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 김대중 전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8주년 기념 강연회
강연회 :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강연회
주최 : 노벨평화상 수상 8주년 기념행사 위원회
일시 : 2008년 12월 16일
장소 : 여의도 63빌딩
발제자 : 제임스 레이니(전 주한 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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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 정부와 한반도 평화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승자가 누구인지는 답변 없는 이슈로 남아버렸고, 이 어두운 그림자는 오늘날까지 종전, 즉 평화 정착 노력에 장막을 쳐버렸습니다. 엄청난 군대를 가졌음에도 심각한 상태에 빠진 북한의 승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북한의 야망은 생존이며 북한이 가진 패는 핵 프로그램입니다. 한편 한국은 민주 국가이자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였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국가이며 신흥국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경쟁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상실한 채 북한은 자국의 존엄성에 극도로 민감해졌고, 남쪽의 이웃과 모든 면면에서 이기려고 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 정도가 심하여 스스로에게 피해가 되는 수단까지 동원하여 응수합니다. 세계적으로 몇 되지도 않는 핵보유국 지위를 가졌다고 하는 주장만이 유일하게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생존력은 지도자의 건강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순조로운 권력 이양에 대한 의구심으로 상당히 훼손되었습니다. 그 결과 핵보유국 북한의 미래는 한국, 미국 및 주변 지역에 엄청나고도 긴박한 문제를 야기하였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이 느껴지는 시기에 들어섭니다. 평화적 화해를 위한 몇몇 중요한 조치들은 역전되거나 훼손되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고, DMZ를 연결하는 철로가 막혔고, 개성 공단의 한국인수는 반으로 줄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입니다. 한편,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을 미국 신행정부가 이어받게 됩니다. 6자회담에는 주변 강국이 참여하고 있고 특히 중국의 리더십이 강력한 구조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기민한 리더십을 통해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직접 대화를 추진해왔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북한이 핵무기를 시험한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부시 대통령의 핵심 자문단 전체의 지지를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부시 정부가 김정일에 대한 비난을 어떻게 해왔으며, 임기 초기에 악의 축으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연결시킨 것을 염두에 둔 채 부시 행정부를 신중하게 관망하였습니다. 여러 공개 성명서를 통해 오바마는 새 정부가 이 상황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밝혔습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의지에 있어서 우리는 강력하고 굴복할 수 없는 결의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리아까지 포함하여 모든 핵확산 활동뿐만 아니라 모든 북핵 프로그램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제거되어야 합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오바마는 6자회담의 협력과 지원을 통해 ‘직접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적극적인 외교’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은 미국 대선 결과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고,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조선신보는 오바마는 구태의연함을 따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임기 초기부터 자체적인 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이니셔티브와 전에 없던 접근법을 요구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북한은 미국 새 정부를 상대하고자 함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오바마 당선과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신뢰 구축을 위한 토대 마련의 전망을 둘러싼 분위기 일 것입니다. 물론 너무 큰 기대는 금물입니다만, 워싱턴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운들이 느껴집니다. 이것만으로도 여러 부문에서 새로운 기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지명한 인물들의 입지와 역량을 살펴보면 그는 힘과 경험으로 움직일 것이며 순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오바마팀은 한국을 성숙하고 강력하며 신뢰하는 동맹국으로 볼 것입니다. 이들은 북한을 반감 또는 적대감이 아니라 상대해야 하는 현실로 볼 것입니다. 하지만 단호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핵무기가 없이도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비핵국으로써 검증된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직접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적극적인 외교’라는 대북 접근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오바마 당선자는 조건 없이 미국과 불화중인 국가 지도부를 직접 만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인물에 치중한 외교라기보다는, 그런 경우 주요 결정은 위에서부터 내려진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대통령의 암묵적 신뢰를 누리는 특사의 파견을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조건 없이라는 말은 선거 운동 당시 힐난 받았던 준비 없이로 풀이되는 말이 아닙니다. 조건 없이 라는 말은 전체적인 상황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망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더 나아가 회담, 또는 회담의 전망을 보상용으로 사용하지 않겠다. 즉 이전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조건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그 의미를 한반도에 대비시켜 보면 종종 미국의 대북 정책을 특징 지웠던 제로섬 게임을 벗어날 시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접근법은 북한이 존재할 권리는 우리의 눈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조건에서 그 정통성을 증명함으로써 인정받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직접 대화를 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승인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북한은 비난 받아 마땅한 행동을 많이 했습니다. 오바마의 접근법은 단지 모든 양상이 펼쳐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승리라는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승자는 없습니다. 동시에 직접 대화는 한국을 대신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지 한국을 희생시키면서 수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분명히 직접 대화는 한미관계의 약화로 이해되어서도 안 됩니다. 