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주의 신학은 17c 종교개혁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개신교 신학의 큰 축을 형성했다. 그러나 18c 계몽주의 정신과 19c 자유주의 신학의 도전으로 위기에 놓이게 되고, 위기는 20c 초 세계대전 후 인간 이성의 한계가 인식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때 세계대전을 경험한 칼바르트가 나와, 자유주의 신학에 의해 200년 가까이 무너져있던 정통주의 신학의 중요한 사상을 회복시키며 재건한다. 바르트에 의해 재건된 정통주의 신학이 바로 '신정통주의 신학'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신정통주의 신학'은 일부 보수교단들로부터 '자유주의'로 오해받고 있다. 어떻게 이같은 오해가 생기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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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대기독교아카데미가 주최한 기독교사상학교 3주차 강좌 강사로 나선 김명용 교수(장신대)가 ‘바르트 신학’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오해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의 분열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1920년대 美 프린스턴 신학교는 자유주의 공격에 대항할 수 있는 신학의 부재로 갈등이 빚어졌고,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근본주의 노선에서 이탈했다. 이에 근본주의 신학자들이 따로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세우고 美정통장로교회라는 새로운 교단을 만들었다. 이 근본주의 신학자들은 분열의 명분으로 ‘신정통주의 신학은 현대자유주의를 용인하는 사실상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내세웠다. 美 교회는 이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지만, 신학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던 당시의 한국교회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같은 오해가 정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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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교수는 칼바르트가 구정통주의(17c)의 중요한 사상을 회복시켰으나 방법론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바르트는 축자영감설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기계적 영감설은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임을 증거하는 데 사용할 수 없는 잘못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우리가 17c 구정통주의 신학과 20c 근본주의 신학을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칼바르트를 중심으로 일어난 신정통주의의 신학을 비판할 수 있다. 신정통주의 신학 역시 시대적 한계를 지닌 신학이고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신정통주의 신학을 비판할 때 이 신학이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거의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