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벨커 교수(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조직신학). ⓒ베리타스 |
특히 『만들어진 신』을 펴낸 리처드 도킨스의 다원주의적 과학주의에 주목한 벨커 교수는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상당수 과학자들은)모든 유효한 현실성 인식 및 모든 전달 가능한 진리의 진술이 오직 자연과학에 의해서만 열릴 수 있는 자연에 의해서만, 그리고 자연과학자들에 의해서만 획득 및 대변될 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학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두뇌 연구 그리고 인간 게놈 해독의 큰 성과에 몰두하도록 만들었는데 벨커 교수는 "이 성과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및 신학적 인식을 향한 측면 공격을 흔히 동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벨커 교수는 과학주의 근저에 깔려 있는 ‘전통적인 이원론적 인간론’을 놓고, 인간에 대한 신학적 인식에 있어 그 전복 가능성을 바울에게서 찾으려고 시도했다.
전통적으로 바울은 육체와 몸을 엄격히 구분하여 날카로운 이원론을 강조하는 것(갈라디아서 5:17, 로마서 8:5)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벨커 교수는 "바울은 육체가 단순히 마귀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명확하게 한다"면서 "인간의 마음은 육체이며, 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벨커 교수는 이어 "예수 그리스도는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이다"라며 "(이와 마찬가지로)우리의 실존은 육체적이다. 우리의 물질적 및 육체적 존재가 없다면, 우리는 어떤 구체적인 개인성도 획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종교적인, 비신학적인 맥락들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실감있게 체험된다고 말한 그는 "그들이 움직일 때, 그들이 말할 때, 특별히 몸이 웃을 때 그러하다"라며 "우리의 몸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반박될 수 없이 언제나 영에 의해 각인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몸에 대한 바울의 긍정적 이해에와 더불어 영에 대한 그의 경고에도 주목할 것을 권했다. 벨커 교수에 따르면, 바울은 순수한 영에 대한 자격이 없는 열광을 경고한다. 고린도전서 14장에서 바울은 방언 말하는 자들, 즉 그가 말하듯이 영 안에서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말하려는 자들과 논쟁을 하는데 "바울은 방언을 말하는 자들과 극적으로 대립하며 공동체 앞에서 정신 차린, 즉 이성적인 말 다섯 마디로써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일만 마디의 말을 방언으로 주절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는 게 벨커 교수의 설명이다.
바울의 다면체와 같은 인간론 전개에 "경이롭다"는 표현을 쓴 벨커 교수는 "바울이 신학적 인간론의 영역에서 유일한 거대한 음성인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신학적 인간론은 인간을 대단히 광범위하게 파악한다. 그 인간론은 인간을 한편으로 위험성 및 측은함 안에서 파악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벨커 교수는 "비록 우리가 오늘날에는 신학과 자연과학의 대화에 있어서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해졌다"며 "창조론 안에서도, 종말론 안에서도, 또 특별히 인간론 안에서도 아직도 많은 결실 가능한 주제의 영역들이 우리에 의해 연구될 수 있다. 이 주제영역들 위에서 신학과 자연과학의 대화에서 서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약속에 가득 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이 주최하고, 생명신학협의회(상임대표 손인웅 목사)가 주관해 지난 29일 오후 6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