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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칼럼] 희망을 노래하게 하는, 녹색교회 실천

유미호·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우리는 지금 ‘열병’과 ‘방사능 피폭’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 동산 한 가운데 있다. 동산을 지키고 돌봐야 할 책임이 있지만, 대부분 누리고 있는 풍요와 편리함에 빠져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해하고 있거나 주저하고 있기 일쑤다.

물론 지구 동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작은 노력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녹색교회’를 꿈꾸는 교회들의 노력도 있다. 비록 적은 수이지만 1998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www.greenchrist.org)가 제정한 ‘녹색교회21’에 기초한 녹색교회 만들기에 함께해온 교회들인데, 이들 녹색교회들은 겉모습에서부터 푸른 향내가 짙게 풍긴다. 벽면엔 담쟁이넝쿨이 푸름을 더하고, 건물 지붕에서는 태양광전지가 반짝거린다. 교회 둘레엔 담장이 없다. 주변이 작은 숲이다. 비록 작지만 온갖 동식물들이 자라고 지역주민들이 드나들며 친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 쪽에는 토마토, 상추, 오이, 당근 등을 키울 수 있는 텃밭도 있다. 교회 앞마당엔 자전거가 줄지어 있다. 성도들은 자전거를 타고 세상과 교회를 오간다. 녹색의 눈으로 성경을 읽으며 자녀들에겐 창조의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가르친다. 신음하는 피조물의 아픔을 느끼기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에 기꺼이 헌신한다.

이들 교회들이 하고 있는 녹색실천은 크게 여섯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하나님께 받은 ‘햇빛 바람 등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다. 광동, 지평, 청파교회 등은 교회 지붕에 태양광발전기 3kW를 올렸다. 2010년부터는 햇빛과 바람, 자전거발전기를 이용해 불을 밝히는 친환경십자가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둘째는 ‘실내 적정온도 맞추기’다. 예배당이나 사무실의 온도를 여름에는 시원한 옷차림(쿨비즈)에 26~28°C를, 겨울에는 내복(웜비즈)을 입고 20°C 아래로 낮추게 하고 있다. 교인들에게도 온도계를 선물로 주어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을 통해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게 한다.

셋째는 가정과 교회에서 나오는 ‘생활 속 CO2 줄이기’다. 2007년 이후로 신양교회 등은 매월 마지막 주일을 ‘차 없는 주일’로 지킨다. 주일마다 주차장을 비워두고, 맑은 공기와 함께 주일을 맞으며 지구는 물론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하고 있다. 아울러 많은 교회들이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기, 가스, 수도, 자동차 주유비 등 생활 구석구석에서 발생시키는 CO2를 ‘에너지가계부’에 기록하게 하여 자신이 지구에 얼마나 고통을 안겨주는지 알아 고통 받는 생명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했다.

넷째는, 나무를 심고 가꾸어 ‘교회를 푸르게 하기’다. 숲을 회복하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적극적 방법이다. 2000년 이후로 성답 등 다수의 교회들이 참여하여 교회의 담장을 헐고 나무울타리를 만들거나 마당에 작은 동산을 만들어 회색도시에 푸르름을 더하였다. 마당이 없는 교회라면 옥상에 하늘동산을 가꾸거나, 자투리땅을 찾아 나무와 꽃을 심고 텃밭을 가꾸었다. 어떤 교회는 교회 내부만이 아니라 마을에 방치되어 있는 곳까지도 찾아내어 한평공원으로 되살려내기도 했다. 작은, 고기, 쌍샘, 청지기교회는 교회 동산을 활용하여 자연학교를 운영함으로 잃어버린 생태감수성을 일깨우고 있다.

다섯째는 ‘재활용, 재사용, 되살림 문화’ 확산이다. 백석, 부천제일, 새터, 하늘담은, 황지중앙교회 등은 아나바다고(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고쳐쓰고)의 실천에 힘쓰고 있다. 때론 초록가게를 열고 교회 주보와 화장지를 재생지로 바꾸는 실천에도 힘쓴다. 고효율제품이나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환경상품의 사용도 늘려가고 있다.

여섯째는, 몸과 마음은 물론 땅을 살리는 ‘생명밥상 빈그릇 실천’이다. 2002년 이후로 많은 교회들이 국내산 유기농산물을 나누며, 육식을 삼가거나 음식쓰레기 배출을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최근엔 기후붕괴와 공장식 축산에 따른 재앙에 맞서기 위해 ‘고기 없는 주일’도 지키고 있다. 7명이 한 주에 하루만 채식해도 숲 1200평 지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들 교회 대부분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만물 중에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자연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지키고 돌보는’ 일에 지금도 헌신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와 소속교단, 그리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신음하는 피조물의 이웃으로 서 있는 이들 교회들의 실천에 감사하며, 2006년부터 해마다 '녹색교회‘를 선정하고 있다. 환경주일(6월 첫 주일) 연합예배 때 선정식을 갖는데, 첫 해부터 지금까지 녹색교회로 선정된 곳은 내동, 백석, 석포(2006), 광동, 들녘, 송악(2007), 신양, 지평, 청파(2008), 서울복음, 쌍샘자연, 평화의, 향린(2009), 고기, 동녘, 받들, 아름다운, 용진, 황지중앙(2010), 동면, 새터, 완도제일, 은광, 하남영락(2011), 갈계, 오봉, 주산, 청지기, 하늘담은(2012) 교회다. 이들 녹색교회가 있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지구 멸절의 위기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바라기는 이 땅 모든 교회들이 녹색교회의 꿈을 꾸길 빈다. 에너지를 아끼면서 ‘석유나 핵이 아닌’ 하늘로부터 오는 햇빛에 의지하고, ‘교회 숲’을 조성해 에덴동산을 회복하고, ‘재생지’로 주보를 만들면서 ‘차 없는 주일’을 지키고 성도들과 ‘탄소금식’과 같은 생활실천 운동을 전개함으로, 신음하는 지구가 희망의 미래를 노래할 수 있게 되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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