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 ⓒ베리타스 DB |
17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주관하는 『위도 10도』 출간 기념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김 목사는 한국에서 교회의 종교성이 정치와 어떻게 조우하는지를 논했다. 먼저 한국교회의 교세 감소의 원인을 분석했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민주화란 흐름에 역행하는 교회 구조적 변화를 꾀하려는 데서 한국교회의 교세 감소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민주화, 시민사회의 사회·정치적 주권의식 강화
민주시민들의 감수성 증가 개신교 목사 신뢰도 감소로 이어져
민주화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주권의식에 대한 민주시민들의 감수성의 증가가 개신교 목사의 신뢰도 감소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폈다. 김 목사는 "‘자신의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는 자아’가 시대의 화두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교회의 모든 자원을 독점하는 상징적 이미지를 과대표하고 있던 목사는 참을 수 없는 부정적 캐릭터로서 인식되었다"며 "하여 직업으로서 개신교 목사에 대한 신뢰도는 급락했고, 교회는 구태스런 이들의 모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통신 수단의 발달로 교회에 관한 추문들이 그 속살을 훤히 드러내 보인 것도 교세 감소에 큰 몫을 했다. 김 목사는 "목사의 도덕적 문제들, 기독교인들과 교회들의 무뢰한(無賴漢) 같은 태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부정적 모습들 등이 들춰졌다"며 "빠른 속도로 시민사회는 교회에 대한 호감을 철회했고, 민주화를 더 많이 추구했던 이들이 교회로부터 먼저 철수를 시작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진보적 기독교 사회운동의 붕괴를 의미했다"고 설명했다.
대형교회 재원 조달, 진보적 기독교 사회운동 붕괴 초래
NCCK 인권위 활동 위축…한국 개신교의 시민사회적 위상 떨어져
또 진보적 기독교 사회운동의 붕괴를 ‘번영신학’을 추종하는 대형교회의 교단 장악력과 결부하여 바라 본 김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가 교단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들 대형교회를 받아들임으로써 진보성이 퇴색되었음을 고발하기도 했다. 70, 80년대까지만 해도 NCCK는 세계교회협의회를 필두로 한 세계교회의 원조의 대상으로 여겨져 외국계 재정 지원을 받았으나 한국정부가 1991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면서 외국의 재정지원이 끊기게 된 바 있다. 이에 NCCK가 대형교회의 지원을 새로운 재원조달의 통로로 여겼다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이는 NCCK의 진보성을 추동했던 인권위원회의 역할이 축소됨을 의미했다"며 "이러한 NCCK 인권위 활동의 위축은 한국 개신교가 더 이상 의미있는 시민사회적 위상을 지닐 수 없음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민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평판을 이끌었고 동시에 진보적 교회들의 결속체로서의 의미를 지녔던 기독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은 NCCK의 진보성의 좌초와 연동되면서 거의 유명무실한 존립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교세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출구로 한국교회가 모색한 길이 다름아닌 ‘정치세력화’였다고 본 김 목사는 민주화를 좌경화와 동일시하며,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민의식을 종북주의적 의식의 발로로 쉽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기독교 정치세력화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교세 감소 극복 출구 찾기, 기독교의 정치세력화로 이어져
기독교 정치세력화, ‘회색지대’ 없는 종교전쟁의 담론 불러와
먼저 그는 "기독교는 정치세력화의 행보 과정에서 교세 감소에 관한 위기의식을 해석하는 스토리라인을 발명해내게 된다"며 "거기에는 동지와 적이 명료하게 배치돼 있으며, 그것은 각각 미국과 북한, 이 양축의 전선을 따라 형성된 전선으로 나뉘어 있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는 적의 준동을 제압하기 위한 동지 간 연합을 형성하는 정치적 대연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며 "정치세력화는 이렇게 교세 감소현상과 맞물린 자괴감에서 벗어나 목표의식과 소명감으로 재충전하게 하는 주체 해석의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독교 정치세력화가 몰고 올 잠재적 종교 전쟁의 참극을 낱낱히 공개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 정치세력화의 과제는 사회를 타자들의 세상이 아닌 교회의 세상으로 반전시키는 데 있다. 여기에는 회색지대가 없다"며 "‘우리’의 것과 ‘적’의 것만이 있고, 역사는 ‘우리’와 ‘적’이 서로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으로 점철된 시간의 장이다. 기독교 신앙은 이러한 전쟁을 위해 삶의 자원을 총동원해서 ‘적’을 무찔러야 한다. 즉 정치세력화는 종교전쟁의 담론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우리사회 진정한 민주화는 일종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공공영역을 남겨두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공영역은 각기 ‘우리’로서 주체화된 세력들이 구획해 놓은 영토들의 경계선을 흩뜨려 놓는 지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색지대를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교회의 정치세력화는 "자신의 욕구를 포장하지 않은 채 타자에게 승복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승복하지 않은 타자를 ‘적’으로 간주한다"고 김 목사는 전했다. 이러한 정치세력화는 모든 삶의 공간을 싸움터로 변질시키는 전쟁의 신앙임에 다름 아니었다.
끝으로 김 목사는 기독교 정치세력화의 구조화된 위기와 관련된 대안으로 ‘사회적 영성’을 재발견하고, 회복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요한복음」의 어법에 따르면 ‘영’은 ‘사람이 된 신’(예수)이 인간의 육체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공간적 경계를 가로질러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함께 하는 존재다"라며 "그러한 영의 속성을 영성이라고 한다면, 사회적 영성은 그 영이 교회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 구석구석에 두루 현존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영이 된 신이 낯선 이들(타자)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는 표현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교회에 ‘사회의 교회화’가 아닌 ‘교회적 신앙의 사회적 영성화’를 추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