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경재 칼럼] 명지고 종교교육에 대한 신문비평을 읽고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넣어야

정도가 지나친 종교비판 신문기사 제목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

2012년 8월 9일  한겨례신문 사회면에 서울 명지고에서 있었던 지난 7월 교내 ‘신앙부흥회’ 사건을 중심으로 비판적 기사가 실렸다. 기사제목은 너무나 자극적으로 들리는데 <수업대신에 “할렐루야”, 학교는 마치 ‘종교감옥’>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사를 쓴 기자는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기사를 읽게 하려는 무의식적 동기가 작동하지만, 이번의 기사표제는 너무나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싶다. 문제핵심을 드러내지 않고 잘못 들으면 의도적으로 기독교계 사립학교의 학교설립 이념 자체를 비판하려는 듯이 오해하기 쉽다.  종교교육의 방법개선에 최선을 다해보려는 기독교계 교육자들의 교육의지와 의도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다.

1970-90년대 약 30년간, 한국 개신교의 급격한 ‘양적 성장 교회론’에 대하여 기독교계 자체 안에서도 찬반 비판적 자기성찰이  진행되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성취한 종교적 결과물에 도취하여 한국 기독교계 일부 보수적 대형교회 지도자들이 보여 온 시대착오적이고 반지성적인 자세에 대하여 필자도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는 고통을 무릅쓰고 비판적 발언을 해온 터이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의 재탄생과 개혁을 위하여 일반 사회 지성인들과 언론의 가차 없는 비판을 요청해온 터이며 앞으로도 계속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무릇 모든 비평이나 비판이란 살리려는 것이 목적이지 죽이려는 것이 목적 아니다. 살리기 위해서는 때로는 해체와 파괴가 필요하지만, 비평자의 비판의지가 궁극적으로 공동체를 살려내려는 의도인가 아닌가는 중요한 차이로 나타난다. 한국 기독교의 개혁과 환골탈퇴를 위해서 아직도 더 많은 비판을 받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비판자는 기독교라는 우주적 보편종교가 지닌 위대한 진리성과, 한국 기독교가 한국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빛과 그늘에 대한 정당한 이해와 따뜻한 배려가 요청된다.

요즘 막말로 우리사회는 기독교기피증 정도로 개신교의 신뢰도는 바닥에 있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묵묵히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경건한 삶을 살아가려는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정체성 드러내기를 주저할 정도로 위축되어 있다. 목사나 장로 직함이 존경은 커녕 냉대와 멸시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 130년 동안, 초창기 기독교의 헌신적 인물들과 창조적 근대한국 사회 건설에 공헌한 흔적은 잊혀지고, 세속화 되어버린 ‘머리털 깎인 삼손’의 형국이다. 모두 우리 기독교가 뿌린 가라지 씨앗을 거둠이다.
  
오늘날 한국 중고등 교육기관 중에서 기독교 이념으로 설립되고 지속되는 교육기관들을 ‘마치 종교 감옥’이라는 어투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새 포도주가 변질되었다거나, 헌 가죽부대가 문제라고 그 구체적 본질내용을 지적해주어야 한다. 환자의 병 증세는 병 원인이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다. 병원인을 지적해 주어야 한다. 우리 기독교 자체도 교계 밖에서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반기독교 세력의 행위라고 단정하거나 비판논조를 서운하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원인파악에 진지해야 한다.

새포도주와 새가죽부대의 은유가 말하려는 것

예수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해야 하겠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보존된다”(마9:17). 우리가 잘 아는  성경구절이다. 그런데, 대부분 기독교 지도자들은 새 포도주와 새 부대를 역동적으로 혹은 생명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정태적으로 혹은 고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새 포도주는 ‘복음’이고 ‘복음’은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과 성령강림’이고, 새 부대는 ‘교회와 정통신학 교리’라는 식의 이해이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위에서 언급한 새 포도주와 가죽부대의 해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좋은 산삼 뿌리 일지라도 약탕관에 서서히 약한 불에 달여 울여 마시지 않고 아이들의 위장 속에 산삼 뿌리 채 강제로 집어넣으면 위장에 탈이 나고 부작용이 생기는 이치와 같다. 새 포도주와 새 부대는 복음서에 증언되어 있는 ‘예수의 생애와 교훈’의 빛에 의하여 매시대마다 새롭게 해석되고 새로운 가죽부대에 담아져야 하는 것이다.

