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이어령 박사, ‘노아 방주’에 실증주의적 접근 비판

양화진문화원 ‘노아’ 주제 스토리텔링 대담에 나서

▲이어령 박사가 ‘노아’를 주제로 한 성서 스토리텔링 대담에서 성서 텍스트에 대한 실증주의적 접근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양화진문화원 제공

이어령 박사(전 문화관광부 장관)가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와의  ‘노아’를 주제로 한 성서 스토리텔링 대담에서 과학적 담론, 즉 실증주의적 방법으로 성서를 바라보고, 다루는 관점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박사는 대담 중 "여러 신학자들이 노아의 방주를 과학적으로 풀어왔지만, 그렇게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며 "우리 기독교인들이 과학과 안티기독교인들과 맞서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이나 로마 군사들이 찾아왔을 때 걸려든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거기 매달려 죽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스라엘 민족은 로마군들과 싸워 그들을 몰아내고 해방시키는 것을 메시야의 사명이라 생각했지만, 예수님은 그런 민족의 개념을 뛰어넘어 땅끝까지 복음을 확장시켰고,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보편적인 종교가 된 것이 아니냐"며 "오늘날 종교가 자꾸 따져서는 안 되는 것들을 과학적 담론으로 끌여들여 따지다 보니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성서 텍스트를 과학적 담론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를 경계하며, 텍스트가 함의하고 있는 문학적·종교적 의미를 재발견할 것을 주문했다. 성서 텍스트가 만들어내는 종교적 담론을 실증주의적 사고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과학주의적 담론으로 환원시키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에 따르면, 과학적 담론은 물이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어는, 그러나 물질적인 본질은 변하지 않는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을 말하는 담론’이다. 그러나 종교적·문학적 담론은 ‘사랑하고 아쉬워하거나 고향이 그리운 것처럼 물질처럼 설명할 수 없는 문제들’을 다루는 담론이다.

이 박사는 "과학자들이 우주를 다 알아도 아내 비위 하나 맞추지 못해 이혼하지 않느냐"며 "이런 담론의 법칙을 어렸을적부터 가르쳤다면 고생하지 않는데 자꾸 종교적 담론을 과학적 담론으로 바꿔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예로, 노아의 방주 제작과 관련해 기독교인들이 자주 걸려드는 덫에 관해 말했다. 이 박사는 "노아의 방주를 종교적으로 하나님의 큰 질서에서 보면 이렇게 기가 막힌 이야기인데 과학적 담론으로 자꾸 보면 이 좋은 이야기가 우스워진다"며 "노아의 방주가 똑같은 모향을 만들어 보니 절묘한 배 만드는 기술이 기가 막히다라는 식으로 (불신자들을)설득하기 시작하면 그 과학적 논리 때문에 오히려 설득력을 잃어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노아의 방주가 품고 있는 종교적·문학적 담론의 풀이를 거듭 강조한 이 박사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노아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많은 날조된 가짜 정보들, 인터넷에 나도는 풍문들 사이에서 눈을 똑바로 뜨고 어떤 것이 생명의 정보이고 어떤 것이 죽음의 정보인지 가려내는 것"이라며 "옛날에는 정보가 없어 목말라 죽었지만 지금의 정보의 홍수에서 익사하게 생겼는데 바로 교회가 그런 정보들을 걸러내고 하나님과 눈을 마주치며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함께 대담자로 나선 이재철 목사도 "과학적으로 성경을 봐서는 안 되지만, 기록된 말씀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 않느냐"면서도 "우리의 지성으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근본주의자들처럼 과학을 끌어들이는 무리한 일은 배척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목사는 특히 "저는 아라랏산 노아의 방주 발굴 현장을 직접 가 보았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실제 현장인지도 알 수 없고, 설혹 그 현장이 실제라할지라도 그 자체는 우리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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