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재순 칼럼] 정신질환의 치유와 씨알정신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평생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했고 6명 중 1명은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최근 1년간 자살시도자만 10만 8천 명에 이른다. 대한민국은 정신질환공화국이라고 할 만 하다.

왜 그럴까? 일자리는 없고 먹기 살기는 팍팍한데 우리 사회에는 욕심과 허영, 사치와 향락이 넘쳐난다. 먹고 살기 팍팍한 사람의 마음을 욕심과 허영으로 채우면 정신분열에 빠지기 쉽다.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일에 밀리고, 삶에 쫓기면서 힘 있고 높은 사람에게 치이고 눌리다 보면 마음이 곤고하게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남에게 치이고 눌리기 싫어서 먼저 남을 누르고 밟고 차며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각박하고 삭막하고 여유 없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인정이 졸아 들어, 너그러운 맘씨를 만나기 어렵다. 우리 가슴이 아스팔트, 시멘트로 채워져 흙냄새를 맡지 못한지 오래다. 아스팔트길과 시멘트 벽 속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속에서 자연생명세계와 단절된 삶을 산다. 자연생명세계는 인간 삶의 바탕이고 고향이다. 뿌리를 잃은 삶은 불안하고 거칠고 메마르다. 흙을 떠난 삶이 온전할 수 없다. 뿌리를 잃은 삶이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 우리 사회에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도 많고 정신질환에 걸릴 사람도 많다. 정신질환에 걸리면 자존감을 잃고 남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잃는다. 자신 안에서 기쁨의 샘이 마르고 남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 수 없고 남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함께 아파할 수 없다. 정신질환을 치유하려면 먼저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자존감을 지닌 사람만이 남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정신질환을 치유하는 길은 우리의 몸과 맘에 자연생명세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맘에 자연생명세계를 회복하는 길은 우리의 몸과 맘 속에서 생명의 씨알이 싹트고 꽃 피고 열매 맺게 하는 것이다. 씨알정신은 몸과 맘과 얼이 씨알임을 깨닫고 몸과 맘과 얼에 씨알을 두고 씨알을 싹트게 하며 살자는 것이다. 몸과 맘 속에 씨알을 심어놓고 그 씨알이 싹트고 자라게 하는 사람은 결코 정신질환에 걸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속에 씨알을 품고 사는 사람은 마지막에 후회 없이 죽을 수 있다. 자기 속에 씨알이 싹트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은 어리석고 충동적인 말과 행동을 하려다가도 자제하고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남의 몸과 맘에서 생명의 씨알, 이성과 영성의 씨알이 싹트고 있음을 믿고 사는 사람은 남을 사랑하고 섬기며 남과 더불어 사는 지혜와 힘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씨알로 사는 사람은 저도 모르게 저와 남을 씨알누리로 이끌고 새 세상, 새 문명을 지어갈 것이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