한겨레 신문기사 <수업대신에 “할렐루야”, 학교는 마치 ‘종교감옥’> 이라는 기사 중 가장 핵심적 발언은 학생 두 사람과 학교 교감선생님의 말 속에 압축되어 있다. 학생 한명(A학생)의 원망 요지는 “차라리 수업하는게 낫다.....기독교 신자도 아닌데  부흥회에 참여하려니 너무 괴로웠다.”이다. 또다른 학생(학생B)의  비판적 발언핵심은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설교내용이 불편했다”는 것이다. 교감선생님의 입장은 “우리학교는 기독교 이념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홍보하고 입학 할 때 서약서도 받는다...전학가고 싶은 학생들은 언제든 전학 보낼 용의가 있다”는 말로 압축되어 있다.

학생(B)의 비판은 오늘날 기독교학교 교목실의 종교교육이 진정 ‘새 포도주’를 새로운 시대의 젊은 혼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하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성경교육이 되든지 교리교육이 되던지 삼삼뿌리와 녹용이니까 먹어두면 몸에 좋은 것이라고, 직접먹이는 우를 범하지 않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학생(A)의 비판은 가죽부대에 관하여 거부반응을 일으킨 경우이다.  깨끗한 유리잔이나 플라스틱 병에 담아주지 않고, 낡고 땟국이 흐르는 짐승 통가죽 포도 담은 자루에 입대고 마시라고 하는 것이냐고 원망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교 교육적 방법을 개발해야지 왜 교회처럼 부흥회를 하느냐는 것이다. 교감선생은 학생의 선발과 교육과정과 인간성 육성에 자율권이 제약된 현행한국 교육제도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며, 더 이상 뒤로 물러설 뜻은 추호도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첫째, 현대문명 자체와 현대사회의 세계관이 계몽시대 이후부터 종교를 공교육과정에서 배제하고 사적인 일거리로 내팽개친 것이 근본적 잘못이다. 인간이 감성, 덕성, 지성, 그리고 그것들을 넘어서 영성적 존재임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한국 기독교계 사립학교 교육자들이, 온갖 시행착오와 오해와 비난을 무릅쓰면서도 교육과정에 인간품성 도야, 영성의 함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교육적 신념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한다.

둘째, 그러나 현대사회는 기독교계 학교 경영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전혀 새로운 문명사회로 진입해 있다. 특히 복음의 본질해석과 복음적 진리와 생명의 전달방식에 있어서,  개화기 숭실 ․ 이화 ․ 오산 학교등 기독교 학교에서 실행하고 열매를 거두었던 ‘영성 함양 방법’을 구태의연하게 지속하려는 쉬운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 내 ‘부흥회’ 방식이나 의무적 ‘교실성경수업’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노력과 연구가 요청된다. 종교적 영성 함양을 반드시 성경교육이나 부흥회식 종교방식으로만 전달하려는 타성을 버려야 한다. 도리어 예술, 과학, 철학, 심리학 등 각 분야에 관련한 이론과 경험자들을 동원하고 활용 해야한다. 기독교학교 이사회와 교사진 특히 교목실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전공지식으로써 신세대의 종교적 영성을 함양하겠다는 종교교육 독점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기독교계는 각 분야에서 훌륭한 인재와 전문가를 충분히 축적하고 있다. 잠재적 평신도의 위대한 능력과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 성공한 기독교 실업인의 인생경험담은 부흥회의 목사 설교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신앙인으로서 분자 생물학자가 DNA 발현과정에 관한  과학적 설명과 다 알수 없는 신비성을 진지하게 말해준다면 우주천문학 지식과 연결하면서 학생들은 생명외경에 눈뜰 수 있다.

셋째, 정부당국의 교육정책에서 다양성을 보장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기독교계 사립학교에서 종교교육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오늘 신문기사처럼 <학교는 마치 종교 감옥>이라는 모독을 받지 않으려면, 중등학교 학생 선발권과 학생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종교교육 커리 큘럼은 중등교육과정에서 현실적으로는 지극히 부분적인 일부이다. 종교교육은 햇빛처럼 맑은 공기처럼 인격형성과정에 인격적 감동을 통하여 스며들어야 한다. 정부의 교육지원은 국민복지연금을 종교 차별없이 지급하듯이 공사립 학교 구별없이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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