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
저자는 정부나 교회의 통일정책이 더 이상 당국자나 기구적인 차원의 대화나 교류에서만 끝나지 않고, 통일의 과정과 논의의 초점을 북한과 남한 두 주민들에 두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평화통일신학이 정치신학이며, 십자가신학이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착상 아래 펴낸 책 『평화통일과 한국 기독교: 복음주의적 통일신학을 향하여』(서울: 풍만출판사, 1990)과 비교해 볼 때 그 강조점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기독교 신자로서, 신학자로서, 교회의 목사로서, 기독교 철학자로서 또 한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신앙적 지성으로써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신학적 성찰에서 모색하고자 했다.
저자의 통일론을 하나의 용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선진사회적 자유민주통일론’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주 독일의 동방정책과 독일교회의 통일정책을 거듭 인용하고 언급하는 것은 서독 정부의 서독교회의 통일론이 맥락은 다르지만 바로 오늘날 우리 남북관계 개선과 관계정립에 좋은 사례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일 유학생활을 통해 독일의 상황을 실제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는데 서독이 분단체제를 인정하고 동방정책을 추구하면서도 조속히 통일에 이를 수 있었던 비결은 서독 사회가 선진자유민주사회였기 때문이라고 간파했다. 그러면서 서독은 체제적으로 경제적으로 동독 체제보다 월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동독정권이 동유럽의 민주화 물결 속에서 서독 정권으로 평화롭게 정권을 내주게 되었다고도 분석했다.
저자는 이어 정부가 아닌 ‘민(民)’ 중심의 통일운동을 말하면서 북한 정부에 대한 신뢰 파기를 선언했다. 그는 "오늘날 북한정권은 3대 세습으로 권력을 이양하고, 주민의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폐쇄적이고 호전적이며 선군정치 일변도로 핵개발로 나아가고 있다"며 "수백만 주민이 기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수십억달러를 들여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에 대해 신뢰를 논하는 것은 양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덧붙여, 저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신장과 북한사회의 개방화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다른 편으로는 다가오는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선진사회의 여건을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상호간 힘의 균형에 입각한 통일 논의라기 보다 흡수통일식의 통일운동이 현실적으로 더 들어맞는다는 논리였다.
저자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북한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며, 한국 주도의 통일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다고 여기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선진사회를 이루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보다 성숙하게 발전해 무책임하고, 이기주의적이고, 선동적이거나 편파적이지 않고, 북한의 어떠한 이념이라도 능히 흡수하고 소화시킬 수 있으며, 파탄에 처한 북한경제를 일으키는 통일비용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같이 저자는 이 책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개혁신학적 성찰로써 양식을 지닌 일반 시민들도 공감할 수 있는 선진사회적 자유민주통일론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