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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제13회 기독교학술원 영성포럼 설교문 전문

성경본문: 마태복음 6장 33절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이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은 천상에 그것들의 영원불변한 실재(實在)가 있다고 말하고 국가도 천상에 있는 이상적인 국가를 닮아가는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옛날 플라토가 말하였다. 자고로 보편적인 신수권 사상도 국가의 군주 곧 통치자들의 하늘의 신(神)으로부터 통치권을 위임받아 다스린다는 사상이다. 옛날 이스라엘 민족도 종교지도자인 제사장이 왕을 세우고 왕의 통치를 종교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충고하였다.

그런데 현대 주류 정치사상과 체제인 민주주의는 국민이 통치권자이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통치권을 위임받아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 규범을 국민이 선출한 국회위원들이 만드는데 그것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고 또 뚜렷하게 윤리적인 것도 아니고 다만 국민의 자유와 인권과 평등을 기본정신으로 한 질서와 복지에 관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 국가들이 종교와 결별하고 순전히 세속적인 단체가 되어있고 경제 제일주의나 유물론 사상이지배적인 이 시대에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지키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주의의 경험이 일천하고 민도가 아직 그리 높지 못한 나라에서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에 따라 정치를 할 때 자칫하면 민중의 선동 정치가 되기 쉬워 나라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플라토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반대한 까닭은 민주주의란 말 democracy가 demon(악마)의 cracy(정치)가 되어 혼란과 무질서에 빠지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중의 데모, 봉기는 폭력과 파괴의 무서운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나라 운동을 선포하고 이 땅위에 속히 임하여 하나님의 통치가 곧 실시되도록 선교하시고 또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그는 하나님나라의 헌장과 같은 여덟 가지 강령을 산상에서 설교하고 그리고 그것에 이어서 많은 교훈을 알아듣기 쉬운 비유와 이야기로 가르치셨는데, 모든 교훈은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구현하는 하나님 나라 정치의 이상이며, 구체적으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종교적 교훈과 인간 관계의 윤리적 교훈이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한님 나라의 메시아 곧 왕으로 모시며 우리는 그의 나라의 시민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스라엘인도 아니고 또 희랍 로마인도 아닌 제3종족인 예수 그리스도 종족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는 너희는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든 국회의원이 되든 관리나 평민이 되든 이중국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행동해야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도바울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대사(大使) 격으로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일치하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대사 노릇을 잘못하면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자기의 가르침을 배워서 아는 생도(生徒) 만이 아니고 세상에 나가서 가르치고 모범을 보인 사도(使徒)가 되게 하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사도가 되고 대사가 되는데 필요한 'way of life'와 ‘way of work’를 많이 가르치시고 모범을 보여주셨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하나님 나라 정치의 주요 관심과 관심을 생각해보면

Ⅰ. 그는 사람 또는 인간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온 천하보다 한 사람의 가치가 더 크다고 하였다. 그는 사람을 구원하려 세상에 오신 것이었다. 그가 보시기에 가장 불쌍한 사람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예수는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구하여 주셨는데 문둥병자와 같은 사람이 가정의 가족들로부터도 사랑을 못받고 또 동네사람들에게서도 사랑을 못받고 사랑에서 절연된 사람들을 고쳐서 사랑을 다시 받게 해주셨다. 사랑은 개인 문제만이 아니고 가정이나 부락이아 부족이나 민족 공동체의 결속과 유대를 보존해주는 근본적인 힘이다. 오늘날 이 세상에는 인간 공동체의 사랑으로부터 절연되어 유리, 방황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다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정치 관심은 세리 마태나 삭개오처럼 직업이나 신분이나 그 밖의 어떠한 고질적인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되어 버린 사람들의 하나님의 형상으로 평등하게 지음 받은 존재로서의 권리를 되찾게 해주셨다. 오늘날에도 이 지상에는 인종이나 종족이나 민족이나 지방의 차이로 서로 차별하고 불화하고 싸우는 불행이 많다. 또 유식과 무식, 부자와 빈자 등의 차이도 인간 세상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다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중죄를 짓고 사람들에도 저주를 받아 죽어야 하지만 하나님에게서부터도 저주를 받을수 밖에 없던 막달라 마리아와 같은 여인이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에게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종교적 사명도 수행하셨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대사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들은 이 종교적 사명도 반드시 수행해야 할 것이다.

Ⅱ.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 정치로서 사람들이 물질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교훈을 주셨다. 하나님이 만물을 지으시고 사람에게 먹을 것과 입고 살 것들을 충족하게 주셨고 그리고 그것들을 잘 관리하는 임무를 주셨다.

이 말씀대로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물질에 대하여 과욕을 부리거나 사치하게 살려고 물질을 낭비하거나 허비하지 말것을 공중의 나는 새와 들에 피는 꽃이 먹고 입고 살아가는 길을 예로 들어 가르치셨다. 또 물질의 고욕을 채우기 위하여 필요 이상으로 노동하는 과들도 피해야 하며 많이 축적하여 그것으로 행복하다고 자위하는 부자의 어리석음도 벌하지 않도록 말도록 가르치셨다.

오늘날 이 지상의 하나님의 귀한 피조물들이 많이 죽어가고 고갈해가고 황폐되어 가는 것은 물욕을 채우려는 인간들이 이 자연을 잘못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포도원 관리를 잘못한 포도원 관리자를 내쫓은 포도원 주인의 이야기를 비유로 가르치셨다. 또 예수님은 하나님의 피조물이 각기 지음 받은 목적과 용도가 있는데 그것을 오용 또는 악용하는 것을 금하셨다. 그가 광야에서 마귀에게서 돌로써 떡을 만들어 먹고 굶주림을 해결하라는 유혹을 받고 단호하게 지적하셨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들은 마귀의 이 유혹에 빠져서 많은 물질을 오용 또는 악용해서 사람과 자연을 죽이고 파괴하고 있다.

Ⅲ. 마지막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의 대사와 사도가 될 그리스도인들은 돌이나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하지만 권력의 욕심을 버려야한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받은 유혹의 한 가지는 마귀가 자기에게 절하면 온 천하를 다스릴 권세를 주겠다고 한 것이다. 예수는 그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셨다. 정치하는 사람에게는 이 권세와 권력에 대한 유혹이 많다. 그러나 물론 불의한 권세와 권력에 굴하지 말아야 하지만 출세와 영달을 위하여 또 지배욕으로 권력을 탐하는 것은 이기적이다. 세상의 나라의 정치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하나님 나라의 정치인들이 교회에서도 이러한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더 많은 교훈을 주셨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의 어느 나라에서 살며 어떠한 직업과 상황을 하든지 반드시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해서 예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육신은 죽어도 영혼을 죽일 수 없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말고 몸과 영혼을 다 죽일 수 있는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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