과거에는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주기 위해서는 한국을 멀리해야 하며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원하는 의도로 오직 한국과 미국을 소원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설사 그것이 북한을 움직였다 하더라도 북미 접촉이 한미관계의 불화를 일으킨다는 논리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래서 모든 대화는 한국과 가장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고 6자 회담의 지원이 따라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신정부가 제안한 대화는 직접적일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질의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 번 하고 끝나는 대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는 계속 이어져야 하겠지만 과거와 같이 북한의 심각한 진행 방해 진술 또는 행동이 있어도 반드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 말은 북한의 생각 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었던 극단적인 불안감을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고 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절대적으로 우세한 입장에서 움직입니다. 북한이 자초한 고립과 그로 인한 약세는 북한을 자존감과 안전에 있어 스스로를 취약하게 만듭니다. 대화는 북한이 핵무기고를 없애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북한의 위험천만한 상태를 고려할 때 그런 목표가 달성 가능한 것일까요? 북한의 군부가 권력과 지위의 상실을 묵인할까요?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해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질문에 답변을 낼 수 있고, 그 답변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방법은 오바마가 제안한 직접적이고 지속 가능한 접근법에만 있습니다. 모든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진전을 이루는 데 중요한 의제 중 또 하나는 1953년 맺어진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입니다. 지금까지 모든 대화를 힘겹게 만든 여러 원인 중의 하나는 한국 전쟁이 지금까지 미결 상태로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평화 협정은 관계 형성의 바탕을 제공하여 서로의 정통성 및 존재할 권리에 얽힌 의구심을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그러한 평화 협정이 없기에 모든 다툼에서 상대방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제기됩니다. 협정이 제대로 맺어졌다면 양측은 서로의 움직임을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존재를 용인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실로 인정해야 할 때 입니다. 더욱이 평화 협정은 각 입법부의 비준을 거치기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이나 필수 불가결하게 겪게 되는 행정부의 변화에 수반되는 미래의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줄 것입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또한 ‘적극적인’ 대화를 언급했는데 이 말은 단호하고, 목적이 있고, 창의적이며, 강력한 대화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단어는 시간이 매우 중요함을 암시하며, 북핵 문제의 결론적 해결 지연이 길어질수록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에 대한 통제 상실의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합니다. 북한의 붕괴를 바라면서 북한의 약화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결과 속에서 혼돈만을 보는 모든 이에게는 심각한 우려의 원인이 됩니다. 저는 적극적은 대북 접근법이 정상화, 핵프로그램 해체에 따른 단계적 접근, 모든 핵물질과 핵무기가 백일하에 드러남으로써 안전한 관리 및 테러분자의 손에서 멀어지도록 IAEA가 인도 받아 관리하는 등 모든 옵션을 포함하기를 바립니다. 우리는 외교적 포용의 부재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확대하였고, 급기야 2006년 핵실험까지 이어졌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부시 대통령의 1994년 합의문 이행 거부 및 독설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잇따른 조명록 제1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상호 방문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비밀 우라늄 프로그램 등이 연루된 북한의 1994 북미 제네바 합의 불이행 같은 사건들이 부시 행정부 초기에 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영변원자로 8년 동결 조치는 플루토늄 또는 핵무기 생산 불능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켰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신흥개발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시간과 기회를 갖게 되었고 세계 국제 경제 속에서 선호하는 지역으로 거듭났습니다. 더욱이 동결조치 때문에 플루토늄 재처리나 핵무기 실험도 없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은 포용정책이 없던 시절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북한을 벌주기 위한 의도였지만 사실상 핵보유로 나아가도록 허용하는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평양 특사 파견이 한 가능성일 수 있습니다. 헨리 키신저, 빌 페리, 샘 넌 같은 분들이 떠오릅니다. 그러한 접근법이야 말로 직접적이고, 창의적이며, 강력한 방법입니다. 만약 가게 된다면 그들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존경을 누리는 사람으로서 확고한 대통령의 전권을 가지고 가게 됩니다. 그들의 존재감 때문에 북한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위엄을 느끼게 할 것이며, 그의 기민함과 널리 알려진 식견으로 검증 가능한 거래가 이루어지든지, 북한이 핵카드를 포기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든지 어떤 쪽으로든 결론이 날 것입니다. 이 마지막 포인트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또 다른 장애를 겪지 않고 북한의 의도를 테스트 해봐야 합니다. 이는 오로지 미국과 그리고 바라건대 한국과의 궁극적인 관계 정상화라는 선의의 제안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어떻게 진행되든지 간에 북한과 워싱턴 신행정부와의 대화가 접근법 전체를 구성하지는 않습니다. 오바마는 가능하면 어디서든 다자간 포럼을 원한다고 누차 말해왔습니다. 분명히 6자 회담은 그 가치를 여러번 증명해왔습니다. 주변 강대국을 끌어들여 주요 이니셔티브에 광범위한 합의를 얻어냈습니다. 6자 회담은 저와 제이슨 샤플렌이 미국과 북한이 직접 만나지 않으니 비공식적으로 만나게 하는 방법으로 제안했던 2003년 당시에 상상했던 초기의 역할을 훨씬 넘어 발전하였습니다. 그 결과 6자 회담은 중국을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절실한 중요한 시기마다 리더십을 발휘해 주었습니다. 6자회담에서 일본의 역할이 가장 문제가 큽니다. 납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핵문제가 해결되면 일본은 측정할 수 없을 만큼의 득을 보게 될 것입니다. 분명히 오바마 사람들이 6자회담 체제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할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는 지역의 더 나은 균형과 안정으로 이끌 것입니다. 북한이 제기하는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이 아니라 핵을 가진 국가인데 상태가 불안정 할 때 생깁니다. 취약한 경제와 지도부의 순조로운 승계를 둘러싼 불확실성 및 권력 이동 등의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한미 양국이 포용이라는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활동과 노력을 조율하는 일이 매우 시급합니다. 조율이 잘 되었을 때에만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희망은 비로소 타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