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복음연맹(WEA) 등 양 기구가 서로간 차이를 확인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2일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학술원 국제심포지엄에서는 WCC측 마틴 로브라 박사(WCC와 21세기 에큐메니칼운동 프로그램 총무)의 발표에 이어 WEA측 쉴마허 박사(WEA 신학위원회 위원장)의 발표가 있었다.
▲WCC측 마틴 로브라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베리타스 |
먼저 발표한 마틴 로브라 박사는 WCC가 과거 수평적 관계를 위한 안건에 팔려 있었던 반면, 최근 전도와 선교란 과제에 비중을 두는 등 수직적 관계로 관심을 옮겨 복음주의권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로브라 박사는 복음주의권 교회들과 멀어진 이유로 "교회 연합회로서의 WCC의 형성"과 더불어 "WCC가 ‘초월적 교회’(super church)의 목표를 추구한다는 의심을 받게 된 점"을 들었다. 덧붙여, "이것은 바티칸 Ⅱ공의회 이래로 가톨릭교회와의 협동이 밀접하게 이뤄진 것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로브라 박사는 그러나 "지금은 이 간격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일차적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며 “진정으로 WCC 내에서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의 존재와 영향력이 선교와 전도, 복음주의자들과의 대화, 오순절과의 접촉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로브라 박사는 이어 “이 과정에서 그리스도를 중심 삼아야 함을 잊고 세상적 안건에 팔려간 세속적 기구로서의 WCC의 모습이 수정되었다”며 “이제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와 이웃, 그리고 모든 피조물과의 수평적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로브라 박사는 WCC와 WEA 그리고 로잔운동에 중복되는 회원들이 제법 많다는 점을 강조, 연합기구 간 계속적인 교류와 합의점을 찾는 일이 소중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이어 발표한 WEA측 쉴마허 박사는 미래 (대화의)의제로서 ‘성서(Bible)’ 문제를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냉전시대가 종식된 이래로 WCC와 WEA 그리고 그 회원교회들 사이의 관계를 논하면서 실지로 다루지 못한 하나의 주제는 성서의 권위라는 주제이다"라며 "나의 입장에서 보면 성서의 권위 문제와 보수와 진보(conservative-liberal) 논쟁 문제는 다른 분야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변화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WEA측 쉴마허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베리타스 |
쉴마허 박사는 "나는 우리가 서로 다른 차이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더 많은 연합에로 나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만나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초기의 문서들과 상대방의 글들을 연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서를 다루는 두 가지 길 사이에 있는 골은 깊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성서 문제’를 논의하면서 여기에서는 공동의 기반을 찾으려고 크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는 일은 미래의 과제로 넘기고 가야겠다"며 "이런 주요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특히 신학교육 분야에 남겨진 것들이다. 신학교육 분야는 흔히 교회들보다 더 첨예하게 양 진영으로 갈라서 있다"고 말하며 WCC와 WEA 간 신학적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교회들간 연합과 대화에 있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쉴마허 박사는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됨을 위해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은 자칫 새로운 사람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복음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경향을 띨 수 있다는 것"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화가 평화로운 논의, 정직하고 참을성 있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로부터 배운다는 것을 의미할 때, 대화는 그리스도인의 덕목”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기독교의 진리를 약화시키고 세계선교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런 대화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것은 기독교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쉴마허 박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절대적인 진리들을 일시적으로나 원칙적으로 유보하라고 요구하는 대화는 바로 성서적 계시를 다른 종교들의 신념들이나 세계관들과 대등하게 놓는 것이기에 그것은 기독교의 선교활동, 그리고 기독교 자체의 본질과 조화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쉴마허 박사는 그러나 "오늘날 WCC와 WEA로 대표되는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 양자 사이의 구분은 점점 그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며 "WEA와 그 회원교회들은 WCC의 헌장에 동의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가지지 않는다. WCC의 회원교회들도 WEA의 신앙고백이 언급하는 모든 것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