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1층 국제회의장에서 고 이종성 박사 제1주기 추모예식 및 신학강좌가 열렸다. ⓒ베리타스 |
“그의 신학이 다름 아닌 장신의 신학이었다.”
26일 열린 ‘통전적 신학’ 고 이종성 박사의 제1주기 추모예식에서 그의 제자 김명용 총장(장로회신학대학교)이 남긴 말이다. 김 총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장신의 신학이 아시아를 이끄는 신학을 넘어 세계를 이끄는 신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전했다.
앞서 추모예식 식순 중 설교를 맡은 또 다른 제자 손인웅 목사(덕수교회)는 "이제 제자들이 그의 통전적 신학을 발전시켜 한국의 신학을 세계에 수출하는 역사를 이뤄나갔으면 좋겠다"며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세계적 석학, 많은 후학들을 길러내신 스승은 비록 하늘로 가셨지만 우리는 그분의 뜻을 계승해 신학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더욱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전의 신학에 대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가장 바른 길, 가장 바른 신학을 지향하는 고인의 핵심 사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춘계 이종성 박사의 신학적 유산을 평가하고, 발전적으로 정리하는 신학강좌가 열렸다. 이 강좌에서는 특히 윤철호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가 고인의 대표작 『신학적 인간학』(1979)를 고찰해 주목을 모았다.
윤 교수는 고 이 박사의 신학방법론에 대해 "신론이나 계시론으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인간론으로부터 출발한다. 말하자면 그의 방법론은 아래로부터의(from below)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으며, 또 "인간 실존에 대한 철학적 분석과 질문과 이에 대한 신학적 응답 사이의 상관관계 안에서의 대화를 추구하는 틸리히의 방법론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이종성 박사 ⓒ베리타스 DB |
이 밖에 인간론은 필연적으로 신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고 이 박사가 주장한 데에는 "이종성 박사는 인간은 자기 발생적, 자기 충족적 존재가 아니며 자기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라고 규정한다"며 "인간은 문제를 안고 있는 존재이며, 인간 존재의 문제는 존재의 근원인 창조주 하나님에게 돌아가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인간론은 신론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학적 인간학』에서 가장 많은 분량이 할애된 ‘실존문제를 추구하는 존재’에서는 고 이 박사가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지닌 존재 △여러 사람이 여러 측면에서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지만 누구도 완전한 이해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하나님 지식을 통하지 않고는(시 36편),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이 장에서 고 이 박사는 아우구스티누스, 키에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 마르셀로 이어지는 실존주의의 역사를 길게 고찰한 후 바르트. 본히퍼, 니버, 불트만의 실존주의적 신학을 고찰한 바 있다.
이 책에서 교회의 주된 문제점을 ‘분열’이라고 갈파한 고 이 박사의 번뜩이는 통찰을 주목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교회 분열은)본래 하나인 교회(엡3:4-6)를 분열시키는 것은 계명을 범하는 것"이라며 "물론 교회 분열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복음이 더 널리 전파되고 주의 사업이 더 효과적으로 추진되게 하기 위해 상호간에 충분한 이해가 있은 후에 분립한다면 그러한 분열은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교인들과 교회들이 서로 대립하고 복음사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분열 행동은 정당치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비판적 평가도 보탰다. 윤 교수는 "그가 소개하고 있는 여러 사상들이 대체로 충분히 심도 있게 다뤄지지 못하고 있고, 때로 그것들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들도 나타난다"며 "어느 한 주제에 대한 집중적이고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무지와 같이 척박했던 1970년대의 한국 신학의 환경에서, 더욱이 합동측과 분리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기에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근본주의적인 신학이 여전히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당시 우리 교단과 교회의 상황 속에서 이종성 박사는 통전적 신학의 영성을 가지고 교단의 신학의 정체성, 즉 성서적이고 복음적이며 에큐메니칼적인 신학의 수립을 위한 초석을 놓는 토대적이고 건설적인 신학 작업을 했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윤 교수 외에도 제8회 ‘춘계(春溪)신학강좌’에서는 김도훈 교수, 최윤배 교수, 현요한 교수, 배요한 교수 등이 고인의 신학과 삶을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