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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석] 안봉호 박사의 “大學(⊕)習”에 대한 논찬

이찬석 교수(협성대)

2012년 10월 5일 기독교학술원 월례발표회 논찬

먼저 안봉호 박사님의 귀한 글을 읽고 논평하게 되어 감사를 드립니다. 감리교에서 성장하여 감리교 신학의 교육을 받은 논평자에게 안봉호 박사님의 글은 아주 색다른 경험을 던져다 주었음을 고백합니다. 부족하지만, 느낀 점 세 가지를 서술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왜 誠敬神學인가?

안봉호 박사님은 다음과 같이 또렷하게 말씀하신다. “. . . 모든 신학은 마땅히 이 사신 성삼위 하나님을 주목하고 가르치고 선포하는 일에 全心全力을 다해야 한다. 그 이외에 다른 그 무엇에 힘쓴다는 것은 신학의 本務를 잊음이요 저버림이다.”(5쪽) 신학이 해야 할 일은 성삼위 하나님에 주목하고 선포하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 . 본 논문에서 사용되고 있는 誠, 敬, 不誠無物, 中庸 등 이러한 언어들의 삶의 자리는 유교가 아닌가? 왜 동양의 고전에 눈을 돌리는가? 

새로운 이름이 붙여지는 신학들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목적이 있다. 윤성범의 ‘誠의 신학’은 계시와 같은 기독교 신학의 개념들이 한국인들에게 낮설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개념을 빌어서 설명하기 위하여 출발하였다. 民衆神學은 1970-80년대 한국의 민중들이 경험한 고난을 경험한 신학자들이 민중들의 고난을 증언하기 위해서 탄생하였다. 생태계(생명)신학은 인간중심주의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가 신학적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안봉호 박사님께서 ‘誠敬神學’을 제창하게 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2. 칼 라너(Karl Rahner)의 포괄주의

안박사님은 칼 라너의 포괄주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그렇다면 주 예수의 복음을 미처 듣지 못하고 善意의 原義를 가진 사람들은 그가 무슬림이나 불교도나 무신론자라 할지라도 구원 받는다는 Karl Rahner의 포괄적 보편주의는 어찌 되는 것인가? 물론 그런 假定을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 예수의 갈보리 십자가로 깨끗함을 덧입는 은혜 말고도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있다는 말인가? 어느 누구나 예외 없이 原罪의 사망의 덫에 걸리었음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은 하고 있기나 한가?(3쪽) 여기에서 안박사님은 칼 라너가 불교도가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 예수의 갈보리 십자가의 은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라너의 포괄주의는 타종교인들의 구원을 예수 그리스도와 밀접하게 관련시킨다. 라너의 기본적인 명제는 ‘타종교 속에 있는 모든 진리는 본래 그리스도의 것이다’라는 점과 ‘타종교에도 구원은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그 구원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된다’라는 점이다. 결국 라너는 불교도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 이름 붙이면서 불교도의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완성됨을 주장한다.

칼 라너의 포괄주의와는 달리 칼 바르트(Karl Barth)는 타종교의 구원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배타주의이다. 바르트의 신학은 그리스도중심주의이므로 타종교에 그리스도의 계시가 존재함을 부정하면서 타종교의 구원도 부정한다. 계시를 중심으로 라너와 바르트를 비교하여 본다면, 바르트는 타종교에 기독교적 계시가 존재함을 인정하는 반면 바르트는 부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바르트는 자연계시를 부정한다.

그러나 안봉호 박사님은 자연계시를 인정한다. 안박사님은 다음과 기술한다. “하여 알게 모르게 그 영광의 주 하나님께서 굳이 그 험한 갈보리 십자가를 왜 지시어야 했을까하고 의혹을 품는 모든 인류에게 우리 주 하나님께서는 자연 안에 있는 진리를 통하여 우리에게 그 이유를 자연스레 깨닫게 해 주고 계신다.”(2쪽) 이 진술은 비록 ‘숨어계시는 하나님’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지만 분명히 자연계시를 인정하고 있다. 칼 라너의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는 개념에도 타종교에 명시적으로 계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숨어계시는 하나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안박사님은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환언컨데 우리 주님이 갈보리 십자가를 지시어야 했음의 신학적 진리가 한 알의 밀알이 썩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평범한 듯이 보이는 자연적 진리 가운데 보증되고 확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자연 가운데 숨기어 있는 신령한 진리는 복음적 신학적 진리의 脚註(footnote)다.” 라너의 포괄주의도 불교의 진리를 복음적 신학적 진리의 ‘명시적 본문’이 아니라 ‘각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안박사님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여 중용의 <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가 우리 기독 신앙의 빛 안에서 그 빛을 발한다. 모든 것을 당신의 기쁘신 뜻 가운데 행하시는 주 하나님을 우러르며 그 계명과 뜻을 좇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참 사람다운 삶(誠之)을 살게 된다.” 중용의 가르침은 기독교 신앙의 빛 안에서 빛을 발한다는 주장은 중용의 가르침은 기독교 신앙의 빛 안에서 완성되고 성취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여기에서 라너의 포괄주의와 유사성이 읽혀진다.    

3. 학문적 엄격성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갈보리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는 생물학적으로 돼지 피 정도가 결단코 아닌 것이다.”(20쪽)라고 언급하면서 각주에서 홍정수 교수는 예수의 피와 돼지의 피가 동일하다고 주장하였음을 전제한다. 또한 誠의 신학을 제창하였던 윤성범 교수가 죽기 전에야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었음을 이야기한다. 학문적 치밀함과 엄격성이라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너무나 크나큰 빈 공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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