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석 신부 “상명하달식 사목을 예수의 섬기는 지도력으로 바꿔야”
천주교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위원장 이병호 주교)가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 도입 20주년을 맞아 마련한 지역 모임이 대구와 부산에 이어 전주 전동성당에서 ‘교회의 사회 복음화와 공동체의 참여’를 주제로 9월 12일 열렸다.
교회는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
공동체가 불의한 가치 판단과 그릇된 선택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는 ‘세상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소공동체’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소공동체의 존재 가치는 하느님의 계명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실천에 옮기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고 기도하고 연대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우일 주교 ⓒ한수진 기자 |
그는 마르코 복음서의 내용을 들어 “예수는 단순히 새로운 종교적인 가르침이나 교리나 깨달음을 전하러 오신 분이 아니라 옛날 세상을 완전히 뒤집으러 오셨다”면서 교회와 사회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또한 “교회는 궁극적으로 영원한 생명을 향한 순례를 시작한 이들의 모임이지만 항상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하고,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키기 위하여 존재하고,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강우일 주교는 교회의 구성원인 신자들이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불의한 가치 판단과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회 문제들은 혼자서 잘 알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는 복잡한 문제이나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하고 지혜를 모아 협력해 나갈 때 비로소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 나갈 수 있는 문제”라며 소공동체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강우일 주교의 발제에 이어 안호석 신부(광주대교구)가 본당 사목에서의 소공동체 활성화 사례를, 정복동 전(前) 골롬반회 평신도 선교사가 소공동체 활동 경험을 사례로 발표했다.
특히 안호석 신부는 30년간 본당 사목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목자들이 조금만 더 뛰면 본당이나 공동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또 사목자들이 본당 신자들에게 다양한 사목적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평신도 사도직과 신심운동을 경험해 보아야 하며 사회복음화를 위해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는 곳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활동, 교회 제도와 구조상 불가능한 상황
사목자들 상명하달식의 지배력보다 섬기는 지도력으로 바뀌어야
이어서 안호석 신부는 소공동체를 이끄는 사목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교회는 소공동체를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교회 제도와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교회의 사목이 교리와 신심단체 중심으로 이끌어져 왔고 신자 관리와 재정 유지, 건물 관리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본당 신부들이 군대와 같은 상명하달식의 지배력으로 사목을 하기보다 예수께서 강조하신 섬기는 지도력으로 하루속히 바뀔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안호석 신부는 본당 평신도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레지오 마리애가 교구의 지침보다도 단체 상급기관의 지시를 더 중요시하거나 친목 위주가 되어 가는 현상이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빈첸시오회의 활동 역시 단순한 자선 행위 차원을 넘어 생명 · 평화 · 정의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안호석 신부는 소공동체 모임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교구 사회사목국 부서들과 본당, 소공동체의 연계를 제시했다.
정복동 씨는 자신이 서울 신림동에서 도시빈민사목활동의 일환으로 운영하던 공부방이 재개발로 인해 철거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지역 신자들이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공부방 이전 운동을 벌인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정부를 설득해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로 공부방이 이사할 수 있도록 했고, 현재까지 지역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소공동체를 통한 사회복음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소공동체 지역 모임 자료집은 소공동체소위원회 홈페이지(scc.cbck.or.kr) 자료실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2012년 9월 13일자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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