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신학과 김기석 교수 |
성공회대 김기석 교수는 2012년 ‘새길이야기’ 가을호에 기고한 글에서 "과학이 물질과 생명의 법칙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목표로 한다면 신앙은 과학보다 더 높은 차원의 가치관과 신념을 다룬다"며 "그러므로 진화론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반드시 기독교 창조신앙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편협한 창조론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김 교수는 "과학과 타협을 모르는 편협한 창조론은 20세기 중반 미국의 근본주의 신앙과 문자주의적 성서 해석을 배경으로 전개된 반진화론 캠페인으로 인해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조새 논란을 야기시킨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이하 교진추)를 비롯해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은 가설일 뿐이며 많은 모순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는 과학에 대해 무지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학술적으로 현대 다윈주의 내에 다양한 학파와 견해가 있지만 진화론의 골격은 현대과학의 정설 중에서도 정설로 인정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또 시조새 논란이 사실 "진화론 자체를 뒤흔드는 중대한 논쟁은 아니다"란 점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시조새 화석이 과연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라는 증거로서 적절한지에 관한 논란은 있지만, 현재 고생물학의 큰 그림 속에서 보면 그러한 논란은 시조새의 발생학적 위치를 구체적으로 어디로 정할 것인지에 관한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과학적 설명을 부정하는 창조론은 필연적으로 과학과 대립하고 인류의 상식과 갈등을 초래한다"고 우려했으며, "교회학교에서 창조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과학자가 되기를 포기해야 하는가? 신앙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교회학교 청소년들을 지적 분열 상태로 몰고 가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창조론자들의 성서적 문자주의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성서적 문자주의는 성경 말씀은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는 진리로서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여 과학적 설명과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이다"라며 "이러한 주장이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전해져 오는 이유는 지적인 설득력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단순한 믿음이 가장 훌륭한 믿음이라는 도그마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하고 맹목적인 신앙은 과학과도 충돌을 일으키지만, 성서 속에서 이 시대와 상황에 적합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신학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창세기는 과학 교과서가 아니다"라며 "그것은 이 세계와 모든 생명체가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이고, 세계는 본질적으로 하나님께 의존적이며, 유한하다고 고백하는 것이며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