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아시아인 최초 WCC 총무 당선의 가능성은

세계 교회 리더십의 이동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차기 총무 후보로 한국의 박성원 영남신대 석좌교수(62)가 지명됐다. 유력한 당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그는, 지난 15일 예장 통합 교단으로부터 WCC 총무 후보로 추천을 받았다. 박 교수는 경북 기계 출신으로 한양대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장신대에서 교역학석사, 신학석사, 미국 샌프란시스코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 스위스 베른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에큐메니컬 신학자이다.

박 교수는 1986년부터 2004년까지 18년간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에서 신학부 간사, 협력과 증언부 총무를 맡아 일한 경험이 있다. 2006년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9회 WCC총회에서 중앙위원으로 선출될 때는 WARC에서 일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지난 총회에서 정해선 부장(NCCK)과 함께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후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박 교수는 또 생명 신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의 미국발 경제 위기를 불러온 신자유주의가 지구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생명 신학과 목회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신학이 문명을 구원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어딜 가든지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비성서적 폐단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새로운 성서적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주장은 박 교수만의 생각이 아니라 WCC 등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맨처음 제기된 것들이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가 창조 세계를 몰락시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이에 맞서 싸우는 것이 세계 교회의 공통된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심지어 스위스 바젤의 미션21은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를 ‘구조적 죄(Structual sin)’라고까지 천명하면서 그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박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로 인해 빈부격차의 심화, 생태계적 침식, 의식과 문화의 식민지화, 하나님의 영역에 대한 도전, 돈의 우상화 현상과 같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온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면서 전 교회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알리고 있다. 이 같은 생태적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박 교수는 ‘아름다운생명물결’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몸소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만한 이론과 개념을 강구하고 있다. 60여명의 영남신대 학생과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공동체는 자연 친화적 생활을 통해 성서적 경제 이론과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박 교수는 “평생을 바쳐 완성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열의에 차 있다.

이처럼 에큐메니컬 신학과 방향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박 교수가 WCC 총무 후보로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아시아인 최초 WCC 총무 당선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역대 총무들은 유럽과 아메리카, 아프리카 출신들로, 그동안 아시아인은 없었다.

세계 교회의 리더십은 21세기 들어 북반구에서 남반구의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 세계 교회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한 세기만의 급격한 교세 성장으로 인한 물질적, 인적, 신학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세계 교회는 한국교회가 세계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21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WCC의 리더십은 유럽(콘라드 라이저 총무∙독일)을 이어 아프리카(사무엘 코비아 총무∙케냐)로 이어져 오고 있다. 다음이 아시아의 차례라면 한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다.

박 교수의 WCC 중앙위원 활동 내역과 WARC에서의 경험에 따른 국제적 감각, 자연스러운 영어, 독일어 구사 능력 등은 WCC 총무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한국교회의 국제적 위상과 함께 예장 통합 교단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아시아인 최초 WCC 총무 당선을 미리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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