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오늘날 한국교회, 근본적 ‘물음’ 자체를 배제해”

최형묵 목사, 2012 새길논단 ‘오늘의 교회’서 밝혀

맹목적인 신앙의 강요로 성찰적 신앙을 방해한다. 권위주의적 위계질서 체제를 확고히 하여 소수의 의견 개진이나 ‘물음’ 자체를 원천봉쇄한다. 자기 동일성이란 절대 기준을 내세워 철저히 이익집단화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존재 양태에 대한 어느 젊은 목회자의 평가다.

▲최형묵 목사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한국민중신학회 총무)는 2012년 봄 새길논단 ‘오늘의 교회’에서 오늘날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뿌리깊은 문제점들을 들춰내는 한편, 대안적 교회상 추구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현상적 측면에서 교인들의 수평이동에 대해 시각을 달리한 그는 먼저 혹자가 말하듯 ‘수평이동’이 답보상태에 있는 한국교회 위기의 단적인 예로 제시되기 보다 오히려 기성교회가 쇠퇴하고, 대안적 교회가 성장할 수 있는 풍토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직접적으로는 기성교회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절망한 신앙인들이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제2, 제3의 교회, 즉 ‘대안교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교인들의 ‘수평이동’을 불러오고 있는 기성교회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첫째로 기존 교회가 신앙의 성장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에서 믿음은 거의 맹신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며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교회에서는 신앙에 관한 근본적 물음이나 다른 의견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가르침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것은 믿음 없는 행위로 간주되기 십상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유대교 랍비들의 성서해석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었다. 그에 따르면, 이들 랍비들의 성서해석 원칙 가운데 하나는 신성모독을 범할 때까지 물음을 던지는 것이라 한다. 그것은 믿고자 하는 진리를 철저히 탐구하는 정신으로서, 결코 불신의 행위가 아니라 털끝만큼이라도 남아 있을 수 있는 의심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한 믿음의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 목사는 "기껏해야 목사의 독단 또는 교권의 독단에 지나지 않은 것이 진리로 옹호되고 그에 대한 맹목적 순종만이 강요되는 교회의 풍토에서 성찰의 여지는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신앙의 성장 또한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며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신앙만이 강요되는 풍토에서 성숙한 성찰적 신앙을 추구하는 이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했다.

둘째로 교회가 시대를 선도하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고발했다. 최 목사는 먼저 "시대를 선도한다는 것은 통속적 유행을 따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라며 "그것은 인간의 삶을 옭아매는 관습과 제도, 풍토를 극복하고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 장로교회 당회제도를 예로 들어 "교회의 정치적 구조는 개별 교회 단위에서 총회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권위주의적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했으며 시대가 흘러도 요지부동 하지 않는 이러한 교회의 정치구조에서 "여성의 대표권은 거의 배제되어 있고, 젊은 층의 대표권은 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로 그가 문제제기를 한 부분은 오늘날 교회가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근래 들어 한국교회의 주류 세력은 마치 이익집단처럼 자기주장을 펼치며 행세하는 경향을 농후하게 띠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쟁점마다 한국교회 주류세력은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며, 사안마다 스스로의 기준을 절대적 기준인 양 내세웠다"고 했다.

특히 강남의 S교회가 공공도로마저 사실상 사유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데에 "교회의 이런 양상은 스스로 공공성에 대한 의식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고, 따라서 소통능력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대안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최 목사는 앞서 제기한 기성교회의 문제점들을 살피고, 이를 극복하는 길 임을 확인했다. 즉, △끊임없이 묻고 깨닫는 성찰의 신앙이 가능한 교회로의 전환 △권위주의적 정치구조 해체 △교회의 공공성 회복 등의 교회의 과제요, 시대적 요구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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