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정의·평화, 한국교회가 붙들어야 할 시대적 과제”

NCCK 정의·평화 위원회 정상복 위원장 인터뷰

▲ 정상복 위원장 ⓒ베리타스
에큐메니컬 운동에 뛰어든 지 40여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환갑을 넘은 그였지만 마음 속엔 여전히 정의를 추구하고, 평화를 유지하려는 뜨거운 불씨가 살아 있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정상복 위원장(64). 64년도에 고려대 학생으로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에서 첫 활동을 시작한 그는 학생, 간사, 이사, 이사장 등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KSCF의 일이라면 거쳐보지 않은 직책이 없을 정도로 기독학생운동에 애정을 갖고, 헌신했다.

민청학련 사건 때문에 지금은 훈장처럼 여겨지는 감옥에도 수차례 들락날락 거렸다. 당시 감옥에서 이뤄진 고문 끝에 시신경을 다쳐 아직까지도 눈이 잘 안보여 가끔씩 코 앞에 있는 사람도 잘 분간하지 못해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그 때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감옥도 가고, 도망 다니기도 하면서 열심히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용기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가 없어요. 신앙의 힘이라고 밖에는…” 반독재 투쟁을 전개해 나가던 당시 수시로 중앙정보부로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더군다나 정보부의 미행 도청 감시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다음에도 그 후유증이 이어져 한동안 사람들에게 쉽게 자기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KSCF에서 민주화 운동, 평화통일 운동을 하며 보낸 20년. 이곳에서 그는 정의를 배웠고, 평화를 추구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불의 앞에 굴복하지 않았고, 불화 앞에 평화를 전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KSCF 활동을 기반으로 NCCK에서도 주요직책을 맡았던 그는 얼마전 감사로 선임돼 NCCK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NCCK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으며, 실행위원회에서 이 안을 받아들여 조직이 재편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19일 본사 사무실에서 NCCK 정의·평화 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상복 목사(감리교 순례자교회)를 만났다.

선출 소감을 묻자 정상복 목사는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얘기를 먼저 꺼냈다. “예수 만큼 평화를 사랑하며 평화를 추구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냥 예수가 평화를 추구하는 원을 그리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앞으로 1년간 정상복 목사가 일할 정의·평화 위원회는 언론 홍보 위원회, 인권 위원회, 교회와사회 위원회, 도시선교산업 위원회, 장애인 위원회 등이 기구 통합을 한 결과로 탄생된 NCCK 산하 기구다. 위원회의 역할 분담 등 효율성을 고려해 NCCK 감사 시절에 정상복 목사가 낸 조직 개편 건의안을 NCCK 실행위가 수용한 결과다.

다양한 위원회가 하나로 결성된 만큼 하는 일도 많을 터 한해 동안의 활동들을 물었다. “최우선적으로는 한국교회 차원에서 평화운동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에큐메니컬 진영에선 정의를 위한 일들을 강도높게 전개해 온 반면 평화 운동 정착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올 한해 만큼은 적어도 평화에 대해 한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그 매개체 역할을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 정상복 위원장 ⓒ베리타스

에큐메니컬 운동가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연대 활동을 해온 정상복 목사에게 평화와 관련해 사회가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는 어떤지 물었다. “평화 운동은 복음의 기본 정신이며 성경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평화 운동만큼 교회가 잘 해낼 수 있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교회가 사회의 마지막 양심의 보류라는 점을 자각한다면 정의 그리고 평화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활동해야 합니다”

성전 밖 뿐 아니라 성전 안의 불화로 한국교회가 대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는 점에는 “교회 저변에서부터 평화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평화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부족 탓에 평화롭게 해결 될 수 있는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고 했다.

정상복 목사에 따르면 정의·평화 위원회는 한국교회 내 평화 운동이 확산 되도록 평화 교육 교제를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으며 향후 평화포럼 및 평화 운동 연대를 구축할 계획도 세웠다.

그렇다고 정의 운동을 게을리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정상복 목사는 노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약자를 둘러싼 각종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발생할 시 언제든 정의 이름으로 투쟁해 나갈 뜻도 알렸다.

끝으로 정상복 위원장에게 정의와 평화에 대한 개인적 소견을 물었다. 정 위원장은 “정의는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각 분야의 정의 그리고 소수자의 권리 등 다양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으며 “평화는 한반도, 동북아 평화를 비롯해 한국사회, 교회 그리고 개개인에 이르기까지의 평화 그리고 자연과 세계, 우주의 평화를 통틀어 말할 수 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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