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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한국기독교학술원이 주최로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복음연맹(WEA) 간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 ⓒ베리타스 |
이종윤 박사(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서울교회 원로목사)가 22일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학술원 국제심포지움에서 세계교회의 양대 기구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복음연맹(WEA) 간 대화의 시작점을 제안했다.
이 박사는 특히 기독교 복음과 관련해 타협 불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주목을 모았다. 그는 복음의 ‘비종교화’를 말한 독일의 천재 신학자 본 회퍼의 주장에는 적극 지지를 표하는 반면, 신약학자 불트만의 ‘비신화화’ 주장에 대해서는 "무신론적 시도"라며 강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이 박사는 먼저 본회퍼의 말을 인용, 히틀러 독재 당시 (독일의)기독교가 한 정치적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정치-이데올로기로 변질된 것을 규탄한 것을 가리켜 "기독교의 기본 신앙인 십계명의 제1계명을(출20:3~5) 거역하는 사탄의 역사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 박사는 "정치적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특정한 민족을 다른 민족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하는 ‘민족 우월주의’는 ‘종교적 마성’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왜냐하면 최초 인간, 아담Adam을 타락시킬 때, 사탄 역시 ‘인간의 신격화’로 ‘이브’를 유혹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회퍼의 ‘비종교화’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박사는 "우리는 또한 기독교 ‘복음의 종교화’, 즉, ‘복음의 종교적 사유화’를 거부해야 한다"면서 "왜냐하면 복음은 온 인류를 위한 복음이지, 특정한 한 개인이나, 사회적 정치적 집단 그리고 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박사는 "더 자세히 말하면, 예수에 관한 복음이지 ‘여성’ ‘흑인’ ‘민중’ ‘가난한 자’ 등 만의 복음이 아니다"라며 복음이 특정한 사회계층이나 지역 혹은 민족만을 위한 것으로 이해되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나아가 이를 "복음을 어떤 모양으로든지 ‘사유화’하는 것이며, 우상숭배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복음의 ‘종교화’가 시도될 때 발생 가능한 ‘종교다원주의’에 의한 기독교의 상대화를 우려했다. 이 박사는 "인간의 심리적 나약성에 기초해 있는 ‘종교성’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라며 "따라서 ‘타 종교와의 대화’를 목적으로 기독교 복음을 ‘종교화’할 경우,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 특별히 다른 독특성이 없어질 것이다. 그 때에 기독교는 자연스럽게 ‘종교다원주의’에 의해서 상대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이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는 ‘복음의 종교화’에 대해 "기독교의 정체성을 말살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악한 악마’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덧붙여, 독일의 유명한 신약학자 루돌프 불트만이 주장하는 복음서의 ‘비신화화’를 거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박사는 "성경에 ‘신화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하나님의 사역(Werk)에 관한 기술은 신화Mythos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일하고 계시는 초월적인 하나님의 사건에 대한 증언이다"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성경의 증언에서 하나님의 초월적인 전능을 제거할 때, 남는 것은 인간학적 윤리 밖에는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기독교의 비신화화’는 기독교 윤리만을 강조한 ‘무신론적 시도’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이것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하나님 아버지의 역사를 초월하는 전능’ 뿐만 아니라, 초월적인 하나님 자체를 거부하는 ‘신학적 악마성’이다"라고 역설했다.
이 박사는 이밖에도 ‘성령 사역의 개인주의적 신비화’를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신비적 체험을 통하여 직접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개인적인 신비적 직접 계시를 주장하는 사람은 스스로 하나님의 중재자가 되고자 하는 자 이외에 다른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끝으로 이 박사는 예수를 중심으로 한 복음 그리고 성서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하에 WCC와 WEA가 참된 일치와 선교의 연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진정한 ‘교회연합운동’을 실현하기 위해서 각 교파는 다른 교파를 자기 교파만큼 귀하게 여기고, 먼저 상대 교파와 세상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