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대통령의 구원귀족 역할을 분석, 종교와 정치의 타협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종교의 보편주의 상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연구논문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정태식(경북대 강의교수, 정치종교사회학)은 2012년 봄호 신학사상(발행인 김성재) 156집에 게재한 자신의 글에서 "정치와 종교가 결합하면 타협을 미덕으로 하는 정치는 절대화되고 종교적으로 승화되는 반면, 정치의 수단인 타협을 수용함으로써 종교의 절대성을 잃어버리고 정치의 특수성에 함몰되어 보편주의를 상실한 상대적 가치로 전락한다"고 주장했다.
또 "종교인이 정치를 할 때, 또는 정치인이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정치를 할 때,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이들 모두는 구원귀족이 되어 즉 구원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 행위의 주요 수단인 물리력(또는 폭력)을 구원 사업에 적용한다"며 "이 때 종교는 보편성을 상실하고 개인적 차원에서는 주술이, 사회정치적 차원에서는 근본주의가 출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종교의 보편성 상실을 초래한 개신교 구원귀족의 면면을 분석한 그는 먼저 이승만에 대해 "자기가 중심이 되어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어 한국의 사회정치적 구원을 시도했지만 결국은 독재정치로 정권을 마감했다"고 평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직, 간접적으로 기독교 중심의 정치 행위를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타 종교들 사이에서 개신교와 정치의 타협의 산물로 비춰지고 있는 국가조찬기도회 현장. 얼마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해 "정교분리 원칙이라는 헌법을 위배한 것도 모자라, 종교가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교세를 확장하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란 요지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청와대 |
정태식은 또 개신교 대통령의 주변에서 이들의 정치적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또 다른 개신교 구원귀족 세력으로 ‘기독교 보수주의 세력’을 꼽으며, 이들을 개신교 대통령의 "심정적 동조자"라며 명명한 데 이어 "기독교 자체를 절대화 하면서 경제적 차원에서는 신자유주의 자본 독점적인 지향을 지지했고 사회정치적으로는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의 등장과 준동의 주체가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함으로써 개신교 구원귀족의 역할을 보여줬다"고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들 보수 개신교 집단에 대해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했고 동시에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사상에 경도되어 있다"면서 "이들은 사회주의는 물론 사회민주주의적인 복지에 부정적이며 사유재산의 극대화를 지향하는 시장 경제논리를 적극 지지하기도 했고 영혼과 육체의 구원에 덧붙여 물질 축복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와 타협한 개신교 구원귀족이 갖는 주술성과 근본주의에 주목했다. 정태식은 주술은 "현대사회의 지배체제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종교가 동의하면서 사적 이익의 극대화를 물질 축복의 이름으로 종교가 정당화함으로써 발생했다"고 했으며 근본주의는 "전 국민의 기독교 신자화를 통해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라는 기독교의 지상과제를 스스로를 선민으로 간주하는 종교지도자들이 정치권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고 전했다. 또 구원귀족의 관심사가 "종교의 진리의 절대성에 바탕을 둔 진리의 독점을 전제"하기에 "타 종교집단에 대한 배타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끝으로 정태식은 "종교집단이 종교인이 특수한 이해관계에 얽매어 정치적 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종교의 보편성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오늘날 개신교가 취해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교회는 기독교의 절대성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종교 자체의 절대성에 대한 집착은 종교의 보편성 상실을 수반하기 때문"이라고 재확인했으며, 이어 "세상의 여러 상대적인 제도나 기관의 하나로 스스로를 낮출 필요가 있으며 이들과의 비교우위에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것은 신의 보편주의 정신(spirit of universalism)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