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 실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 |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만 봐도 그렇다. 구제역과 AI로 1천 만이 넘는 동물을 생매장 살 처분하는 것으로 시작된, 지난해 봄엔 폭설이 내리고, 3월에는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여 방사능 공포에 떨어야 했다. 7월엔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큰 물난리가 났고, 9월엔 전기사룡량이 전력공급량을 초과해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올해 봄엔 가뭄에다 이어진 폭염으로 지금껏 사망∙온열환자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고 가축들은 떼죽음을 당해야했다. 자연스런 흐름이 막힌 탓에, 한강 본류와 낙동강 중류까지 녹조가 발생해 먹는 물을 염려해야만 했고, 바다에서는 어패류 폐사와 해파리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남해안 적조가 심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금껏 이처럼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의 파괴와 기후의 붕괴가 구체적이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드러난 적이 있었던가? 저명한 온난화 회의론자까지 공개적으로 ‘회심’을 선언하게 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 기후붕괴로 인한 재앙은 전 지구적이고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다 그 상황은 이미 최악이다. 이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는 생명의 멸종 속도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1850년과 1950년 사이 해마다 한 종이 멸종하던 것이, 1980년 대엔 하루에 한 종이 사라지고 있고, 2000년 들어서는 시간 당 한 종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자연의 속도보다 1,000배나 빨라졌다는 건 하나님의 창조에 조금만 관심을 두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상황은 절박하지만, 문제는 상황에 있지 않다. 그 원인을 몰라서도 아니다. 다 알고 있지만, 애써 인정하지 않은 채 응답하지 않고 있어 큰 문제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소리가 귓전을 때려도, 그저 모른 척 성장과 진보의 이름으로 일군 화려한 풍요에 젖어있는 이들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누려야 할 것 그 이상을 누리고 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낸 ‘2012 살아있는 지구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의 1인당 생태발자국은 전 세계 평균이 2.7ha로 하나뿐인 지구를 1.5개나 쓰고 있다(우리나라는 1.7배 높은 4.6ha)고 한다. 이대로라면 2030년엔 2개, 2050년엔 3개를 소비하게 될 것이란다. 시간이 촉박하니, 서둘러 우리의 사는 방식을 철저히 회개하고 돌아서서 뭇 생명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찾자.
길은 ‘공생(共生)’에 있다. 한 송이의 꽃도 피어나기 위해서는 온 우주가 필요하듯이, 생명은 공생 곧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맞다. 하나님께서도 그렇게 사는 것을 보시고 ‘참 좋다’ 하셨다. 물론 그러러면 ‘공빈(共貧)’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자발적 가난의 삶을 살면 모든 생명이 골고루 필요를 충족할 수 있다.
그를 위해 교회가 시급하게 할 일이 있다면, 하나님의 자녀 된 자들이 생명의 신음소리를 듣게 하는 것이다. 온전하게 듣는다면, ‘공생’을 위한 ‘공빈’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것이다. ‘새 하늘과 새 땅’을 믿고, 그를 실천하는 이가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얼마 안 있으면 세계교회가 함께 하나님의 창조를 기념하며 마음을 모으는 ‘창조의 시간’(Time for Creation, 정교회의 교회력 시작을 알리는 9월 1일부터 아씨시의 성 프란시스 축일인 10월 4일까지 다섯 주)인데, 교회가 앞장서 하나님의 자녀 된 자들이 지구의 소리를 듣게 할 뿐 아니라 공생공빈의 삶을 연습하게 해보자. 사순절 내내 교회의 지원 속에 자신의 배출량을 줄일 계획을 세운 후 지역음식을 먹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플라스틱 종이 등 포장을 거부하고,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을 사귀면서 80% 이상을 줄여낸 이가 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고 기도해준 교회는 물론 중보자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한다.
