펴본다.

Ⅳ. 영국교회의 쇠퇴원인과 그 문제점

19세기 전후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국가적인 영적 부흥이 일어났던 영국교회가 1세기도 못되어 왜 침몰했는지 그 쇠퇴원인들을 살펴보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교회에 매우 중요하다. 영국교회를 쇠퇴시킨 요소들이 한국교회에는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영국교회의 쇠퇴 원인들을 고찰해 봄으로써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영국교회의 쇠퇴 원인을 교회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나누어 생각해 본다.

1. 외적 요인

첫째는 교회의 사회변화에 대한 부작용이다. 1900년대 전후로 영국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교회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당시 영국교회의 중심이었던 농촌교회들이 급격한 산업화로 많은 농촌인구가 도시로 급속히 이동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어떤 대안과 신속한 대처도 없었다. 많은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서 도시내의 빈민가가 생기기 시작했고, 도시 이주민들은 생활고 해결을 위해 당연히 교회출석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도덕적 타락과 방탕이 일어났고, 시골에서는 인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교회의 신앙의 모판이었던 시골교회가 고령화되면서 도시로 밀려드는 인구에 대한 교회의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신앙생활을 멀리하며 현세적 가치에 무게 두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적절한 복음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둘째는 국가교회의 정치 도구화이다. 국가교회인 성공회는 신앙 수호나 복음 전파 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되었다. 당시 주교들은 사회적으로 상류계급에 속하여, 자신들의 명예나 부를 치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반면에 지방에 있는 성직자들은 화려한 생활을 하는 정치적 성직자들에 비해 기본 생활도 되지 않은 급여로 교회에서 봉사하였는데, 이는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조성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종교가 신앙적 양심과 결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강압과 신분 보장을 위한 도구로 변질되면서 영적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결국 국가교회는 하나님의 말씀보다 형식과 규례에 빠짐으로써 복음의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셋째로 경제적 부유와 인본주의 가치관에 의한 세속화이다. 특히 19세기부터 도시로 유입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전통적 신앙의 가치를 버리고 교회를 등지게 되면서 교회의 쇠퇴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의 뒤편에는 이신론과 이성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교회는 반감과 조소의 대상이 되어져 갔다. 이런 배경하에 1,2차 세계 대전을 치른 영국은 60년대 신앙적으로 가장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겪게 되었다. 즉 60년대의 비틀즈 문화와 미국에서 유입된 히피문화, 낙태와 동거의 합법화(1967), 보다 쉬워진 이혼법(1968)의 영향으로 기독교의 전통적 가치는 무시되고, 영국사회는 급속히 인본주의적 사회로 변화해 갔다. 이런 변화는 젊은이들의 마약복용과 성적타락을 가져오게 했고, 가정의 전통적 가치를 무시해 버리게 했다. 가장 큰 희생자는 기독교였으며 교회는 급속한 쇠락으로 이어졌다. 70년대 이후로 주 5일제 근무, 전자용품과 자동차 등장으로 개인 여가시간의 증가하게 됨에 따라 자신의 삶을 즐기려는 사회현상 이 일어났다. 이런 현상들은 교회이탈을 증대시켰다. 즉 경제적 부와 정치적, 사상적 자유가 신앙을 성숙시킨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가치를 조롱하는 인본주의적 세계관을 확대시킨 것이다.

2. 내적 요인

첫째는 교회 지도자들의 세속화이다. 오래된 기독교 역사를 가진 영국교회가 성공회를 통해 일찍이 국민을 정치적으로 통합하며 하나로 묶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종교적으로는 신념, 결단, 신조 없는 가장 많은 명목상의 교인들을 양성해냈다. 종교지도자들 중에는 기독교의 기본권리를 부정하며, 신앙적 헌신보다는 사회적 명예와 부를 위해 종교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종교지도자들의 세속화는 교회를 영적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쇠락하게 한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둘째는 교회내의 이성주의와 합리주의의 득세이다. 교회의 주인이 그리스도가 아니라 인간이 주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합리주의에 근거한 형식과 규례가 성령님의 역동적인 사역을 방해함으로써 사회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즉 프로그램 위주의 틀에 박힌 형식만으로 교회를 운영함으로써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이런 현상은 청년들의 수는 줄고 노령화되는 교회일수록 두드러진다. 교회의 변화를 주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회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며,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는 영혼구원의 열정의 쇠퇴이다. 성령의 능력 안에서 복음전파의 경건한 삶보다는 사회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교회사역의 방향을 변화시킨 것이다. 교회 본래의 사명인 그리스도의 복음전파와 말씀사역의 소홀은 곧바로 교인 감소와 교회 쇠퇴로 이어졌다. 한국교회가 복음전도와 선교의 사명을 등한시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교회의 쇠퇴원인은 세속화와 인본주의가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얼마나 큰 장애물인가를 보여준다. 특히 정치적 자유, 경제적 풍요, 사상적 자유는 인간이성과 능력을 극대화시켜 인간중심의 유토피아 건설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 끝으로 한국교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것들을 경계해야 하는지 기술해 본다.

