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불신과 오해의 벽 무너졌다…“우리는 하나”

개신교·천주교·정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18일 오후 4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맞아 모인 개신교, 천주교, 정교회 신자들은 나눠졌던 두 개의 십자가가 하나로 합쳐지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쁨의 박수를 쳤다. 3개 교단의 대표 목회자들이 강단에 올라 2미터 높이의 십자가 모형을 합친 것은 분열됐던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이번 기도회의 주제 ‘그 막대기들을 서로 연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 네 손에서 둘이 하나가 되리라(겔37:17)’를 연상케 했다.

4천여명의 그리스도인들은 서로를 향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고,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그러고선 기도회 전에 받은 ‘일치 나무 십자가’를 두개의 나무 막대기와 붉은색, 녹색의 실줄로 완성해 머리 위로 치켜들고 흔들었다. 이들은 다시 한번 환호했다. 불신과 오해의 벽은 무너져 내렸다.

ⓒ베리타스

“이제 저희는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하나가 되고자 하오니 저희를 도와주시어 미움과 불신을 버리고 진리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소서”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기도가 장중하게 드려졌다.

이날을 기념해 메시지를 전한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은 개신교, 천주교, 정교회 신자들을 모두 통틀어 “한 형제·자매”라고 일컬었다. 그는 “우리가 입은 옷은 서로 다르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드리는 기도의 형태와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한 목소리로 찬미하는 하느님과 우리가 전하는 복음은 결코 다를 수 없다”고 확신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삼환 회장도 설교를 통해 그리스도인들 간의 ‘일치’를 강조하면서 “한 형제”임을 분명히 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되기를 원하신다”며 “하나님의 은혜를 먼저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서로를 섬기고 서로 사랑하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설교했다.

1986년부터 일치 기도 주간을 지켜온 한국의 개신교와 천주교, 정교회는 이 순간 더욱 더 돈독한 유대감과 하나됨을 형성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위원회 총무 송용민 신부는 “이 일치 기도회가 교회 일치 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천주교와 개신교 지도자들은 이번 일치의 노력이 일회성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퍼져 나가 진정한 일치가 이뤄지길 기원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하나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희망”이라며 일치의 힘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길 바랐다.

“하나가 되는 상징적인 행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이제 모두가 하나가 됐다”고 말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사무엘 코비아 총무는 “여기에서 이뤄진 하나됨이 가정과 사회, 국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야 한다”고 했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기도회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교회한국대교구가 공동 주최했다. 이 기간동안 전세계 교회들은 한국에서 초안을 작성한 ‘공동기도문’을 놓고 기도한다.

특히 이 기도문은 남북평화통일을 중심으로 작성돼 전 세계 교회들은 남북의 통일을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하게 된다. WCC 코비아 총무는 “우리 교회 지도자들이 갈라진 십자가를 합친 것은 분단된 한국이 하나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세계 교회들은 오늘 이렇게 하나되려는 노력과 통일을 위한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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