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NCCK 2008 인권주간 공동설교문

 


회칠한 무덤

본문 : 마태복음 23:27-28

 무덤들
󰊱“보고 싶은 어머니,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이 말은 중국 지린 성 엔지 시에 사는 열한 살짜리 소은이가 한국에 와 있는 기러기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 10월 24일 서울 양재동 한 식당에서 일하다가 밤중에 괴한이 침입하여 성폭행을 하려는 것에 탈출하여 창문 밖으로 떨어져 두개골이 함몰되고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폐에 공기가 차 있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중국 동포 여성 이주 노동자입니다. 이 사실은 논현동 고시원에서 비참하게 살해당한 세 명의 중국 동포와 함께 최근에 우리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한 한 시사 주간지는 “소은이는 올 겨울 엄마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겨울 모자와 운동화라고 하는데 엄마는 소은이에게 선물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가족들에게 영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코리어 드림을 안고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 그들의 수많은 인권침해 사실은 이제 우리에게 큰 문제가 아닌 사소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멍 들어가는 우리의 가슴에 금년도 인권주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우리는 그 멍울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 2005년 7월 13일 한 작은 중소기업 여성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생산직 300여명중 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합해 200여명이 참가한 것입니다. 이들이 3년 넘게 농성, 단식, 1인 시위, 고공 농성등의 피나는 투쟁을 해온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사연과 함께 국민소득 3만불을 외치고 매년 실업자 20만명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선진병 환자들에게 하얀 서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도 세계인권선언일(60주년)은 우리에게 찾아왔고 전 세계 2,000여명의 여성 인권지도자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와 세계여성인권대회까지 열었습니다. 각 종 인권선언은 쉬지 않고쏟아져 나오는데 인권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 금년 5월 2일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인터넷 토론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퍼져 시위 문화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킨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일대의 수십만 명의 촛불 행렬은 정말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더구나 이 운동의 시작은 주로 10대의 중,고등 학생들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국제엠네스티 보고서는 촛불 시위에 참가한 14살의 최모 군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합니다.

 “그 때 엄마가 너무 위험한 것 같다고 하셔서 우리는 집으로 가기로 결정 했어요 돌아서서 뛰기 시작 했을 때 한 전경이 제 머리 왼쪽을 방패로 찍었어요 나는 정신을 잃었고 구급대원이 달려와서 저를 치료해줬다고 엄마가 나중에 말해줬어요. 그 와중에 제 10살이 된 남동생을 잃어버렸어요. 30-40분 후 저는 연세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 안에서 깨어났어요”이 학생은 어머니와 동생, 교사 3명 그리고 4명의 반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참가했었습니다. 이 평화적 시위에는 방패와 진압봉 외에도 물 대포, 소화기 등이 사용 되었는데 소화기에 사용된 분말 성분에 당국은 무해하다고 하지만 엠네스티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 환경부에서“일부 할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뇌와 심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참가한 엄마들은 물 대포와 소화기로 인해 아기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를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 촛불 시위로 22명이 구속되었다가 그 중 15명이 보석 등의 사유로 석방되고 현재 7명이 구속되어 있습니다. 평화적 촛불시위,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이 운동이 이렇게 얼룩진 모습으로 우리 역사에 남게 된 것은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촛불 시위에 대하여 국제엠네스티가 우리 정부에 11가지 사항을 권고 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 시위와 집회에 대한 경찰력 집행과 안전 장비, 무기, 인권 침해 희생자의 배상 등이 국제 기준에 맞 않고, 시위와 집회에 관한 법률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하라는 것입니다.

 “화”의 선언

 󰊱 기득권층
 예수님 시대의 유대사회는 네 종류의 계층이 있었습니다. 바리새파, 사두개파, 에쎄네파, 젤롯파입니다. 그 중에서도 바리새파가 권력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바리새파는 율법을 중심으로 메시야를 기다리며 회당공동체로서 마카비 전쟁 이후에 모든 권력을 장악한 세력들입니다. 처음에는 평신도 중심의 세력으로 중산층, 서민을 대변하는 세력이었지만 권력을 잡으면서 변질된 세력입니다. 초대교회에서는 회당 공동체의 중추세력으로서 그리스도교회와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는 적대관계가 되었습니다. 특히 서기관은 율법학자와 고위 관리에 속하는 자로서 바리새인 중에서도 상위 지배계층의 권력층입니다.

 본문은 예수님께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저주하는 일곱 가지 “화”에 대해서 말하는 가운데 여섯 번째의 “화의 선언”입니다.
 본문은 “화 있을 진저”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이 말은 “얼마나 끔직한 고난이 닥쳐올지”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너희 집권층이 앞으로 얼마나 끔직한 고난을 당할지 모르니 지금부터 정신 차리라는 경고를 발하고 있습니다.

