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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생명의 알맹이 숨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씨알사상은 생명과 정신의 껍데기를 깨고 알맹이에 충실하게 살자는 사상이다. 씨알의 껍데기와 거죽은 알맹이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씨알에게 껍데기가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껍데기에 매이고 거죽에 머무는 것은 참이 아니라 거짓이다. 생명의 목적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에 있다. 씨알이 싹 트고 생명활동을 펼치려면 껍데기, 거죽을 깨트려야 한다.

껍데기에 머무는 삶은 거짓된 삶이다. 우리말 사전에 따르면 거짓은 거죽을 나타내는 말이다. 거죽에서 거즛이 나왔고 거즛이 거짓이 되었다. ‘참’의 어원을 알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가득 찰’ ‘만(滿)’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게 보면 참은 무엇이 ‘차’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껍질을 깨면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알맹이가 착실(着實)하게 차 있는 것이 참이다. 알맹이가 충실하게 차 있는 게 참이다. 착실이나 충실의 실(實)도 열매를 나타낸다. 열매가 익어 알맹이가 가득 찬 것이 참이다. 우리말에는 씨알사상과 씨알정신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껍데기에 머물러 거기에 비벼대는 것이 거짓된 삶이고 알맹이에 충실한 것이 참된 삶이다. 우리 삶에서 껍데기는 무엇이고 알맹이는 무엇인가? 겉모습, 돈, 지식과 이론, 재주, 사회적 지위, 이름 이런 것들은 다 껍데기다. 이런 것들은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이름이 껍데기이고 지식이나 이론도 껍데기인데 남의 글과 지식을 도적질 하는 사람이 많다니 이 나라는 껍데기 나라요, 이 사회는 거짓 사회다. 알맹이에 충실하고 알맹이를 드러내는 사람 어디 있나?

삶의 근본이 되는 알맹이는 숨이다. 숨이 생명의 씨알이고 속알이다. 숨이 끊어지면 아름다운 얼굴과 당당한 몸도 바로 썩어버리고 굳센 뼈도 부스러진다. 참되게 살려는 사람은 숨부터 깊고 편히 쉬어야 한다. 숨은 하늘 바람과 기운을 몸에 받아들이는 것이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그리움을 품은 것이다. 히브리어 루앗하, 그리스어 프뉴마, 프쉬케, 라틴어 스피리투스, 산스크리트어 아트만은 모두 숨, 바람, 영혼을 함께 나타내는 말이다. 숨은 하늘 바람을 숨 쉬는 것이고 하늘 바람을 숨 쉼으로써 땅의 물질에 매이지 않는 영혼이 되자는 것이다.

다석은 숨을 목숨과 말 숨과 우 숨으로 구분했다. 목숨은 목으로 쉬는 숨이고 말 숨은 말과 생각으로 쉬는 숨이며 우 숨은 우(위) 하늘(하나님)의 얼 생명으로 쉬는 숨이다. 목숨에서 말 숨이 나와야 하고 말 숨에서 우 숨이 나와야 한다. 생명의 씨알맹이인 숨에서 생명과 정신의 꽃과 열매가 열게 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고 사명이다. 목숨을 명(命)이라 하고 하늘의 명령도 명(命)이라 한다. 목숨에는 얼 생명을 꽃 피우라는 천명(天命)과 사명(使命)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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