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신약시대 방언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VS “없었다”

김동수 교수 논문 <방언의 기원>

신약 시대의 방언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VS 없었다, 무엇이 맞을까? 김동수 교수(평택대, 신약학)가 최근 논문 <방언의 기원 – 신약시대 이전에 방언이 있었는가?>에서 ‘없었다’에 한 표를 던졌다. 그는 많은 학자들이 헬라 종교와 유대교 문서에 나오는 현상들이 신약성서에 나오는 방언의 전조라고 주장하는 데 맞서, “그러한 현상들은 신약성서에 나오는 방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주장이 “방언의 기원을 주로 헬라 종교에서 찾아보려고 하는 대다수 신약학자들의 견해를 뒤집는 것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고대 이방 세계와 구약에서 방언의 기원 찾을 수 없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성령강림’. 신약성경에는 오순절 성령강림 때 방언의 은사가 나타났다고 기록돼 있다.

논문에서 그는 고대 이방 세계와 구약-유대교에서 방언과 유사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것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먼저 고대 이방 세계. 고대 이방 세계에서 방언과 유사한 언어가 발견된다는 주장과 관련하여서는 델피의 신탁, 디오니수스 제의, 그리고 헬라시대의 신비 종교 등이 주로 논의 대상이다. 그 중에서도 ‘델피의 신탁’은, 델피에서 피씨아(Pythia)라고 불리는 여사제가 아폴로 신전 제단에 올라가서 황홀경에 빠지거나 빠진 척하면서 신탁을 말하는데, 그때 종잡을 수 없는 말 혹은 불가해한 말을 한다는 것이다. 던(James D. G. Dunn) 등의 학자는 여사제의 입에서 나오는 신탁과 방언이 유사하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포브스(C. Forbes) 등의 의견을 빌어 “델피의 여사제가 신탁을 하는 방식은 방언을 말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여사제는 “약간 모호하게 말할 뿐이지 방언처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사를 구사한 것은 아니었다”고. 여사제의 신탁은 언어적으로는 명확한데 그 본뜻이 모호한 경우 즉 그 말에 은유와 비유가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어떤 경우에건 그것은 헬라어였던 반면, 바울이 말하는 방언은 마치 배운 적 없는 외국어처럼 그것을 언어적으로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였다는 설명이다.

또 여사제의 신탁과 방언은 그 방향과 목적에 있어서도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여사제의 신탁은 “신의 뜻을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반대로 바울의 방언은 “신께 신자가 기도하는 것”이다.

이어서 ‘디오니수스 제의’가 검토됐다. 디오니수스 제의는 시빌 제의와 더불어 헬라 제의 가운데 방언과 유사한 현상으로 흔히 지목된다. 이 제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울부짖음과 광란이 있었는데 이것이 방언을 말할 때의 현상과 비슷하다고 몇몇 학자들은 보고 있다.

유리피데스(Euripides)의 <바쿠스>라는 비극에는 제의 의식의 일환으로 디오니수스를 부르는 여러 울부짖음이 나오는데, 이것은 어떤 단어도 아니었고 외국어도 아니었다. 또 격렬한 육체적 활동, 소리 지르기,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 등을 특징으로 한 ‘춤’ 역시 제의에서 보여졌다.

보른캄(G. Bornkamm), 바렛(C. K. Barrett) 등의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방언과 연관시키고자 했다. 이에 반박하여 건드리(R. H. Gundry)는 “방언이 (이방 종교의 현상들처럼) 술과 마약과 광란의 춤과 주문 외우기와 감정에 찬 의식에 의해 인위적으로 이끌린다는 징후가 신약에는 없다”고 말했으며, 맨슨(T. W. Manson)은 “(디오니수스 제의에서의)소리침은 황홀경의 원인 중 하나이지 그 결과는 아니다. 반대로 신약의 방언에 있어서는 먼저 황홀경에 빠지고, 이상한 언사(방언)는 내적인 상황이 외적으로 나타난 표식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며 “바울이 말하는 방언은 디오니수스 종파에서의 울부짖음과 성격이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그는 구약 및 유대교에 방언과 유사한 것이 있다는 주장을 고찰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학자들이 중요하게 다뤄 온 이사야서의 ‘다른 방언’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그는 “이사야 28장 11절에 ‘더듬는 입술과 다른 방언’이라는 어구가 나오는데, 몇몇 학자들은 이것이 신약에 나오는 방언의 전조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다음 절에 나오는 ‘…이것이 너희 상쾌함이니 너희는 곤비한 자에게 안식을 주라 하셨으나…’에서 ‘이것’이 바로 방언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이것은 본문의 역사적 배경과 문법을 완전히 무시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1절의 ‘다른 방언’이라는 말의 주체는 ‘하나님’이고, 그 구절의 뜻은 “하나님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그 백성의 말이 아니라 다른 방언, 즉 유대인의 정복자인 ‘앗수르의 말’로 말하시겠다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그는 28장 13절의 ‘경계에 경계를 더하며 경계에 경계를 더하며 교훈에 교훈을 더하며 교훈에 교훈을 더하고’라는 해석이, 또 다른 히브리어 연구에 의해서는 ‘차우 라차우 차우 라차우 카우 라카우 카우 라카우’와 같이 “아무 의미 없는 외국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히브리어 연구는 11절의 ‘다른 방언’이라는 말이 “하나님이 하나님의 말씀과 그의 선지자 이사야의 말을 순종하지 않는 자들에게 심판으로서 말씀하시는 ‘외국어’(앗수르어)”라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방언이 헬라 시대의 황홀경과 관계 있다는 견해는 도전받아야”

결론적으로 그는 방언이 ▲오순절날 초기 교인들이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었고 ▲이후 바울 등에 의해서 초기 교회에서 경험된 것으로서 “순수하게 신약성서 시대에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방언이 헬라 시대의 황홀경과 관계 있다는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도전받아야 한다”며 “그러한 견해는 바울 신학을 정당하게 분석해서 내린 결론이라기보다는 바울신학에 있어 성령과 체험적 요소를 과소평가한 데서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대 세계가 아니라 현대에도 타 종교에서 일어나는 방언과 유사한 현상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나, 본 연구를 통해 임식적으로나마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비록 현대 타 종교에 비슷한 현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대 세계의 이방 종교의 현상에서처럼 방언과 같은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수 교수의 이번 논문은 한국신약학회가 발행하는 계간지 <신약논단>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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