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반복되는 교회분쟁 해결책…“‘말’과 ‘구호’ 이제그만”

한복협, 월례 발표회서 한국교회 화해·협력 모색

교리 신조를 포함한 각종 이념 대립으로 분열과 분쟁을 거듭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0일 오전 서울 새문안교회(담임 이수영 목사)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2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의 주제는 ‘한국교회의 화해와 협력’이었다.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 ⓒ베리타스 DB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는 연합운동의 기초는 차이의 존중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장로교의 경우 통합은 합동측을 향해서 분열의 원인은 모 인사의 스캔들을 감추려는 의도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거나, 합동측은 통합측을 향해서 용공분자라거나 하는 식으로 공격하면 안 된다. 통합측은 보수주의 기독교가 염려하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하며, 합동측은 통합측이 염려했던 세계교회와의 연대를 진지하게 고려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박 교수는 이처럼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하면서 필요에 따라 연합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신학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 보수와 진보가 연합하기 힘들다"고 전제한 그는 "복음을 전하고, 한국 기독교를 발전시켜야 한다면 보수, 진보를 떠나서 한국교회는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가 다종교사회에서 진보, 보수로 나뉘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는 데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교수는 "지금 한국교회는 사립학교법, 미션스쿨의 종교의 자유, 해외 선교사 보호, 교과서 왜곡, 동성애차별금지법, 북한의 종교의 자유, 복지단체의 자율성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자리잡고 있다"며 "진정으로 연합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은 제쳐두고 서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자 최명국 교수(백석대)는 한국교회 지도층이 분열을 실감하고, 화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말’과 ‘구호’에 그치고 있는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최 교수는 "잘 아는대로, 루터가 종교개혁의 목소리를 높이자 그 효과가 불같이 번져가 급기야 유럽전역으로 파급되었다"면서 "그런데 오늘 우리는 아무리 개혁을 외치고 화합을 다짐해도 현실로 나타나는 변화의 조짐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루터의 ‘말’과 우리의 ‘말’에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전제한 최 교수는 이어 "그것은 생명을 건 순교자적 희생이 그 말 안에서 내포되어 있는가 아닌가 하는 차이점이라 생각한다"며 "교회의 권위 앞에 루터의 말은 순교자적 희생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보편화한 오늘날 우리는 ‘목숨걸고’ 말하고 지키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오늘 우리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예수 때문에 욕먹고, 손해보고,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한국교회는 분쟁·분열을 극복하고 개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발표한 손인웅 목사(덕수교회)는 ‘기구’의 일치를 화해와 협력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손 목사는 "연합일치의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면,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기총을 통합해 하나의 연합기구로 교단장협의회를 복원하는 것"이라며 "2007년까지 완성하기로 하고 로드맵 10단계 중 4단계까지 진행하다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이 길로 가는 길이 한국교회를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손 목사는 "그 동안 한국교회는 NCCK와 한기총이 진보와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연합기구로 일정기간 자기 색깔을 내면서 활동해 왔다"며 "그러나 진보에도 닫힌 진보와 열린 진보가 있고 보수에도 닫힌 보수와 열린 보수가 있어서 열린 진보와 열린 보수는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를 실증하는 NGO기구가 탄생해 10여 년 이상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베리타스 DB

반면,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기구’ 중심의 일치가 갖고 있는 맹점인 교권 및 이권다툼을 지적한 뒤 신학적 성향이나 교리입장을 떠나 연합과 일치를 추구할 수 있는 보다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목을 모았다. 먼저 ‘모이는 교회의 삶’을 통한 일치를 제안했다. 

그는 "즉 ‘예배의 일치’를 말한다"라며 "전국교회가 주일마다 같은 성경본문으로 말씀이 선포되는 강단의 일치가 있을 수가 있다. 한 성경을 모든 교회가 같이 채택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고, 동시에 찬송가도 ‘통일된 찬송가’로 하되 교파별, 교단별로 원하면 별도의 ‘부록 찬송’을 덧붙여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로 교회 일치가 ‘선교와 봉사를 위한 일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상황에서 우리 교회는 한국사회의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 간 갈등, 성적 갈등 등의 산적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일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으며 또 (한국교회가)다종교사회에서 타종교인들과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일치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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