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세대 방연상 교수 “21세기 선교는 자기 중심성 포기”

20일 열린 신촌포럼서 선교 패러다임 전환 촉구

▲연세대 방연상 교수 ⓒ베리타스 DB
선교하면 지도가 떠오르고, 지도하면 확장이란 개념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또 이러한 맥락에서 확장이란 개념은 정신사적 의미 보다는 물리적인 의미의 영토 확장 논리에 기초를 두는 경향이 강한데 소위 한국교회의 '땅 밟기 기도'는 이러한 선교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방연상 교수(연세대, 선교학)는 21세기 선교는 자기 중심성의 포기를 말한다고 역설했다. 자기와 타자를 나눠 자기를 주체의 자리에, 타자를 대상의 자리에 위치시켜 놓고는 복음의 이름으로 타자에 대한 지배 혹은 순종을 강요하는 식의 근대 주체적 사고에 입각한 선교 패러다임은 변화하는 오늘의 시대에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일갈이었다.

20일 이화여대 대학교회 소예배실에서 열린 신촌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방 교수는 "기독교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근대 거만한 주체가 아닌)'타자에 대한 관계성'이 중요한 주체가 되는 것"이라며 "19세기 이후의 기독교 선교활동을 통해서 기독교 신앙의 진정한 형태를 오해시켰던 서양기독교라는 서양 중심적인 개념이 해체되었고, 기독교의 중심성은 어느 한 곳에 정착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기독교의 중심이 될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이어 문화의 장벽을 넘어가는 속성을 지닌 기독교의 원리가 "본질주의와 서구주체의 중심주의적 성향을 넘어서는 것으로 신학과 교회에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며 "이러한 결과로 기독교 신앙은 더 이상 서양의 종교와 이념으로써가 아닌 새로운 신앙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구의 전통적인 신학적 사고 방법으로부터의 탈피 움직임에 주목한 방 교수는 "전통적으로 받아들여 왔던 서양의 권위적인 담론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의심' 혹은 '잘못의 지적'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기독교의 변화는 서양의 전통과 이해 속에서 창출된 이야기가 마치 거대담론인 것처럼 주입하는 것으로부터 해방하는 인식론적인 탈출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선교의 주제는 서양 기독교의 우월성과 인식론에 대한 도전은 물론,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기독교 복음의 소통 가능성과 조건에 집중하게 되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선교'는 '세상 끝까지' 밖으로 향하는 것이고 '중심성(centrality)의 상실'을 강조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방 교수는 또 '선교'가 기독교가 서양종교라는 신화를 비신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즉 전통적인 권위 체계 안에서의 하나(One)라는 진리에 대한 관념론과 유신론적인 사고는 다름(difference)을 부정하고, 다른 것(different)들을 제거하고 정복하는 제국주의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복음의 핵심이 서양 기독교의 제국주의와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상반되기까지 함을 역설했다. 방 교수는 "실제 복음의 핵심은 제국주의적인 요소를 부정한다는 사실"이라며 "복음에는 제국주의를 거부하고 겸손케 하는 십자가가 있으며, 인류를 하나 되게 하는 죽임 당하신 어린양(the Slain Lamb)이 있다. 즉 궁극적인 진리는 타자를 부인하거나 거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실 상황과 실존 속에서 타자를 위해 고통을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포기하는 사랑이 기독교의 궁극적인 진리의 실체라는 것이다.

아울러 방 교수는 "선교는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이 항상 주변으로 향해있으며, 이들과의 관계성 속에서 나타난 성육신(the incarnation)이 선교의 유일한 방법이자 신학의 기본적인 원리인 것"이라며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중심을 포기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고 타자와의 지속적인 관계형성과 대화를 통해서 의미를 찾고 확장시킨다는 의미"라고 전하며 자기 중심성의 포기를 담보한 21세기 선교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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