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5월 월례발표회가 11일 오전 7시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렸다.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가 발제하고 있는 모습. ⓒ베리타스 |
기독교의 정치 참여 방법론을 둘러싸고 목회자들 간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11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가 주최한 5월 월례발표회에선 ‘기독교의 사회·정치적 책임’을 주제로 발표하고, 응답하는 시간이 있었다.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이 발표회에서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최이우 목사(종교교회) 등은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불가피함을 전제로 기독교의 정치 참여 방법을 모색했다.
이수영 목사는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의 성경적-신학적 "텍스트"(text)를 ‘십계명 후반부’(제 5계명~제10계명)에서 찾고, 이를 "일상에서 철저히 지킴을 첫번째 사회정치적 책임"이라 정의했다. 또 그 내용을 가르치는 교육을 "정치사회적 책임"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이러한 계명들은 부정적인 ‘금지명령’(Verbot)을 지키게 할 뿐 아니라, 나아가 이 계명이 내용과 지향점에 있어서 내포하고 있는 적극적인 ‘실행명령’(Gebot) 까지 찾아 지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기독교인의 책임에 관한 텍스트를 말하는 대신, 텍스트가 수행될 정치적, 사회적 ‘컨텍스트’ 속에 어떤 형식으로 책임있게 참여할지에 대한 언급은 유보했다.
이어 지형은 목사는 기독교의 사회, 정치적 ‘책임’에 무게를 두고 책임의 기초와 책임의 형태를 나누어 제시했다. 지 목사는 첫째로 책임의 기초를 기독교의 ‘신앙고백적인 정체성’(identity)과 ‘사회정치적인 연관성’(relevance)의 상호작용에서 찾았다. 세상나라 일에 참여하되 항상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참여하자는 것이다.
지 목사는 기독교의 정치 참여에 관한한 몇 가지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의 혼란과 타락이 심할 때 또는 기독교가 소수자 집단으로서 존재자체가 위태로울 때의 형태인 ‘마가의 다락방 모델’ ‘노아의 방주 모델’ ‘출애굽 모델’ 같은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 찾기가 오히려 바람직한 참여 모델일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기독교가 사회적 영향력에 있어서 다수자의 입장이 되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상황을 이끌어 가야하는 상황에서는 ‘주기도문 모델’을 주축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일에 주력하는 참여의 모습을 반겼다.
지 목사는 그 밖에 기독교 참여의 ‘큰 틀’을 제안하는데 이에 따르면 시대상황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진보-보수’의 공존적 틀 혹은 신앙의 정체성 보장이 전제 된 형태인 △절차중시의 법치민주주의 △상생 겨냥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양심을 뿌리로 하는 인도주의 인륜도덕 등을 제시했다.
한편, 최이우 목사는 기독교의 사회, 정치적 책임을 "대 사회적 예언자적 사명"이라며 기독교의 정치 참여의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첫째로 각 정당으로 하여금 기독교적 가치/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기독교 지도자들이 정당에 참여하는 방법을 제시했으나 "다만 소속 정당의 당파적 이익이 기독교적 가치를 제대로 대변해 주지 못한다고 본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또 다른 기독교의 정치 참여 방법으로 ‘기독교 정당’의 조직을 언급하고는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그 당위성에 대한 공적인 논의 과정이 전제되고, 국민과 교회로부터 신뢰받는 지도층의 참여"를 주장했다.
주제 발제에 이어 응답에 나선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먼저 세 발제자의 의견을 종합해 "세 분의 논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것은 정치적 행위의 근본바탕에 관한 것"이라며 "‘십계명’ ‘하나님 나라’ ‘예언자적 목회’가 정치적 책임의 근간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우리는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도 기독교적 정체성(identity)와 텍스트(text)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론에선 비판적 시각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최이우 목사가 제시한 기독교 정당 조직에 대해 박 목사는 "가정해서 공적인 합의 과정을 통해 ‘기독교 정당’을 만들면, 그 정당은 필연적으로 수권을 위한 정당적 이익옹호를 버릴 수 없고, 그것이 기독교적 가치관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데도 정당적 참여가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그 보다는 기독교 내 기존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독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기구를 두는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보탰다.
박 목사는 끝으로 교회와 세상이 세속주의로 흐르거나 탈세상주의로 흐르는 것을 우려하며 상호의 생산적 긴장관계를 지속하며 기능할 수 있는 기독교의 정치 참여의 구체적인 틀에 대한 지속적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