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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삼일운동과 식민지근대화론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일본의 식민통치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조선왕조 시대에 비해서 식민통치시대에 도시가 늘고, 공장과 광산이 들어서고 철도가 놓이고 기차들이 다니고 큰 길이 뚫리고 자동차가 늘어난 것을 근대화라고 한다면 일제의 식민통치가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방 후에 일본 사람들이 물러나자 많은 공장과 광산이 문을 닫고 말았다. 일본 사람들이 고급기술은 한국인에게 가르쳐 주지 않아서 기계를 돌릴 한국 사람이 없었고, 공장과 광산을 운영하는 높은 직책을 일본 사람이 독점했기 때문에 공장과 광산을 운영할 한국 사람이 없었다. 이런 사실은 일제의 식민통치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해도 식민지의 근대화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말해 준다.

공업화만을 근대화로 본다면 이것은 역사를 너무 피상적이고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근대화를 공업화, 산업화로만 보는 것은 역사를 물질적이고 외형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서구 역사에서도 공업화나 산업화 이전에 민의 주체적 자각에서 근대화가 시작되었다.

중세의 봉건사회에서 민의 정치 종교적 해방이 이루어진 다음에 산업화 공업화가 이루어졌다.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명예혁명이 일어난 다음에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민이 사회의 주체로 자각하는 정치적 근대화, 민이 종교의 주체로 자각하는 종교적 근대화,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학적 근대화가 선행되거나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공업화나 산업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삼일독립운동은 민의 주체적 자각인 민주, 민족의 자주독립, 세계평화를 선언함으로써 근대화의 정신적 원칙을 분명히 제시하였다. 민주 없는 근대화, 민족의 자주독립이 없는 근대화, 세계평화를 지향하지 않는 근대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근대화라고 할 수도 없다.

민을 노예로 삼는 산업사회를 민이 바랄 리 없다. 민족 전체를 노예로 삼는 산업사회에서 어느 민족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는 군사제국주의가 이룩한 산업사회는 자신과 세계를 멸망으로 이끄는 자살적이고 자멸적인 사회다. 근대화의 근본 동인과 목적은 민의 주체적 정신적 자각에 있다. 공업과 산업의 발달을 나타내는 사실과 통계숫자를 내세워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것은 역사와 인간에 대해서 면목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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