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문> 영화포스터. |
관객들의 시선을 분초를 다투는 긴박했던 ‘용산참사’ 현장으로 모으는 이 영화는 철거민들 뿐 아니라 진압 당사자인 경찰 특공대마저 피해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모순된 현실을 폭로한다. 그러면서 승자도 패자도 없이 피차간 피해자만 양산해 내는 공권력의 구조적 횡포를 들춰내기에 이른다.
또 공권력의 횡포 속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모른 척하는 게 옳은지, 아니면 공권력의 횡포에 어떤 방식으로든 저항하는 게 옳은지 선택할 것을 관객들의 몫으로 넘긴다.
이러한 결단을 촉구하는 영화가 신앙의 여정을 걷는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구미정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는 주간기독교 8월호에서 <두개의 문>에 대해 신학적 의미를 부여, 신앙 성찰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강도 만나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나그네를 보고도 피하여 지나간 제사장과 레위인이 바로 나였다"며 구 교수는 이 영화를 관람하게 된 계기가 일종의 ‘부채의식’ 나아가 ‘죄의식’이었음을 설명했다.
구 교수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지던 바로 그 시각에, 마치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혹은 그런 일은 다만 ‘그들’의 일일 뿐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편리하게 살인을 외면하고 방조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 <두개의 문>은 일종의 고해성사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며 "영화는 끊임없이 그 때 너는 어디에 있었냐고, 이 끔찍한 참사는 누구/무엇 때문이냐고 질문한다"고 말했다.
▲구미정 숭실대 교수 ⓒ베리타스 DB |
그러면서 구 교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자기 안에 도사리고 있는 소시민적 근성, 부정하려야 할 수 없는 나약함과 비겁함을 마주 대하는 일은 그리하여 차라리 고문인데 어쩌면 그 지점에서 적나라하게 정직한 것이 죄 사함과 구원의 시발점인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2009년 무렵, ‘뉴타운’ 귀신에 씌어 있던 당시 사회상을 잠시 언급한 구 교수는 이어 "뉴타운 정책의 수혜자들은 횡재에 눈이 가렸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그런 맹목적인 이기심과 질투심의 산물이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의 말은 모두가 듣고 싶었던 ‘복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 교수는 "한데 그것이 어찌 모두를 위한 ‘복음’이었겠느냐"며 "낙후된 기성 시가지의 주거환경을 정비하겠다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광역시에서 선심 쓰듯이 호기롭게 시행된 뉴타운 사업은 철저히 극소수의 아파트 개발업주들과 투기꾼들의 배만 불렸다"고 지적했다,
‘두 개의 선택’이란 제목의 이 기고글에서 구 교수는 끝으로 "이 진실을 일깨우는 <두개의 문>은 결국 우리 앞에 놓인 두 개의 선택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면서 "하나는 진실을 외면한 채 여전히 거짓복음에 자신의 영혼을 파는 것이고, 또 하나는 헛된 망상에서 깨어나 참된 복음에 새로이 눈을 뜨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