거대한 재앙 앞에서 실천하는 한 사람의 애씀이 어리석고 무모해보일 수도 있으나,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여 머지않은 미래에 온 생명이 함께 기뻐하며 찬양할 수 있게 하리라 믿는다. 그 날을 위해 ‘창조의 시간’을 정하여 때때로 공생공빈‘의 삶을 살자.
<올해 '창조의 시간'에 세계교회들이 기도하고 있는 내용을 아래에 이어서 번역해놓습니다. 모두가 합심하여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9월 한 달은 세계교회가 하나님의 창조를 기념하면서 함께 마음을 모으는 ‘창조의 시간’(Time for Creation)이다. 본래 창조의 시간은 정교회의 교회력 시작을 알리는 9월 1일부터 아씨시의 성 프란시스 축일인 10월 4일까지의 다섯 주를 일컫는 말인데, 2007년에 열린 유럽 에큐메니칼 회의에 의해 제안된 날이다.
2012년 올해는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을 조직하는 일에 힘쓰고 있는데, 우리도 하나님의 자녀 된 자는 물론 교회들이 창조가 파괴되어짐을 아파하며 이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기도하며 실천해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음은 http://www.oikoumene.org에 있는 세계인들이 함께 드리고 있는 탄원의 기도를 번역한 것임을 밝혀둔다. <번역, 제공 :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창조주 하나님, 당신은 우리에게 너그러이 복을 주사 이 세상에서 풍성함을 누릴 수 있는 선물을 허락하셨습니다. 우리가 받은 선물을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 그것이 미래세대에게도 반드시 지속될 수 있게 하소서. 오 하나님, 창조세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도 허락하소서.
창조주 하나님, 우리가 인간으로서 당신의 형상 대로 창조되었다는 것에 크게 기뻐합니다. 하지만 인간 홀로는 당신을 충분히 드러낼 수 없음을 압니다. 지구 위 모든 생명의 다양성이 온전히 유지되려면, 우리가 당신의 경이로움과 위대함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살게 하시어, 당신을 찬양하며 지으신 창조세계의 다양함에 존경을 표할 수 있게 도우소서. 오 하나님, 창조세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도 허락하소서.
창조주 하나님, 우리는 한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우리 가운데 어떤 이는 음식을 버리는가 하면, 어떤 이는 굶주린 채로 잠자리에 듭니다. 어떤 이는 그들 임의대로 현대적 편의시설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마실 물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우리가 서로 나누는 방식을 배워, 모든 생명과 당신의 너그러우심도 나누게 하소서. 오 하나님, 창조세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도 허락하소서.
창조주 하나님, 태양과 바람, 파도가 지구 위 모든 생명 공동체의 풍요로움을 위해 주어진 선물임을 압니다. 우리가 이것들을 창조적으로 사용하여 모든 생명을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도우소서. 오 하나님, 창조세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도 허락하소서.
과학자, 탐험가, 학자들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을 더욱 발전시켜 부서지기 쉬운 지구를 보호하고, 모든 사람과 모든 피조물의 복지를 증진시켜 온전함에 이르게 도우소서. 오 하나님, 창조세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도 허락하소서.
우리는 기도합니다. 유엔과, 모든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지역의 지도자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고위 간부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그들이 당신의 영에 이끌리어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자원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오 하나님, 창조세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도 허락하소서.
창조주 하나님, 당신은 인류에게 복 주시어 이해하고 상상하며 기억해낼 수 있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게 하시어, 창조적이고 책임감 있는 미래를 도모하게 하소서. 오 하나님, 창조세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도 허락하소서.
(성직자나 리더와 함께)
기도합시다. 오 하나님, 우리 안에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비전을 심어주소서. 당신의 영이 우리 안에서 열매를 맺어 지구의 모습을 새롭게 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당신 안에 하나되게 하시어, 우리의 일이 당신의 일이 되게 하시고, 당신의 일이 우리의 일이 되게 하소서. 하나님과 함께, 거룩한 성령님과 늘 함께 계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