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총이 ㅣ 박지훈 김여은 지음 ㅣ 홍성사 ㅣ 259쪽 ㅣ 1만 3천원
“의사선생님은 은총이의 몸 이곳저곳에서 또 다른 희귀질환들을 찾아냈습니다. 다리 한쪽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며 길어지는 희귀병인 클리펠-트레노우네이-베버 증후군, 그리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되지 않는 각종 희귀병들이 은총이에게서 계속 발견되었습니다. 은총이가 많은 병을 가지고 태어난 게 꼭 저의 죄 때문인 것만 같아서 주임께 은총이를 데려가시려면 저도 데려가 달라며 수없이 울며 기도했습니다.”
2004년 어느 날, 백일을 갓 지난 자식에게 내려진 진단은 너무나 가혹했다. “6개월을 넘기기 힘듭니다.” 태어날 때부터 온몸이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이었던 아이는, 뇌혈관 기형으로 검붉은 점이 나타나고 심한 경기를 동반하며 뇌가 서서히 위축되는 ‘스터지-웨버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이것도 모자라 몇 개나 되는 난치희귀병과 불치병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이 아이 ‘은총이’는 건강하게 살아 있고, 그의 행복한 웃음은 그것을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저에게는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총이 아빠가 되면서부터 제가 꾸었던 모든 꿈을 내려놓고, 은총이를 위한 새로운 꿈들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은총이 꼭 숨 쉬게 해야지, 꼭 일어서게 해야지….”
아이가 녹내장수술과 탈장수술을 동시에 받고 몸부림치고 있을 때, 엄마는 ‘은총아, 괜찮지? 우리 아들 착하지? 예쁘다 우리 아들…’ 하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으로는 눈물이 흘렀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혹여 아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았다.
그렇게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기며 어느샌가 부모는 ‘기적’이라는 것이 자신들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오게 됐음을 깨닫게 됐고, ‘은총’이라는 이름처럼 이 아이가 하늘에서 준 선물이라고 고백하게 됐다. 그리고 뭇 사람의 눈엔 보잘것없어 뵈는 이 아이 역시 ‘사랑 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아이와 함께 ‘철인 3종 경기’와 같은 고난도의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고 있다. 아빠는 자전거 뒤에 트레일러를 달아 은총이를 태워 달리고, 수영할 때는 작은 고무보트를 줄로 연결해 아이를 태운다. 마라톤을 할 땐 아이의 휠체어를 밀며 달린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아이를 향한 아빠의 지극한 사랑을 느끼며 어느샌가 아이를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수기 형식으로 엮었다. 저자인 아이의 부모는 “우리 부부는 송명희 시인의 시처럼 가진 재물도 없고 남에게 있는 지식도 없지만, 은총이를 통해 작고 당연한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됐고 절망 중에 용기를 얻었다”며 “은총이 곁에 항상 좋은 사람들이 차고 넘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