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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사람의 아들’(인자) 교회 되어야 下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예수는 그 불쌍한 무리들의 문제를 당장 해결해 주려고 하였지 내세의 약속이나 촉복을 빙자하여 현재의 아픔과 비애를 참고 견디라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가 장차 영광을 받을 보좌를 자기의 제자들에게 설명하여 그들을 안심시키려 하지 않았다.

반면에 당시 그들을 억압하고 있던 로마 정권자들이나 유대사회의 권세자들이나 부자들을 대항해서 사회혁명이나 민중봉기를 사회혁신을 일으켜 보자는 열심당원들과 같은 행동주의도 피하셨다. 자기 당시에도 메시야를 자칭하여 민중을 선동하던 사람이 없지 않았다. 예수는 로마의 정권이나 유대 나라의 정치적 변혁 보다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아주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질서를 세울 목적으로 하나님의 통치, 곧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신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불쌍한 대중을 선동하거나 희생양처럼 앞세워서 죽게하거나 대중을 선동 군중으로 내세우는 세속적 정치 이념주의자는 아니어서 로마제국의 세계주의와 평화 정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하나님 나라의 새 질서와 정의를 가르치고 자기의 삶으로 실현시켜 보여주었다. 그는 그 새 나라가 이미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리 한국교회를 해방전과 해방후의 교회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해방전에는 ‘사람의 아들’의 예수교를 그리고 현재의 교회는 왕자, 그리스도의 종교를 ‘기독교’라고 부를 만하다. 이 ‘기독교’가 지금 한국사회에서 실망을 당하거나 무익하다는 비평을 받는 까닭은 이 기독교가 비대하여 사회적인 한 세력으로 행세하면 실제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종교 곧, 사람들을 섬기고 도와주는 종교가 아닐 뿐더라 사회의 모범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제 시대의 국권도 외교도 없던 조선민족이 국제사회에서 아주 잊혀져 가던 때 유일하게 국제 기독교회의에 참석한 한국교회 대표들을 통하여 조선민족사회의 존재도 알렸고, 또 교육과 사회복지사업과 농촌사회 계몽운동과 함께 애국애족사상을 조장시키고 그리고 일제의 압정에 평화적으로 저항하는 정신과 운동으로 가장 큰 박해와 피해를 입은 한국의 예수교회는 ‘사람의 아들’의 교회다웠다.

그리고 목사들의 청빈과 충성에 힘입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가난한 사람들의 집단인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었고, 교파들 사이에도 협력이 좋았으며 그리고 교파를 교단의 분열도 없이 하나가 되어 민족의 일체성의 모범이 되었다고 교회의 자조 자립 및 개척정신을 본보여주면서 가장 진보적이고 선각자가 되어서 민족지도의 사명을 감당했다.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일제시대의 교회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1970년대 이후에 경제발전과 사회의 변화와 문화의 발달에 따라서 현대화한 한국사회에 발맞춰서 발전하고 성장한 한국기독교는 발전한 현대사회에 앞서기보다는 뒤따라가면서 모방하여 세속사회와 거리가 가까워지고 기독교인이 불신자와 다르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기독교인들이 현대화를 넘어서 세속주의와 동화되어 버린 것이다.

한국 산업사회의 시장 자유주의의 원리를 본받아 한국교회들은 교단적이나 개교회적으로 물량적 즉 큰 교회당, 풍부한 교회 재정 그리고 많은 신도수를 확보하는 일에 경쟁적이었다. 이런 일을 하다가 교회가 이기주의적이되었고, 자기 교만에 빠졌으며 교단이나 교회 안에서의 다툼과 분열이 생겼고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신학적 고집과 교만이 분열과 불화의 씨를 뿌렸다.

그리고 교회의 외형적 성장을 위하여 설교자들을 축복을 강조하였는데 그 축복이 타계적(내세적)이거나 아니면 직효적인 또는 현실적인 축복이었다. 이러한 설교와 강조는 기신자들에게는 격려가 되겠지만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낙시꾼들의 값싼 미끼와 같이 들리는 것이었다. 현대인들은 다 현실주의적이고, 타계적인 소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가르친대로 먼저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필요하지 제사장처럼 교회에 우선 나와야 한다든지, 서기관처럼 교리나 신조의 설명으로 납득시켜 보려거나 바리세파 사람처럼 사람의 죄와 벌의 인간관계를 따져서 가난이나 질병이 누구의 죄의 값인양 믿게 만들려 하거나 레위인처럼 계층이나 신분을 챙기는 신자들이 없지 않다.

오늘날 한국교회들이 이웃돕기 운동을 많이 하게 되었고, 교인들이 동원되어 수고도 많이 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러한 일이 교회의 자선사업이 부자가 장터에서 많은 사람이 보는데서 구제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빈약한 교회와 가난한 교역자들이 한국의 교회 중의 3분의 2 정도이고, 미자립교회 또는 개척교회들이 문을 닫을 형편이다. 이런 빈부 격차 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알려준다.

오늘 한국교계에서 높은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왕자 행세를 하고 있고, 또 많은 종류의 기독교 기관들과 단체들과 기구들도 한국교계에서 왕자처럼 위세를 부리려고 애쓰며 교회 목사들도 왕자처럼 섬김을 받을려고 하여 장로 직분자들도 역시 그러한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 많다.

‘사람의 아들’ 교회 이미지 회복을 위하여 우리 모두 새로 태어날 때 한국교회는 한국민족사회의 등불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교세도 다시 회복되며 사회의 신망도 회복되고 마지막으로 한국민족사회의 날로 타락하고 부패해 가는 이 비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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