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뷰]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선과 악이 미리 결정돼 있다는 기존 구조 해체’

 

배트맨의 귀환에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3부작 최종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 6일만에 3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극장가 <다크나이트 라이즈> 열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기존 할리우드의 범죄·액션 영화와는 달리 그의 배트맨 시리즈를 통해 ‘선’과 ‘악’의 대결 구조의 틀을 깨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명확한 ‘선’이나 ‘악’이란 게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선택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자 애쓴다. 선과 악이 애시당초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개개인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는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

놀란 감독이 만들어낸 캐릭터들, 즉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 라즈 얼굴(리암 니슨 분), 조커(히스 레져 분),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분), 베인(톰 하디 분), 캣 우먼(앤 핸서웨이 분) 등 모두가 선과 악의 중간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절대 선으로 상징화 되는 경찰들에 의해 쫓기거나 그들을 농락하는 배트맨의 모습 그리고 위선과 거짓으로 치장되어 고담시의 거짓 평화를 조장해 온 ‘투 페이스’ 하비 덴트 특별법의 진실을 폭로하는 악당 베인의 모습 등은 때에 따라 선, 악을 넘나드는 이들의 자리를 보여준다.

이러한 양면성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선과 악의 혼종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캣우먼과 배트맨을 쫓거나 다리를 지키는 경찰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이러한 맥락에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을 택해 영웅으로 살 것이냐?’ ‘악을 택해 악당으로 살 것이냐?’를 놓고 말이다. 전편 <다크나이트>의 악당 조커와 같이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은 고담시를 공황상태에 빠트리고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계급투쟁을 독려한다. 고담시의 재력가 등 지배 세력들에 저항할 빌미를, 덫을 쳐놓고 기다린다. 그리고는 순간의 선택으로 악인으로 돌변한 일부 시민들이 저지르는 악행에 박수를 보낸다.

반면, 배트맨은 이렇듯 ‘혼란’에 빠진 고담시를 놓고, 시민들로 하여금 악이 아닌 선의 길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나아가 관객에까지 선의 길에 합류할 것을 제안한다. 선과 악 사이에 서 있는 캣우먼을 향한 배트맨의 ‘끊임없는 믿음’의 표현은 캣우먼을 포함한 관객들에 ‘선’을 추구하도록 하는 데 큰 힘을 보탠다.

“어린아이의 어깨에 코트를 걸쳐주면서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가르쳐준 어른도 영웅이지." 고든 청장(게리 올드만 분)과 배트맨의 마지막 대화에서 배트맨이 남긴 말이다. 놀란 감독은 아마도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만한, 시리즈 전체를 포괄할만한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64분을 줄기차게 내달린 것인지도 모른다.

영웅 그 이상이 되고자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온 배트맨은 <다크나이트 라이즈> 결말 부분을 통해 나름의 답변을 제시한다. 놀란 감독은 이 마지막 30분을 통해, 비록 그것의 예측가능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갈채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경이로운 연출력을 보여준다.

영화 전반에 걸쳐 배트맨은 관객들에게 함께 고민할 것을 권한다. 언제 어디서라도 선과 악 사이에서 자신의 양심을 버리고 악을 택하도록 충동질을 당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느냐를 놓고 말이다. 그런 질문 앞에 작은 선행을 한 것 하나만으로도 영웅이란 칭호를 아끼지 않는 배트맨에 관객들이 끌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사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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