Ⅴ.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 및 나아가야 할 방향

미래사회는 물질주의, 개인 이기주의, 사상적 자유, 경제적 부유함 등으로 전에 없었던 다양한 변화를 요구할 것이며, 이는 기독교신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네 교회의 반응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영국교회를 쇠퇴시킨 요소들이 한국교회에는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모든 교회는 부흥을 소망한다. 이를 위해 각 교회는 저마다의 프로그램을 갖고 복음전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문화사역, 가정사역, 전도사역, 선교사역, 봉사사역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세상과 접촉하려 한다. 이 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무분별한 세속적 가치의 교회유입이다. 즉, 이성, 합리주의에 근거한 세상적 가치관의 교회 침투이다. 교회의 머리가 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보다 인간의 계획이나 필요가 앞서는 것이다. 즉 복음사역이 성령중심에서 인간중심의 사역으로 변질될 때 교회는 생명력을 잃고 쇠퇴한다는 것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교회의 쇠락이 성령사역의 쇠퇴라 말할 수 있는데, 영국의 경우 오순절교회와 성령운동을 일으키는 복음주의 교회들만이 지난 20년간 계속해서 부흥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미래사회는 인간중심, 이성중심, 물질중심, 과학중심의 사회로 될 것이기에 인간 유토피아의 환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대로 교회로 유입되어 그리스도 없는 인간중심의 교회가 늘어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할 것이며, 교회에 세상적 타협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인본주의적 가치관의 영향으로 그리스도 중심의 경건한 신앙생활은 엄청난 도전을 받은 것이다. 세상으로부터의 도전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사상적 공격이 될 것이기에 교회는 깨어있어야 하며, 지도자들은 새 시대를 이끌어갈 신앙적 모티브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한 예로 60년대 영국에서 이루어졌던 동성연애나 동거의 합법화 등이 영국교회가 쇠락의 길로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열린 사회, 인권신장이란 이름으로 교묘히 포장될 인본주의적 행태들이 나타날 때 교회는 이에 맞설 확고한 성경적 가르침과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교회지도자들은 가속화될 인본주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우리의 신앙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성경적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영광을 위해 사는 것이지, 이 땅에서 인간 중심의 유토피아를 세우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이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다음은 경제적 물질, 물량주의 가치관에 의한 세속화이다. 하나님보다 경제적 자유와 부를 사랑하여 안락한 삶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등지게 될 것이다. 세상적 부와 권력을 쫓으며, 오락, 스포츠, 여행, 쇼핑 등을 중시하는 물질중심의 삶이 교회로 유입되어, 신앙적 경건한 삶보다는 세상의 풍속을 쫓는 현상들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세상에 팽배해 있는 배금주의 사상을 막아야 할 교회가 그것에 물들어 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들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그대로 이어져 하나님 말씀보다 인본주의적 가치에 의해 양육될 수 있기에 교회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교회가 공교육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Ⅵ. 나가는 말

영국교회의 쇠퇴 원인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교회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영국교회가 경험한 쇠락의 아픔을 겪지 않게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철저한 자기점검이 있어야 한다. 순교의 피로 세워진 한국교회는 주님 오시는 그 날까지 세계선교와 복음전파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기도의 불과 성령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하며, 인본주의의 세속화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 안양기 선교사

인하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국제신학대학원 대학교(M.Div.) 졸업
(사)한국기독교산업연구소 사무국장 역임
現 (사)한국기독교산업연구소 연구위원
現 서울 고려 외국인 신학교 교수
現 영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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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영성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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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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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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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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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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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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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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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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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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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