󰊲 불의한 위선자들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회칠한 무덤”과 같다는 것입니다.
 유대사회는 평토장을 합니다. 그래서 무덤을 잘 구별할 수 없습니다. 유월절이나 다른 명절이 되면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순례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여듭니다. 그들은 엄격한 정결법을 지키게 되는데 시체나 무덤이 몸에 닿으면 부정한 몸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예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덤을 희게 칠해서 구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평소에도 무덤을 아름답게 칠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 회칠한 무덤을 비유로 겉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 더러운 시체, 뼈들이 들어 있는 것과 같은 위선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법을 앞에 내세우면서 불법과 외식으로 가득한 이 기득권 세력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무덤이 무엇입니까? 무덤은 생명이 없는 죽은 시체가 있는 곳입니다. 생명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이 담보된 인권이 본질입니다. 그 존엄성이 사라진 앙상한 뼈들만 모아둔 곳, 예수님은 이 무덤이 바로 기득권을 대표하는 바리새인이라고 선포합니다. 이 무덤이 바로 권력층을 대표하는 서기관들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한 발 나아가 이 무덤이 “회칠한 무덤”이라고 합니다. 겉을 아름답게 보이려고 위장한다는 것입니다. 위선자들의 극치를 서슴없이 지적합니다. 진정으로 깨끗하고 정결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겉만 회칠을 하면 아름답게 보여 속에는 불의와 외식과 더러움이 가득한 것이 모두 포장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온 갈릴리 여인들에게 “그는 무덤에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선지자 에스겔은 죽은 뼈들로 생명이 되게 하셨습니다. 회칠한 무덤은 우리가 파 헤쳐야 합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과 같은 이 무덤에 비유된 세력들은 결국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하는데 크게 기여한 세력입니다.

 인권 지킴이-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현, 정의평화위원회)는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이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장기 집권을 획채하든 1974년 5월4일 조직 되었습니다. 1973년 11월부터 인권운동을 전개해야 하겠다는 준비 작업을 했지만 여유곡절 끝에 조직이 되었습니다. 그 때는 “민청학련사건”이 터져 학생, 교수, 성직자 등 203명이 구속 기소되어 군법회의에 회부 되었고, 특별히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관계자 26명이 구속 기소되어 교회협은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된 때입니다. 이 민청사건이 인권위원회를 촉발 가속화 시키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민청사건은 재판을 통해 고문과 조작 사건이 밝혀지고 심각한 인권침해 사실이 속속히 들어나자 인권위원회는 법률구조 활동과 인권 침해에 대한 항의 등을 하면서 본격적 인권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 해 한국교회의 기득권층은 무엇을 했습니까?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군사 법정에서 오랏줄에 꽁꽁 묶여 독재 권력과 피를 말리는 투쟁을 하는 8월에 여의도에서는 빌리 그래함 대 전도집회를 하면서 정치와 종교는 분리 되어야 한다고 기도했습니다. 마지막 날 빌리 그래함 목사는 헬리곱터를 타고 승천의 흉내를 내면서 모인 군중 위를 날아 공항으로 가는 촌극도 연출했습니다. 양심적 민주세력들이 사형에서부터 10년 이상의 중형을 받고 감옥에서도 단식 등의 옥중 투쟁을 하는 중에도 어느 유력 교파는 그 해 10월에 감독 선거에만 꼬박 삼일을 소비하면서 백 번을 넘게 투표만 했습니다.

 결국 그 교파는 두 쪽으로 갈라진 오점을 남겼습니다. 그런 와중에 인권위원회는 고난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일과 함께 태동한 것입니다. 창립 당시의 사업 중의 하나가 바로 지금까지 계속해온 인권주간 예배입니다. 이제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인권운동도 많은 진전을 했고 정착을 했습니다. 이제 국가가 인권 문제를 주도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심각하게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자 중심의 정부 정책에서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인 생존권이 위협을 받고,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되며, 그동안 구축되었던 사회 안전망이 허물어지고, 경제 파탄으로 인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실업자의 급증, 대북 정책의 경직 등은 인권 신장은 커녕 사회적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법을 내세워 사람들을 규제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시면서 법이 인간의 자유와 삶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법은 정의와 양심에 따라 집행되어야 합니다. 지난 시대에 엄청난 대가를 치루고 쟁취한 인권의 신장은 더욱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권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인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천부의 권리이며, 생명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천하보다 귀한 것이 생명이라고 하셨습니다. 인권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오셔서 반인권 세력들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 처형이 더 많은 인권을 구원하게 된 것입니다. 이 시대에 고난받는 자, 소수자, 장애인, 여성, 아동들 그들의 인권을 위해 먼저 교회가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화의 선언”이 먼저 교회에 선포되지 않도록 모든 교회가 인권 지킴이가 되도록 합시다. 바리새인과 서기관이 사라진 한국교회가 되어 회칠한 한국사회의 무덤을 파헤치고 하나님의 나라를 온 누리에 건설하는데 참여합시다.


(* 본 설교문은 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며, 순례자교회 담임이신 정상복 목사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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