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박사(삭개오작은교회 원로, 한신대 명예교수) |
김경재 박사(삭개오작은교회 원로, 한신대 명예교수)는 그러나 이를 "선입관을 가지고 사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기독교를 포함한 깊고 위대한 종교들 모두 다 강조하기를 "‘거룩하고 영원한 것’은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통해서 나타나고, 깃들고, 삶의 결을 이룬다"고 주장했다.
‘일상은 영원이 깃든 삶의 결’이란 제목으로 지난 14일 주일예배 설교를 전한 김 박사는 일상의 신학을 소개하며, "신앙생활 혹은 종교생활을 하면서 빠지는 잘못은 ‘일상은 영원이 깃드는 삶의 결’이란 진리를 모르고 자꾸 영원이나 영생을 죽은 다음 천국에 가서 맛보겠다든지, 천사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성령의 뜨거운 불덩이가 내 가슴에 들어와 나도 주체하지 못하게 방언하고, 예언하고 신유체험하는 것만이 ‘영원’을 순간적으로나마 체험하는 것이라고 아주 고정된 생각에 굳어져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흔히 일상을 따분하고, 지루하고, 가치도 없고 흥미도 없는 시간 죽이는 생활의 연속으로 만들어 버리는 잘못을 살고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성경 본문 중 하나인 야곱의 벧엘체험(창28:16-19) 이야기를 살펴봤다. 본문에서 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 삼촌집을 찾아 광야를 지나다가 ‘흔해빠진’ 돌덩이 하나를 주어 베개삼고, 잠이 든다. 그런데 꿈에 곧 비몽사몽간에 하늘과 자기가 누어있는 땅을 잇는 사닥다리와 함께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고, 그 사다리 맨 위에서 지존자가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꿈아닌 꿈을 꾸게 된다.
이에 김 박사는 "이 야곱의 ‘벧엘체험’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강조점은 광야들판, 돌베개, 피곤하면 잠자는 것 등의 지극히 흔하고 일상적인 사건 속에 깃드는 ‘영원’의 현존을 가깝게 체험한다는 메시지인 것"이라며 "삼층천의 삼층천에나 죄정하고 계시는 줄 알았던 지존자 하나님이 지극히 일상적인 것속에 맞닿아있고 잇대어 있다는 체험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다른 성경 본문 빌립보서 4장 8절("종말로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이든지 사랑할 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을 들어 "위 성구에서 “무엇에든지”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곧 ‘일상’의 지극히 평범하고 반복되고 세속적인 모든 일에서 참되고, 경건하고, 옳고, 정결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톨릭계 신학자 칼 라너와 개신교계 신학자 본 회퍼 역시 이 일상의 신학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 박사는 칼 라너가 말한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어느정도 모두 신비가가 되지 않으면 맹탕신도가 되고 말 것이다"를 인용, "라너 신부가 여기에서 말하는 ‘어느 정도 신비가가 되는 일’ 이란 다름 아니라 ‘일상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일하심을 감지하는 영성의 깨어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 히틀러 나치치하에서 순교한 천재적인 신학자요 목사였던 본 회퍼가 ‘복음의 비종교적 해석’과 ‘세상 한 복판에서의 초월’을 강조한 데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 일상적인 것들,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서 그리스도가 오늘도 우리 삶 한 복판에서 우리 가까이 계시고 일하심을 체험하고 동참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 삶 속에 일상적인 대표적 사례들을 찾아본 김 박사는 일상 속에 깃든 영원을 살필 것을 권했다. 먼저 추수의 계절 가을에 "알곡 곡식 한알 한알, 과일 한 개 한 개가 전우주의 신묘한 창조과정을 거쳐 우리생명을 살리는 영양소가 된다는 감탄과 감사를 잊고 살지 않는가?"라고 했으며,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기르는 육아의 전 과정 속에 "우주 속에 신비가 있고 기적이 있다면, 하나의 난자와 정자가 결합되어 수정된 세포가 생명체로 조성되어 세상에 태어나고, 말을 배우고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을 배워가는 생명의 변화과정보다 더 신비로운 기적이 있을가"라고 했다.
또 우리의 삶 속에서 부정하고 싶은 ‘질병, 고난, 실패, 죽음’에 대해 "그것들도 일상의 일부"라며 "질병, 고난, 실패, 죽음들로 대표되는 삶속의 ‘부정적인 것들’도 깊이보면 ‘영원이 우리 일상 속에 가장 인상적으로 깃드는 삶의 결’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