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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땅에서 매고 풀면, 하늘에서도

이장식·한신대 명에교수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한국교계가 이구동성으로 한국교회의 갱신을 부르짖으며 동시에 회개와 용서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분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양분된 진영에서 서로 서로 상대편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시정(회개)를 요청하고 있다.

요즘 서울의 책가게에는 「지옥은 없다」라는 책이 나돌고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와 번역출판사는 아이라도 지옥이 있는 믿는 기독교인들을 설득하려는 의도를 가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기독교인이 대부분인 현대인들은 이미 지옥은 없다고 단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들은 죄를 지어도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으로 마음에 번민을 하지않고 편한 마음으로 살아갈지 모른다. 그들은 지옥이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옥이 있다고 믿는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예수만 믿으면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으로 간다고 간단히 믿는 사람들도 지은 죄에 대한 심각한 정신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남미지방에는 정신병원이 많지 않지만 북미지방에는 정신병원이 대단히 많은데 그 이유는 남미에는 로마가톨릭교회가 절대 우세하여 그 교회신자들은 죄를 지어도 교회에 고해성사(고백과 사죄의 제도) 제도가 있어서 신부에게 죄를 고백하면 사죄의 선언을 받기에 지은 죄로 인한 정신적 번민을 겪지 않지만, 반면에 북미지방에는 프로테스탄트교회가 우세한데 신자들이 범죄했을 때 죄의 용서를 받는 종교적 제도(성례전)가 없어 죄책감으로 받는 정신적 번민이 쌓여서 정신이상이 생기기 때문이 것이라는 것이다. 수긍이 가는 관찰로 여겨진다. 죄를 짓기만 하고(매기만 하고) 용서를 받는(풀어주는) 길이 없으면 양심이나 정신이 마비되어 정신병자처럼 자기의 잘못은 모르고 남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종교개혁 당시에 루터가 로마가톨릭교회의 고해성사 제도 유사한 고백의 성례전을 만들 생각을 했다가 결국은 고백제도를 없앴다. 그리고는 예수를 믿으면 믿음으로 의로워지고 구원을 받는다는 확신을 갖도록 강조하여 “당신은 이미 용납(구원)되었다”(you are accepted)고 말하였다. 칼빈도 신자가 죽으면 가톨릭교회의 교리의 하나인 「연옥」도 거칠 필요없이 영혼이 하늘나라로 직행한다고 말하였다. 물론 그는 지옥의 형벌에 대해서는 말한바가 있지만 아무튼 프로테스탄트는 사후에 연옥과 같은 중간지대의 고통도 없이 바로 구원받아 천국에 간다고 믿고 있어서 지은 죄를 용서받는데 대한 성례전 제도가 없고 죄에 대한 고민을 아니할 수도 있겠으나 반면에 죄에 대한 고민이 생기면 개인적으로 그것을 해소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인데 그것이 잘 안되면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처럼 정신분열증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지방에는 정신병원도 많지만 또한 개신교의 교파분열이 심하여 교파들이 많은데 이 교파분열로 신도들 사이의 신학적이고 교리적인 그리고 신앙적인 심각한 논쟁과 분열을 겪었고 그리고 분열 이후에도 계속 논쟁과 불화를 겪었다. 이것은 고해성사와 같은 제도가 없어서 생긴 분란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극심한 교회분열로 인하여 신도들이 정신적 및 심리적 갈등과 고민과 번뇌를 겪을 것이 틀림없다. 미국에서는 분열되었던 교단이 연합하여 하나가 된 예도 있지만 하나가 되기까지는 각자 옳다고만 생각하여 맨 것을 풀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해방직후에 한국 개신교계에도 교파분열이 더러 있었는데 가장 심한 교회가 장로교회이다. 처음에는 고신과 기장의 분파가 있었지만 그 후 예수교장로회라는 교단이 무수하게 분열되었는데 이 분열과정은 신앙적으로 정신적으로 갈등과 번민과 아픔을 겪었으나 그것을 치유할 길 없이 매기만 한 것을 풀지 못하고 그리고 각자가 옳다고만 주장하고 남을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친교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연합체 기구를 만든 것이 NCC(교회협의회)와 한기총과 같은 조직이다. 그런데 지금 한기총의 분열과 갈등이 한국개신교 전체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고 기독교의 복음의 진리를 훼손시키고 있다.

우리는 한기총의 분열이 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근간의 교계신문보도를 좀 자세하게 살펴보면 한기총이 분규해결을 모색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둘로 영구히 갈라질 것을 바라는지 알 수 없다. 만일 한기총의 정강이나 기구가 조직문제를 가지고 논쟁한다면 해결의 길이 있을 수 있지만 이단문제를 들고 나와 쌍방이 공방전을 펴고 있는데 신학이나 교리나 이단문제를 가지고 논쟁하면 그 분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한국 개신교계를 분열시켜왔기 때문이다.

교회문제를 세상의 법정에 고발해서 심판을 받아 그것으로 문제의 해결을 보겠다는데 그것이 최후판결이 될 수 없는 까닭은 하늘에서 매고 푸는 것이 최후판결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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